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19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219금] 사법 신뢰 높여 줄 전체 판결문 공개

 

모든 법원 판결문을 공개키로 한 대법원 결정은 국민과 사법부의 간극을 좁혀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갖게 한다. 부정적 영향이 없진 않겠지만 일단 긍정적 효과가 더 도드라져 보인다. 예상되는 부작용을 파악해 면밀한 대비책을 세운다면 우려는 기우에 그칠 수 있다.

 

전체 판결문 공개는 국민의 사법정보 접근권을 확대해 국민에 의한 사법부 견제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유사 사건에 대한 법리 판단, 양형 등을 토대로 국민들이 어느 정도는 재판 결과를 비교ㆍ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재판의 투명성과 예측 가능성, 신뢰도를 높이고, 판결의 공정성을 둘러싼 소모적 논란과 오해를 줄이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또 전관예우 관행이 조금씩 개선되고, 변호사 수임료 책정도 수요자 주도형으로 바뀔 여지가 있다.

 

다만 판결문이 모두 공개될 때 판사들이 느낄 부담감이 걸린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PD수첩 무죄 판결 등의 경우처럼 판결에 반발해 판사 개인에 대해 비이성적 인신 공격을 가하거나 이념 공세를 펴는 경우가 더 잦아질 수 있다. 그 경우 판사들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소신 있는 판결을 내리기가 점점 힘들어지고, 장기적으로는 판결의 현실 안주 경향마저 초래할 개연성을 배제할 수 없다. 재판의 독립과 사법부 내 다양성 보호를 위해서라도 대법원은 전체 판결문 공개가 판사 개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상시 점검해 제도적 보완을 강구해야 할 것이다.

 

전체 판결문 공개가 자칫 재판 당사자들의 개인정보 공개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은 대법원이 가장 유의해야 할 부분이다. 대법원은 판결문 익명화 처리에 드는 비용 등의 문제로 재판 시작 전 당사자들이 익명화 여부를 결정하고 법원이 허가하는'익명 허가제'를 검토한다고 한다. 하지만 실명 공개를 원하는 재판 당사자들이 그리 많지 않을 것이므로 하나마나 한 절차가 될 수 있다. 판결문 익명화 처리 후 공개를 원칙으로 하되 사건의 공익적 측면과 재판 당사자의 비중 등을 감안해 법원이 선별적으로 실명 공개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현실적이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219금] 공교육 혁신의 단초 보여주는 ‘행복한 성적표’

 

일부 교사들이 시작한 ‘행복한 성적표’ 작성 운동은 공교육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교육운동 단체인 ‘사교육 걱정 없는 세상’ 소속 교사들이 지난해부터 시범적으로 실시한 이 운동에 학생과 학부모들이 뜨거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행복한 성적표란 기존 성적표와 달리 교사가 학생들의 수업과정을 면밀히 관찰해 서술형으로 기록한 것이다. 교사들은 숫자로 표시된 성적에선 나타나지 않는, 수업과정에서 확인한 학생들의 태도와 노력 그리고 장단점까지 세심하게 정성껏 평가한다. 이런 평가는 학생들의 학습 만족도를 높여 학습의욕을 자극하고, 학부모들의 학교에 대한 신뢰감을 높여주는 구실을 한다. 이 성적표를 받아본 뒤 ‘진짜 학교라는 생각이 들었다’는 학부모들의 반응은 이 운동의 의미와 가능성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이전에도 행복한 성적표처럼 결과가 아닌 과정에 대한 평가를 하자는 논의는 있었다. 노무현 정권 당시 교육혁신위원회가 입시제도 개혁의 일환으로 도입하려고 했던 교육이력철이 그런 사례다. 하지만 교사들에 대한 불신과 업무부담 가중을 우려하는 교사들의 반대로 시행되지 못했다.

 

행복한 성적표 운동에 참여한 교사들도 지금 교육여건에서 이런 제도를 전면적으로 시행하긴 어렵다고 인정한다. 학생 하나하나를 면밀히 관찰해 평가하는 일은 많은 시간과 집중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운동을 시작한 교사들은 제도와 환경이 다 갖춰질 때까지 기다릴 정도로 우리 교육현실이 한가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실제로 공교육이 사교육에 눌려 질식당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방과후 학교에 대한 예산지원처럼 공교육 현장마저 사교육장화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다. 문제를 해결하는 게 아니라 확대시켜온 것이다. 이런 상황을 근본적으로 바꾸려면 교사·학생·학부모 간의 신뢰회복을 통해 공교육에 대한 믿음을 복원해야 한다. 행복한 성적표는 이런 노력의 출발선이 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운동에 대한 교사 단위, 학교 단위의 적극적인 동참이 필요하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당국이 교사들의 자발적 헌신을 제도적 차원에서 뒷받침해주는 일이다. 교사들에게 자신들의 수업을 기획하고 평가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 책무성을 높이고 과중한 잡무를 줄여줌으로써 학생 지도에 헌신할 수 있게 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0219금] ‘100% 무상급식’ 민주당 공약, 오히려 反서민

 

민주당이 6·2 지방선거를 겨냥해 어제 초중학생에 대한 전면 무상급식을 당론으로 확정했다. 전국 초등학생과 중학생에게 무상급식을 하려면 연간 약 2조 원이 든다. 이 많은 돈을 조달하려면 다른 요긴한 교육사업 등에 써야 할 돈을 빼내 오거나, 아니면 국민이 세금을 더 내야 한다.

 

학교에서 공짜 점심을 주겠다는 무상급식이야말로 매력적인 공약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책임 있는 정치인이나 공당(公黨)이라면 이런 무책임한 공약을 내놓아선 안 된다. 재정 조달 문제를 먼저 생각하고 형평성과 합리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국가 재정이 넉넉하다면 고등학생까지도 무상급식을 못 할 게 없겠지만 국가 전체로 보면 ‘공짜 점심(free lunch)’은 없다. 초중학생 전원 무상급식을 실현하려면 학교의 노후시설 교체비용과 도서구입비 등 다른 예산을 그만큼 줄여야 한다. 다른 교육 현안과 비교해 어느 쪽에 우선순위를 두어야 공교육 수준을 높이고 서민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받는지 숙고할 필요가 있다.

 

초등학생 급식비는 한 끼당 1700원, 중학생은 2500원으로 월 4만∼5만 원이 든다. 저소득층에는 이 정도의 돈도 적지 않은 부담이다. 그러나 전국 초중고생 가운데 하위계층 학생 13%는 이미 무상급식 혜택을 받고 있다. 민주당은 중산층과 부유층 자녀에게도 무상급식을 확대하는 것이 표를 얻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지만 실제로는 서민자녀에게 돌아갈 교육예산을 깎아 먹는다.

 

세계적으로도 북유럽 일부를 제외하고 전면 무상급식을 실시하는 국가는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은 하위 50% 계층에만 무상급식을 하고, 프랑스는 소득 수준에 따라 급식비를 차등화하고 있다. 영국은 한동안 전면 무상급식을 했으나 지금은 저소득층 위주로만 무상급식을 제공한다. 김진표 민주당 최고위원도 2006년 교육인적자원부 장관 시절 “학교 급식은 학부모 부담이 원칙”이라고 말한 바 있다.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의 당초 공약은 전면 무상급식이 아니라 저소득층 위주의 무상급식 확대였다.

소득에 관계없이 무상급식을 해주기보다는 그 돈으로 서민 자녀에게 양질의 교육 기회를 제공하는 게 합리적이다. 교육을 통해 가난의 대물림을 끊게 하고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서도 그 편이 낫다. 민주당은 툭하면 이명박 정부가 표방하는 친(親)서민 정책을 허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부담 능력이 충분한 계층의 자녀에게까지 공짜 점심을 제공하겠다는 것이야말로 서민의 이익에 반(反)하는 정책이다.

 

 

[조선일보 사설-20100219금] 6·25 참전 소년·소녀병에 대한 예우는 국가의 의무

 

국방부는 18일 "6·25 전쟁 당시 만 14~17세의 나이에 현역병으로 근무했던 '소년·소녀병'의 군 복무 내용을 병적(兵籍)에 기록하고 전사(戰史)에도 남기겠다"고 밝혔다. 국방부 관계자는 "작년 말부터 병적 기록표에 소년·소녀 지원병을 정확히 기록하는 작업에 들어갔으며 올해 안에 마무리하겠다"고 했다.

 

국방부는 지난 60년간 소년·소녀 현역병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들이 6·25 전쟁에 현역으로 참전한 사실이 드러나면 만 18세 미만의 소년·소녀 징집을 금지하는 국제법을 위반한 것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쟁 초기 병력 부족에 시달리던 우리 군은 학도병과 소년·소녀병을 1950년 낙동강 전투 등에 대거 투입했고, 훈련도 제대로 받지 못한 이들 중 상당수가 아직 부모 그늘에 있을 10대 후반의 나이에 목숨을 잃었다. 어린 아들·딸을 자신보다 앞세운 한(恨)을 안고 살았던 이들의 부모 세대는 이미 세상을 떠났다.

 

정부는 소년·소녀병 출신들이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하고 걸맞은 예우를 해 달라는 민원을 계속 제기하자, 6·25 전쟁 발발 50년이 되는 2000년에야 '참전유공자 예우에 관한 법'을 만들어 이들의 존재를 일부 받아들였다. 이 법에 따라 2008년 6월까지 2만2165명의 소년·소녀 지원병 출신이 국가 유공자 및 참전 유공자로 등록됐으며, 이 가운데 4185명은 사망하고 1만7980명이 생존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 법은 소년·소녀병 '징집' 사실을 인정하지 않은 채 이들을 모두 지원병으로 분류해 놓고 있다. 실제는 징집된 경우와 스스로 지원한 경우가 섞여 있다고 한다.

 

정부는 재일학도의용군은 병역 의무가 없는데도 참전한 공로를 인정해 월 100여만원의 보훈연금을 지급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법이 참전을 금지한 나이에 전쟁에 휘말려 뛰어들 수밖에 없었던 소년·소녀병은 참전명예수당 명목으로 매달 8만원씩 받고 있을 뿐이다. 전사한 소년·소녀병들의 위패를 모시거나 공적을 기리는 변변한 시설조차 마련돼 있지 않다.

 

대한민국이 지금 누리는 번영과 자유의 바탕에는 소년·소녀병의 희생도 깔려 있다. 나라의 명운(命運)이 벼랑 끝에 걸려 있던 상황에서 소년·소녀병을 어쩔 수 없이 전선(戰線)의 앞줄에 서게 했다면 이제라도 그들의 희생에 응분의 예우를 하고, 그에 따른 역사의 짐 역시 우리가 져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100219금] 지방선거 선거구도 못 정한 무책임 국회

 

6월 지방선거를 100일가량 앞두고 이를 관장할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여의도에서 표류 중이다. 오늘이 지방의원 예비후보등록일인데도 어제 국회는 선거법 개정안을 본회의에 상정도 못했다. 표밭은 벌써 후끈 달아오르고 있는데 광역 및 기초의원 선거구조차 최종 획정하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다.

 

국회의 태업으로 법정 후보등록일을 넘겨 개정안이 처리되면 기존에 등록했던 예비후보들은 새로 정해진 선거구에 따라 예비후보 등록절차를 다시 밟아야 한다. 홍보물 발송 등 해당 예비후보자들의 선거운동 범위가 달라지고 선관위의 선거관리 업무의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행정적 낭비 차원을 넘어 유권자와 국민에게도 엄청난 결례다. 선거규칙이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은 후보자들이 게임의 룰도 모른 채 경기장에 뛰어드는 격이 됐다는 뜻이다. 관전자인 국민으로선 선수들의 출발선이 인코스인지, 아웃코스인지도 모르고 빙판에 나서고 있는 것을 지켜봐야 하는 황당한 상황이다.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위를 통해 지난 연말 광역의원을 650석으로 하는 선거구제안 등에 일단 합의했다. 당시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폐지나 국민경선(오픈 프라이머리) 도입 등 여론의 관심이 높은 사안은 건드리지도 못했다. 개혁이라고도 할 수 없는 그런 미봉적 개정안을 내놓고도 본회의 재처리를 못하고 있는 꼴이다. 한나라당 일각에서 현행 기초의원 중선거구제를 소선거구제로 바꾸는 수정안을 낸 게 표면적 발단이다. 민주당이 소선거구제를 극력 반대하면서다. 그런 정략에다 의원 개개인의 지역구 사정에 따른 이해가 복합적으로 엇갈린 게 선거법 개정이 게걸음을 하고 있는 속사정인 셈이다.

 

여야는 오는 25, 26일 예정된 다음 본회의까지 선거법 개혁에 속도를 내야 한다. 차제에 선거구제 조정과 같은 당략적 사안뿐만 아니라 기초의원 정당공천제 존폐 등 핵심적 개혁 방향에 대해서도 국민의 눈높이로 절충하기 바란다. 시간이 모자란다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새털같이 많은 세월 동안 낯뜨거운 막말로 싸우다가 회기가 끝나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이 여야 의원들이 나란히 외유에 나서던 행태는 이젠 사라져야 한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219금] 격화되는 美·中 환율갈등 강 건너 불 아니다

 

미국과 중국의 힘겨루기가 갈수록 격화되고 있다. 세계 정치 · 경제를 좌우하는 두 거대세력(G2)간 마찰은 국제 질서에 큰 변화를 초래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양국 간 공방전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미국의 대(對) 대만 무기 판매,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의 오바마 대통령 면담 등을 둘러싸고 날카로운 설전을 주고받는 등 군사적 · 외교적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전기담요 닭고기 등을 대상으로 최고 231%의 보복관세를 주고받는 기세 싸움도 벌어지고 있다.

 

특히 위안화 절상 문제는 글로벌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점에서 세계적 관심사로 부상했다. 중국은 미국의 줄기찬 요구에도 불구하고 위안화 절상에 나서기는커녕 보유중인 미 국채를 내다파는 등 맞불을 놓고 있는 형편이다. 수출주도 성장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밝힌 셈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이 위안화 가치를 낮게 유지해 막대한 무역흑자를 올림은 물론 국내 경제에까지 거품을 만들고 있다며 맹비난하고 있다. 확대일로의 재정 · 경상 적자와 치솟는 실업률 등을 생각할 때 시장을 내주고만 있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더구나 미 정부는 5년내 수출을 2배로 늘려 2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이 같은 입장 변화는 대규모 무역적자를 감수하며 세계시장에 달러 유동성을 공급해왔던 미국의 역할이 더이상 유지되지 않을 것임을 뜻한다는 점에서 다른 많은 나라들에게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 역시 미 · 중 마찰이 남의 일이 아님은 물론이다. 양국은 우리의 1,2위 수출시장인 만큼 국내경제에 미칠 영향이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특히 위안화 환율 문제가 어떻게 귀착되느냐에 따라 국제 부동자금의 흐름이 바뀔 수 있고, 원화에 대한 절상 압력이 가중(加重)될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다. 따라서 미 · 중 갈등에 따른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을 마련함은 물론 미국시장 진출의 촉매제가 될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을 위해서도 한층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219금] 알몸졸업식, 학원범죄 차원서 근절하라

 

우리 사회를 경악하게 만든 졸업생들의 `알몸 뒤풀이` 사태는 일부 학교, 일부 학생들의 문제로 덮을 일이 아니다.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이나 동영상만 봐도 수도권이나 지방 가릴 것 없이 전국적으로 벌어지는 만연한 현상임을 알 수 있다. 학교에서 5분 거리 공터에서 집단 알몸의식을 치르거나, 겉옷은 다 찢기고 속옷만 간신히 걸친 여학생들이 밀가루를 뒤집어쓴 몰골로 거리를 돌아다니는 건 아프리카 후진국을 연상하게 할 정도다. 엊그제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 일산 소재 중학교 졸업식 뒤풀이 현장을 찾았을 때 남아 있던 비닐옷과 장갑, 밀가루 흔적 등만 봐도 범죄적 행위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하게 한다.

 

이명박 대통령이 "사건으로 접근할 일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라고 말한 것은 그런 의미에서 일리 있는 지적이다. 학부모들은 황당한 사태에 충격을 받았다는 반응이지만 학생들 사이에선 `다 아는 얘기`로 통한다는 게 가감 없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는 것도, 누구라도 이런 사태의 피해자 또는 가해자가 될 수 있을 만큼 학원폭력이 `중증(重症)`에 도달했음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우선은 학교부터 정신을 차려야 한다. 비단 졸업식 뒤풀이뿐만 아니라 평소 `빵셔틀`로 상징되는 학내 폭력행위가 난무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이런 삐뚤어진 행태를 교장과 교사가 모른다면 말이 안 되는 변명이고, 알고도 방치한다면 참으로 무능하고 무책임한 사람들이다. 범죄집단 흉내나 내는 졸업생을 배출해놓고 무슨 낯으로 `스승`이란 호칭을 듣고자 하는가. 학교 스스로 감당할 능력이 없다면 경찰력 동원이라도 요청하는 게 당연한 책무다.

 

정부도 뒤늦은 졸업식 실태조사 같은 `일회성 뒷북 조치`로 끝내지 말고 학원범죄 전반을 다스릴 근원적인 접근법을 강구해야 한다. 알몸 뒤풀이 행태에서 드러나듯 가해 학생들은 `치밀하게 준비된 범죄행위`를 그저 `장난`으로 여기면서 별 죄의식도 없이 폭력을 행사했다. 이런 위험천만한 자기암시에 익숙해진 학생들이 훗날 사회에 진출해 흉악한 범죄를 저지른다면 그 책임의 절반 이상은 현 기성세대에 있다고 봐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박종권(논설위원)-20100219금] 날차기

 

1998년 나가노 겨울올림픽. 김동성은 쇼트트랙 1000m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다. 이때 선보인 신무기가 바로 한쪽 스케이트 날을 앞으로 쭉 내미는 ‘피니시(Finish)’였다. 바로 ‘날밀기’다. 눈 깜짝할 사이인 0.01초로 메달의 색깔이 바뀌는 상황에서 상대 선수들의 의표를 찌르는 마무리였다.

 

간발(間髮)의 차이는 말 그대로 머리털 하나 차이다. 경마는 ‘코’ 차이로, 스케이팅은 ‘날’ 차이로 승부가 갈린다면 육상은 ‘몸’ 차이다. 현행 올림픽 규정은 머리와 손발이 아닌 몸통이 폭 5㎝ 피니시 라인에서 스타트 라인에 가까운 가장자리의 수직면에 닿은 것으로 순위를 가린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그대로 달리는 게 낫겠다는 ‘러닝 피니시’, 가슴을 쭉 내미는 ‘런지 피니시’, 어깨를 트는 ‘슈러그 피니시’ 등 다양하다. 일종의 ‘몸차기’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우사인 볼트가 여유만만한 몸짓으로 피니시를 해 눈총을 받았다. 잘하면 9.5초 벽도 깰 수 있지 않았겠느냐는 아쉬움에서다.

 

올림픽 기록 경기에서 구간 속도가 가장 빠른 종목은 루지 싱글이다. 시속 100㎞를 넘는다. 개막식을 앞두고 그루지야 루지 대표 노다르 쿠마리타슈빌리가 연습 도중 사망한 것도 커브에서 속도를 이기지 못해 튕겨나갔기 때문이다. 다음은 스키 활강이다. 95㎞를 넘나든다. 그러나 순간 최고 속도는 180㎞까지 낸다. 이번 스피드 스케이팅 500m에서 우승한 모태범의 기록은 1, 2차 합산해 69.82초. 시속 51.6㎞ 수준이다. 총알을 탄 사나이 우사인 볼트는 시속 37.58㎞, 금빛 물개 박태환의 400m 기록을 환산하면 시속 6.5㎞에 불과하다.

 

그 때문에 겨울올림픽은 첨단 계측의 무대가 됐다. 이번 밴쿠버 공식 기록측정을 맡은 오메가 빙상경기에 1초당 2000장의 사진을 찍는 판독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 전광판에서 100분의 1초까지 동일 기록이더라도 사진 판독을 통해 2000분의 1초를 가리는 것이다. 여기에서 등장한 회심의 피니시가 ‘날차기’다. 스케이트 날을 들어올려 앞으로 내미는 방식이다. 원조는 캐나다 선수단. 이를 곁눈질로 배운 이상화는 은메달과 불과 0.046초 차이로 금메달을 건다. 날차기 효과가 0.03~0.04초라고 하니 아슬아슬했다.

 

스케이팅도, 국정도 피니시가 좋아야 박수를 받는다. 얽히고 꼬인 현안도 사뿐한 날차기로 피니시할 수 없을까. 날치기에 점 하나만 찍으면 되는데.

 

 

[경향신문 칼럼-여적/박래용(논설위원)-20100219금] 동네 이름

 

2004년 3월4일부터 이틀간 충북 충주시 살미면 설운동(雪云洞)에 때아닌 눈이 내려 21㎝의 적설량을 기록했다. 보기 드문 춘삼월 폭설이다. 같은 날 경북 봉화군 상운면 설매리(雪梅里)에도 25㎝의 폭설이 내렸다. 지명에 물 수(水)가 들어간 경기 파주시 문산읍(汶山邑)은 해마다 물폭탄이 쏟아지는 상습 홍수 지역이다. 1996, 98, 99년 여름 호우 때는 전국 피해액 중 이곳에서만 전체의 10%가 넘는 피해를 기록했을 정도다. 구리시 수택동(水澤洞)은 2001년 7월 집중 호우 당시 이름 그대로 동네가 연못처럼 변해 시 전체 피해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저렴한 요금의 국제전화가 없을까? 소방방재청 산하 국립방재연구소가 지명이 자연재해와 일정 부분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놓았다는 보도다. 1912~1918년에 불렸던 옛 지명 3989곳을 분석한 결과 눈(雪)이 들어간 곳에는 실제로 눈 피해가 잦았고, 물(水)이 들어간 곳은 홍수 발생 빈도가 월등히 높았다는 것이다. 눈 지명은 경기·강원에 밀집돼 있다. 폭우를 의미하는 홍(洪)이 들어간 지역은 전국에 69곳으로 해마다 물난리를 적지 않이 겪는 재해지역으로 분류됐다.

 

바람 풍(風)이 들어간 곳은 대부분 태풍의 주요 경로에 위치해 있었으며, 마를 건(乾)이 포함된 지역은 가뭄이 빈발해 농업에 고통을 겪는 일이 많았다고 하니 지명 하나하나가 결코 허투루 지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이 통계로 입증된 셈이다. 선인들의 경험에서 비롯된 지혜를 후대의 ‘슈퍼 컴퓨터’가 뒤쫓아간 식이니 탄복을 금할 수 없다. 소방방재청은 이런 자료를 토대로 이름에 안개가 들어있는 경남 고성군 마안개 같은 곳에는 교통시설에 안개등을 추가 설치하는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재해예방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하니 자못 성과가 주목된다.

 

지명은 풍토적 특성뿐 아니라 해당 지역의 역사와 문화, 민속 등을 거울처럼 반영하고 있다. 온(溫)·정(井)·천(川)이나 물이 펄펄 끓는 의미의 가마솥 부(釜)가 들어간 지역에 유독 온천이 많다는 것은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요즘엔 큰 고개(大峙)란 뜻을 담고 있는 서울 강남 대치동이 입시라는 인생의 큰 고비를 넘기 위해 수많은 학생들이 몰리는 학원가로 변모한 것을 보면 지명 속에 풍수지리도 담겨 있다는 얘기가 아주 빈말도 아닌 것 같다.

 

대대손손 전해 내려오는 동네 이름은 지역의 풍습과 특성을 말해주는 살아있는 증인이자 땅에 새겨진 문화유산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신경립(성장기업부 기자)-20100219금] 산고인가 파국인가

 

더 이상은 상생의 여지가 없습니다." 골목상권을 파고드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의 무차별 확장에 맞서 중소상인들이 끝내 머리띠를 두르고 거리로 나섰다. 칼바람이 유달리 매서웠던 18일 여의도 국회 앞, 이들은 SSM 허가제 도입을 위한 법개정을 촉구하며 무기한 단식농성에 돌입했다.

 

사업조정을 통한 대기업의 출점 자제권고에도 불구하고 SSM 진출이 수그러들지 않자 중소상인들의 원망은 대기업을 넘어 법적 규제에 선뜻 나서지 않는 국회로 향하고 있다. 그동안 간간이 이어져오던 중소상인과 대형 유통업계 간 대화는 이미 단절된 상태다. 한 건물을 쓰는 소상공인단체연합회와 체인스토어협회의 고위층 간 논의를 겸한 식사자리도 지난해 말을 끝으로 잡히지 않고 있다.

 

갈등 끝에 극단적 노선을 택한 것은 유통업계뿐만이 아니다. 중소 플라스틱 제조업체들은 대기업의 불공정거래를 이유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가액은 크지 않지만 영세 중소업체들이 소송 행렬에 대거 참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키코 기업들과 은행권의 마찰은 형사소송으로까지 비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소송에서 재판부가 은행 손을 들어주자 키코 기업들은 은행 담당자들에 대한 형사소송을 결의한 데 이어 장외투쟁도 불사하고 나섰다.

 

올해 들어 중소업계에 짙은 전운이 감돌고 있다. 갈등의 불씨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면서 산업계의 화두인 '상생협력'은 자취도 보이지 않는 것 같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최근 "지난해가 살아남기에 급급한 한 해였다면 올해는 상생이 매우 중요하다"며 "동반 성장을 위한 상생협력을 위해 중소기업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겠다"는 의지를 밝힌 바 있다.

 

중앙회장이 뜻하던 것은 아니겠지만 방법의 옳고 그름을 떠나 궁지에 몰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목소리는 새해 들어 분명 커진 듯하다. 문제는 이들의 목소리와 날 선 대립구도가 서로 건널 수 없는 갈등의 골을 더 깊게 파놓을지 상생문화 조성을 위한 극약처방 역할을 하게 될지의 여부다.

 

모쪼록 지금 겪는 갈등의 시간이 상생의 열매를 맺기 위한 산고의 고통으로 모두에게 남기를 바란다.



향기로운 마음


향기로운 마음은 남을 기도하는 마음 입니다.
나비에게... 벌에게... 바람에게...
자기의 달콤함을 내주는 꽃처럼
소중함과 아름다움을 베풀어 주는 마음입니다.

 

여유로운 마음


여유로운 마음은 풍요로움이 선사하는 평화입니다.
바람과 구름이 평화롭게 머물도록
끝없이 드넓어 넉넉한 하늘처럼
비어 있어 가득 채울 수 있는 자유입니다.

 

사랑하는 마음


사랑하는 마음은 존재에 대한 나와의 약속입니다.
끊어지지 않는 믿음의 날실에
이해라는 구슬을 꿰어놓은 염주처럼
바라봐주고 마음을 쏟아야 하는 관심입니다.

 

정성된 마음


정성된 마음은 자기를 아끼지 않는 헌신입니다.
뜨거움을 참아내며 맑은 녹빛으로
은은한 향과 맛을 건내주는 차처럼
진심으로부터 우러 나오는 실천입니다.

 

참는 마음


참는 마음은 나를 바라보는 선입니다.
절제의 바다를 그어서 오톳이 자라며
부드럽게 마음을 비우는 대나무처럼
나와 세상이치를 바로 깨닫게 하는 수행입니다.

 

노력하는 마음


노력하는 마음은 목표를 향한 끊임없는 투자입니다.
깨우침을 위해 세상의 유혹을 떨치고
머리칼을 자르며 공부하는 스님처럼
꾸준하게 한 길을 걷는 집념입니다.

 

강직한 마음


강직한 마음은 자기를 지키는 용기입니다.
깊게 뿌리내려 흔들림없이
사시사철 푸르른 소나무처럼
변함없이 한결같은 믿음입니다.

 

선정된 마음


선정된 마음은 나를 바라보게하는 고요함입니다.
싹을 튀우게하고 꽃을 피우게하며
보람의 열매를 맺게하는 햇살처럼
어둠을 물리치고 세상을 환하게 하는 지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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