2010년 3월 9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309화] 북의 나진항 확대 개방을 주시한다
북한이 두만강 하구에 인접한 나진항의 대외 개방을 확대하고 있다고 한다. 중국 전인대에 참석 중인 지린성 옌볜조선족자치주 간부는 어제 중국이 2008년 나진항 개발 및 사용권을 10년간 확보한 데 이어 추가로 10년 연장을 추진 중에 있다고 전했다. 요즘 외국투자 유치에 적극적인 북한인 만큼 중국의 나진항 사용권 연장은 성사될 가능성이 높다. 러시아도 최근 나진항 5호 부두의 50년간 사용권을 얻어냈다고 한다.
북한의 나진항 개방 확대는 올해 본격화하고 있는 대외무역 확대와 외국투자 유치를 통한 경제난 극복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 조짐은 새해 벽두에 나진항이 속해 있는 나선시를 특별시로 승격시키고, 김정일 위원장이 직접 방문하는 등 큰 관심을 기울인 데서 나타났다. 북한은 1991년 나진ㆍ선봉지구를 자유경제무역지대로 지정해 부분적인 개혁개방 조치를 시행했으나 외국자본 진출이 미미해 실패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나진항 개방 확대를 통해 지린성 등 중국의 동북 3성 및 러시아 연해주 등과 연계한 개발을 시도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특히 중국은 나진항을 태평양으로 뻗어 나갈 수 있는 출구로 보고 훈춘에서 나진항에 이르는 도로의 확장과 보수를 지원하는 등 기반조성에 열심이다. 한때 중국의 이러한 노력에 소극적 반응이었던 북한이 적극적인 자세로 돌아섰다면 중국과 함께 이익을 볼 수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해 11월 탈퇴를 선언했던 유엔개발계획(UNDP)의 두만강개발계획에도 외국투자 유치에 활용하기 위해 조만간 복귀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북한의 나진항 개방 확대가 폐쇄적 자급자족 체제에서 벗어나 개혁개방으로 한 걸음 나아가는 과정이라면 바람직하다. 그러나 계획경제를 완화한다는 징후가 보이지 않는 상태여서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장기간의 남북관계 경색으로 남북경협이 뒷걸음질하고 있는 상태에서 북중 경제관계가 긴밀해지는 것은 우려할 만한 일이기도 하다. 장차 남북경제 통합에 중대한 저해요인이 될 수 있는 탓이다. 북한의 나진항 개방 확대를 편하게만 바라볼 수 없는 이유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309화] 정부엔 들리지 않는 4대강의 고통과 신음 소리
천주교 전국 사제들이 어제 4대강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주교 5명을 비롯해 1100여 사제들이 선언에 동참했다. 불교계도 지난주 대규모 심포지엄을 열어 4대강 사업 반대를 천명했다. 개신교 인사들도 북한강변 유기농단지에서 4대강 사업 저지를 위한 릴레이 금식기도를 진행중이다.
종교계가 이렇게 한목소리로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건 이 사업이 가장 고귀한 가치인 생명을 죽이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천주교 사제들은 이 사업을 “우리 역사상 가장 참혹한 자연의 죽음”이라고 규정했다. 그리고 4대강이 이렇게 죽어가는 것이 우리 모두의 무관심에서 비롯했음을 회개하고, 생명의 강을 지키기 위해 모두 강으로 가야 한다고 호소했다.
4대강이 얼마나 처절하게 난도질당하고 있는지는 지금 달려가면 바로 볼 수 있다. 수천년을 유유히 흐르던 강물은 ‘명박산성’ 같은 철제구조물에 가로막혀 있고, 강바닥은 마구 파헤쳐져 만신창이가 돼가고 있다. 강변 백사장에는 굴착기와 트럭들이 분주히 오가며 모래밭을 깔아뭉개고 있다. 4대강 곳곳에서 상처 입은 대자연의 고통과 신음 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4대강 사업은 온갖 편법과 불법으로 얼룩져 있다. 낙동강 준설 과정에서 오염된 퇴적토가 드러나 수질 악화가 우려되는데도 제대로 된 환경영향평가 없이 사업을 강행하고 있다. 높은 관리수위로 강 주변 농지 피해가 예상되지만 지역 주민들은 충분한 설명조차 못 듣고 있다. 이명박 정권 임기 안에 사업을 마무리짓기 위해 온갖 문제점이 드러나는데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게 지금 모습이다.
4대강 사업이 진정 강을 살리고 생명을 살리는 사업이 되려면 시간을 갖고 충분한 환경영향평가를 실시하는 게 우선이다. 그러자면 일단 지금 같은 방식의 공사는 중단해야 한다. 그러지 않고 계속 밀어붙인다면 강물 오염과 주변 생태계 파괴, 지역주민 피해는 불가피하다. 하지만 현재 정부의 태도를 볼 때 이런 방향 전환을 기대하기 어렵다. 천주교 사제들은 정부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해 6월 지방선거에서 강을 살리고자 하는 후보를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생명을 중시하는 사제들로서 불가피한 선택이다. 정부는 생명을 살리자고 호소하며 4대강 사업에 반대하는 종교인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받아들이기 바란다.
[동아일보 사설-20100309화] 아동성범죄 잠시 개탄만 하면 예방되나
지난해 나영이 사건이 아직도 생생한데 중학교에 진학할 꿈에 부풀었던 초등학생이 악독한 성범죄의 희생양이 됐다. 흉악 범죄로부터 어린 생명을 지켜내지 못한 우리 사회의 책임이 무겁다. 6일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된 이유리 양 사건은 성범죄자 감시시스템이 작동했더라면 막을 수 있었던 범죄라는 점에서 더욱 안타깝다. 경찰은 범인을 조속히 검거해 엄정한 법의 심판을 받게 해야 할 것이다.
범인 김길태는 1997년 9세 어린이 성폭행 미수를 시작으로 2001년 30대 여성을 감금 폭행해 복역한 뒤 지난해 6월 출소했다. 만일 그가 신상정보 열람, 전자발찌 착용, 경찰의 ‘1대1 전담관리’ 등 성범죄자 관리시스템의 적용을 받았다면 재범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는 2008년 도입된 전자발찌 제도 이전에 형이 확정됐기 때문에 전자발찌를 착용하지도 않았고, 과거에 아동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른 것이 아니어서 신상정보 공개대상도 아니었다. 이런 제도적 허점을 뚫고 그 같은 성범죄자가 어린 소녀를 성폭행하고 생명까지 앗아간 것이다.
성범죄는 재범률이 높은 범죄다. 미국의 경우 성범죄자는 출소 후 25년 동안 약 40%가 재범을 저지르고 아동 성범죄 재범률은 52%로 더 높다. 그 때문에 이중처벌이라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아동 성범죄자는 출소 후에도 신상이 공개되고 거주지역을 제한받는다. 우리나라도 아동 성범죄자 신상공개 제도가 도입됐으나 열람절차가 까다로워 무용지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해 나영이 사건을 계기로 온 나라가 법석을 떨며 성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와 예방책 마련을 촉구했지만 크게 달라진 게 없다. 올해 1월 1일부터 아동 성범죄자에 대한 신상정보를 인터넷으로 공개하고 있으나 금년 형 확정자부터 대상이다. 국회에서는 아동 성폭력과 관련해 40여 개 법안이 제출됐는데도 DNA신원확인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만 처리됐다. 우편으로 성범죄자 거주 및 복역현황 등을 피해자 및 그 주변 지역 거주자에게 알려주는 내용의 청소년 성보호법 개정안을 비롯한 나머지 법안은 소관 상임위나 법사위에서 잠자고 있다.
사회적 약자인 여성과 어린이를 보호하는 법안이 후순위로 밀리는 상황에서 정치권이 외치는 민생정치는 공허하다. 아동 성범죄를 우리 사회에서 추방하기 위한 근원적이고 획기적인 대책이 절실하다.
[조선일보 사설-20100309화] 다문화 가정 자녀의 10년 뒤 모습 생각해봐야
우리 사회 다문화 가정 아이들의 40%가 우리말이 서툴러 학교에서 중도 탈락하거나 사회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한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다문화 가정 아동 2400여명을 대상으로 우리말 습득 상황을 조사한 결과 우리말 익히기가 10명 중 6명꼴로 또래보다 6개월 이상 늦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살 된 아이들은 80%가 정상(正常) 수준을 보이다가도 6세에 이르면 이 비율이 30%대로 떨어졌다.
한나라당 원희목 의원의 자료에 따르면 다문화 가정 자녀들의 취학률(就學率)은 초등학교는 85%, 중학교는 84%, 고교는 71%로 일반 가정 자녀의 초등 97%, 중학교 95%, 고교 89%에 비해 현격하게 낮다. 2008년의 경우 초·중·고 취학 연령대에 속하는 6~18세 다문화 가정 자녀 중 24.5%가 정규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고교 연령대에선 69.6%가 교육 과정에서 탈락한다고 한다.
미국의 한 연구에 따르면 전문직 부모는 자녀에게 시간당 2000개의 단어를 사용하지만 노동자 계층의 부모는 1300개의 단어를 쓴다고 한다. 두 계층 부모들의 이런 어휘 사용량 차이가 자녀의 지능(知能)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외국인 엄마의 서툰 우리말과 빈약한 어휘 사용량이 자녀의 우리말 습득 수준과 지능 발달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외국인 엄마 중 서툴게나마 우리말을 할 줄 아는 중국 조선족 출신은 전체의 17%뿐이다. 다문화 가정은 53%가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라서 특기 과외는 물론이고 유치원 교육도 제대로 못 시킨다.
국내 다문화 가정 자녀는 2006년 2만5000여명, 2007년 4만4000여명, 2008년 5만8000여명, 2009년 10만3000여명으로 갈수록 늘고 있다. 10년, 20년 뒤엔 다문화 가정에서 성장한 사람 숫자가 수백만명을 헤아리게 될 수도 있다. 학업을 중도에서 포기한 이들은 제대로 된 일자리를 찾지도 못한 채 낙오자가 돼 우리 사회에 대한 불만과 적개심을 키워 갈 수밖에 없다. 정부는 문제의 심각성을 바로 보고 다문화 가정을 위한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309화] 경찰 부산 여학생 수사 기본 지켰나
중학 입학을 앞두고 실종된 부산 여학생이 11일 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직선거리 50m 남짓한 이웃집 물탱크에서였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연인원 2만명에 헬기, 수색견까지 동원한 경찰의 수색작업이 도대체 제대로 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더군다나 수색작업 중 피해 여학생의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용의자를 발견하고도 그냥 넘겼다니 어처구니없다. 초동 수사단계부터 석연치 않은 구석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용의자 김모(33)씨의 DNA가 피해 여학생 흔적에서 발견된 것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한다. 빨리 용의자를 검거해 피해자와 가족들의 여한을 풀어야 할 것이다.
경찰의 수색·수사 과정을 보면 처음부터 빗나갔음을 부인키 어려울 것이다. 현장에 피해 여학생이 쓰던 휴대전화와 안경이 그대로 남아 있는 데다 외부인의 발자국이 확인됐다면 단순실종이 아님은 삼척동자도 뻔히 알 수 있는 정황이다. 미적미적하는 수사로 결국 비극을 초래한 경찰에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경찰은 사건현장에서 성폭행 전과자의 지문까지 확인했었다. 가뜩이나 사건현장 일대는 재개발예정지역으로 빈 집이 많은 탓에 평소 우범자들이 몰려들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다. 단순히 용의자가 살인전과가 없었다는 이유를 들어 여학생의 생존 가능성에만 초점을 맞췄다니 한심한 일이다.
무엇보다 걱정스러운 사실은 이번 사건이 갈수록 흉포해지는 성범죄에 대한 경각심과 당국의 대책이 잇따른 시점에서 불거진 점이다. 피해자의 집과 경찰이 용의자를 놓친 지점, 시신 발견장소가 반경 100m 안에 있었단다. 범인이 경찰의 헛도는 수색·수사를 비웃으며 유유자적했을 것을 생각하면 등골이 오싹해진다. 공교롭게도 실종된 여학생을 찾기 위한 경찰의 공개수사가 한창인 때 행정안전부는 ‘민생치안 강화대책’을 발표했다. 국민의 불안감을 떨칠 실질적 민생치안이 아쉽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309화] 중소기업이 앞장선 일자리 창출 기대 크다
일자리만들기는 지금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절실한 과제다. 정부 민간이 따로일 수 없고,여야간 구별도 없는 문제가 바로 고용창출이다. 경제발전을 넘어 사회통합 차원에서도 매우 중요한 국가적 숙제이지만 딱부러진 해법을 찾기가 어려운 것 또한 일자리 문제다. 올 들어 청와대가 전면에 나서 매달 국가고용전략회의까지 열고 있고,최근에는 지자체까지 여기에 역량(力量)을 집중하겠다고 한 배경이기도 하다.
이런 일자리만들기 대열에 중소기업계도 좀더 적극적으로 동참하겠다고 나서 주목된다. 어제 중소기업중앙회가 여성경제인협회,벤처기업협회와 더불어 출범한 '중소기업 일자리만들기 추진위원회'가 바로 그것이다. 11월11일 '고용의 날'까지 2만명의 일자리창출을 하겠다는 것인데,온라인 일자리 중개시스템 구축,채용박람회 개최와 같은 신규사업이 모두 성과를 낼수 있길 기원한다. 중소기업 근로자 급여 0.3%로 일자리 4000개를 만든다는 일자리기부 캠페인도 찬바람 부는 고용시장에 최소한 정서적으로라도 온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공공부문도 노력중이지만 의미있는 일자리를 만드는 것은 산업계,곧 기업이라는 지적은 새삼스런 것이 아니다. 그런 차원에서 대기업에 일차적으로 관심을 돌릴 수밖에 없지만,대기업들도 글로벌 경영,글로벌 경쟁에 나서면서 국내에서만 일자리를 창출하는 데는 또 어려움이 있어 보인다.
대기업이 할 수 없는 분야나 고용시장의 사각지대를 중견 · 중소기업이 적극 담당해 나갈 수 있다면 매우 바람직한 일이다. 고용창출 효과가 뛰어난 첨단 중소기업을 집중 육성하면서,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의 문화를 잘 정착해 나가는 게 앞으로 과제다. 중소기업에서 신규 일자리 창출(創出)과 고용유지는 그 자체로 근래 증가세를 보이는 서민 · 취약계층을 가장 확실하게 지원하는 길도 된다. 이 때문에 언론에서도 중기살리기와 성공적인 창업에 적지않은 관심을 가지지만 중소기업계 힘만으로는 부족할 수밖에 없다. 중소기업이 일자리를 만드는데 제도적 관행적 애로점은 없는지,정부와 국회도 끊임없이 살피며 제도개선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309화] 가격 할인 내걸고 소비자 우롱한 대형마트들
대형 마트들이 `생필품 가격 인하` 팻말만 내걸고 정작 매장엔 물건을 제대로 구비해놓지 않아 조기 품절되는 사태가 빚어지고 있다. 전국에 120여 개 매장을 가진 이마트는 지난 4일부터 라면값을 내린다고 대대적으로 홍보해놓고 사나흘도 못 가서 물량이 바닥났다며 "내일 다시 오라"고 하는 곳이 많았고 홈플러스 110여 개 매장, 롯데마트 70개 매장에서도 유사한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유통업체 말만 믿고 매장을 찾았던 소비자들로선 우롱당한 기분이 드는 게 당연하다.
올 들어 대형 유통업체들이 앞장서서 식품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이벤트성 행사가 부쩍 잦아지고 있는데 그 자체를 나쁘게 볼 일은 아니다. 마진을 줄여 더 싼값에 파는 박리다매형 마케팅은 대형 유통업체 본연의 업무이거니와 서민물가 안정과 소비 촉진에도 적지않은 도움이 될 수 있다. 특히 원료값이 오르면 제품값도 번개같이 올리면서 반대의 경우엔 꾸물대는 제조업체의 얌체 상혼을 통제하는 차원에서도 긍정적 측면이 있다.
하지만 유통업체의 미심쩍은 조기 품절 사태는 처음이 아니라는 점에서 곱게 보이지 않는다. 최근 유통사 할인 경쟁을 주도해온 이마트의 경우 올 초 삼겹살, 즉석밥, 세제, 유유 등 12개 품목을 최대 35%까지 싸게 팔면서 그것도 반짝 행사가 아니라 한 달 내지 1년간 지속적으로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매장엔 물건이 공급되지 않아 고객이 허탕을 치거나 1인당 구매량을 제한하는 사례가 빈발했고 심지어 종업원이 가격 인하 사실 자체를 몰라 종전 가격으로 파는 경우도 있었다. 이런 혼선은 이번까지 다섯 차례 행사에서 줄곧 반복돼 왔다.
상품은 부실하게 갖춰놓고 요란하게 호객행위만 한다면 잡상인이 소비자를 현혹할 때나 쓰는 미끼 전략과 크게 다를 게 없다. 시장 주도권 경쟁에 매몰돼 소비자 신뢰와 기업 이미지를 깎아먹는 건 대형 마트들의 위신에 걸맞은 행태가 아니다. 소비자에 대한 약속은 철저히 지켜져야 하며, 관계당국도 유통사의 불공정거래 여부에 관심을 기울이길 주문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100309화] 미국 차, 일본 차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드는 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디트로이트에서 제조하거나 아이오와에서 재배하거나. 생소해 뵈는 후자를 부연하면 이렇다. 아이오와에서 밀을 키운다→밀을 배에 실어 태평양에 띄운다→몇 달 후 배가 도요타 자동차를 싣고 돌아온다. 따라서 “디트로이트 자동차공장 노동자와 아이오와 농민들은 직접적 경쟁 관계에 놓여 있다”고 미국 경제학자 데이비드 프리드먼은 설파했다. 정부가 무역 장벽을 세워 디트로이트를 보호하는 순간 그 피해가 고스란히 아이오와에 돌아간다는 거다. 왼쪽 주머니 털어 오른쪽 채우는 격이다. 게다가 국민 전체론 자동차 총 구입 비용이 늘어나니 결코 국익에 보탬이 안 된단 주장이다.
그럼에도 ‘디트로이트 보호론’은 결코 잠잠한 적이 없다. 일본 차가 미국에 발을 내딛던 초기부터 그랬다. 워터게이트 관련 녹음 테이프 속에 그 단면을 보여주는 비밀 대화 한 토막이 들어 있다. 1971년 4월 헨리 포드 2세와 리 아이어코카(당시 포드 사장)가 리처드 닉슨 대통령에게 하소연한다. “일본 놈들이 우리를 산 채로 집어삼키려 합니다. 새 안전 장비가 법으로 요구되면 일본은 시간당 1달러50센트로 해결하겠지만 우린 7달러 넘게 줘야 해요. 비용이 이렇게 높아지면 국민이 우리 차 대신 외제 차를 살 겁니다.” 닉슨의 대답은 이랬다. “맞소. 납득이 됩니다.” 이들의 합의 탓에 안전벨트·에어백 등을 의무화하려던 규정은 20년 가까이 시행이 미뤄졌다.
그랬던 미국이 이번엔 일본 차의 안전 문제를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고 있다. “올가을 중간선거를 의식한 오바마 행정부가 미국 차 편을 들고 나섰다”는 게 일본의 볼멘소리다. 하지만 전혀 멈출 기색이 아니다. 최근 도요타 청문회에서 목축업 중심지인 네브래스카 상원의원 마이크 조핸스는 2003년 말 미국산 쇠고기의 최대 시장이던 일본이 안전에 대한 우려로 수입 금지를 단행한 전력을 꼬집었다. “같은 이유로 미국이 일본 차 수입을 금지하면 어쩔 거냐”고 캐물었다. ‘어차피 네브래스카도 피해 본 마당에 디트로이트를 싸고 도는 게 뭐 어때서?’란 국민 정서를 대변한 셈이다. 조만간 일본에 가는 교통부 장관이 이 문제를 정식 거론할 참이라 안전 관련 공방은 양국 간 무역 분쟁으로 비화할 조짐이다. 쇠고기와 자동차가 엮인다니 남의 일로 넘길 계제가 아니다. 자칫 고래 싸움에 한국 등 터질까 걱정이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서배원(논설위원)-20100309화] 할인전쟁
지난 주말 일부 대형마트 매장에서 신라면이 동났다는 소식이다. 며칠 전 이마트가 신라면 값을 9% 인하하자 롯데마트가 곧바로 따라 내리면서 물량이 조기 품절돼 소비자들이 헛걸음했다고 한다. 올해 초에는 삼겹살·햇반 등이 할인판매 초기에 품절돼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기도 했다. 고객을 위하는 할인판매라면 사전에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기본인데 “우리가 제일 싸다”는 선전에 급급하니 소비자가 골탕먹는 꼴이다. 대형마트 간 ‘할인전쟁’은 지난 1월 초 이마트가 삼겹살 등 22개 품목의 할인판매를 선언한 데 이어 롯데마트와 홈플러스가 “이마트보다 10원이라도 더 싸게 팔겠다”고 받아치면서 시작됐다. 그 뒤 부정적 여론이 고개를 들면서 ‘10원 경쟁’이 끝나는가 싶더니 이달들어 이런저런 이름으로 다시 점화됐다.
할인전쟁은 소비자를 위한 출혈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다르다. 지난해 백화점과 사이버쇼핑 매출은 각각 전년보다 10.5%, 19.4% 증가한 데 비해 대형마트 매출은 3.7% 느는 데 그쳤다. 무차별 매장 늘리기로 성장 한계에 이른 대형마트로서는 인터넷·TV홈쇼핑 등으로 빠져나가는 고객을 붙잡아야 한다. ‘최저가 판매’ 이미지로 업계 파이를 늘려야 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월 할인판매 이후 한 달간 이마트 고객은 전년보다 4.1%, 롯데마트 고객은 2.3% 늘었다고 한다. 할인품목만 사가는 소비자는 드물 것이므로 매출 증가도 뒤따랐을 것이다. 7만여개에 이르는 취급품목 가운데 할인대상은 대개 수십가지다. 전 품목 대상의 최저가 판매와 달라 ‘미끼상품’이나 다름없다는 혹평도 있다. 소비자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 1월 이마트가 값을 내린 생필품을 기준으로 할 경우 3.2% 불과하다는 분석이 있다. 소비자 가계 전체로 볼 때 이익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얘기다.
정작 고래싸움에 등 터지는 것은 동네 슈퍼마켓이다. 대형마트는 몇개 품목을 밑지고 팔아도 다른 수만가지 품목으로 보전할 수 있지만 동네 슈퍼마켓은 그렇지 못해 값을 따라 내릴 수 없다. 대형마트 할인전쟁이 계속되는 한 손님을 뺏길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가 자체 비용 절감으로 할인경쟁을 하면 좋지만 납품업체에 가격 인하를 압박할 가능성도 크다. 이래저래 할인전쟁의 승자는 대형마트 자신이 될 수밖에 없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임지훈(정보산업부 기자)-20100309화] 게임 과몰입, 근본적 접근을
게임에 중독된 부부가 생후 3개월 된 딸아이를 죽음에 이르게 한 사건과 30대 남자가 PC방에서 설 연휴를 낀 닷새 동안 게임을 하다 숨지는 사고 등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게임 과몰입 문제에 대한 사회적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에 문화체육관광부는 8일 게임업체와 협력해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한 이용자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게임 시간을 제한한다는 내용의 대책을 황급히 발표했다.
게임 과몰입 문제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사회적으로 이슈가 될 만한 사건ㆍ사고가 발생한 뒤에야 대응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뒤늦게나마 게임 과몰입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문제는 이 같은 조치들이 실효성 있는 효과를 담보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일정 시간 이상 게임을 하면 불이익을 주는 피로도 시스템이라든지 게임 과몰입 상담치료 등 정부가 내놓은 대책 중 상당수는 이미 게임업체에서 시행해왔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용시간을 제한하더라도 타인의 아이디를 도용할 여지가 있는데다 게임 중독자가 상담치료를 스스로 신청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과몰입의 근본 원인에 대한 접근이 부족해 보이는 점도 문제다. 게임 이용자가 패륜적 범죄를 저지르면 게임의 문제로만 치부하고 게임 이용을 줄이는 것만을 대책으로 제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그 사람의 게임이용 행태에 문제는 없었는지, 원래 중독에 약한지, 가정ㆍ학교ㆍ사회 등에서의 문제는 없었는지 등 다양한 요인이 고려돼야 한다.
어릴 때부터 게임 이용에 관한 가정과 학교의 교육이 중요한 것이 바로 이 때문이다. 게임 하는 것을 해악시하는 시선은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다. 게임 업체와 학교ㆍ가정이 연계해 건전한 게임 이용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실제로 한 게임 업체는 제주도 본사와 연계해 수학여행 온 학생들을 대상으로 과몰입 방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데 이 같은 노력도 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