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2월 22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100222월] 국제테러 위협 일깨운 탈레반 조직원 검거
국내에서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을 조직하려 한 파키스탄인이 검거돼 우리나라가 테러 안전지대가 아님이 다시 한번 확인됐다. 우리나라는 올 가을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둔 마당이어서 국제 테러의 표적이 될 가능성이 높다. 더구나 국회 동의를 거쳐 아프가니스탄 파병이 이뤄지면, 탈레반이 이미 위협한대로 직접 공격이나 한국인 납치 테러를 자행할 수도 있다. 정부는 모든 위험 요소를 철저히 점검하고 총력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한다.
검거된 파키스탄인은 이슬람사원 성직자로 일하며 신자들을 대상으로 탈레반 조직 결성을 시도하고 주한미군 관련정보를 수집했다고 한다. 해외 테러 세력의 국내 잠입 못지 않게 자생적 테러 조직의 출현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에는 100만 명 이상의 외국인이 체류하고 있다. 일부 극단주의자들이 해외 테러세력과 연계, 한국 사회에 대한 불만을 무차별 테러로 분출하려는 시도가 얼마든지 가능하다.
실제 미국, 유럽 등지에서는 이 같은 자생적 테러가 급증하는 추세다. 특히 국제 테러조직 알 카에다는 인터넷을 이용, 전 세계에 산재한 잠재적 테러리스트를 조종해 이들에게 테러 정보와 구체적 노하우를 전파하는 등 '네트워크 테러' 단체로 변신해 가고 있다. 직접 접촉 없이도 얼마든지 테러를 지시해 실행에 옮기도록 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춘 것이다.
대 테러 관련기관들은 국내 체류 외국인 중 극소수 극단주의자들을 선별ㆍ대응할 수 있도록 정보교류 및 수사협조 체제를 강화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외국인들의 인격과 인권, 문화를 존중함으로써 그들 사회에서 극단적 테러리즘이 싹트지 않도록 환경을 조성하는 게 중요하다.
국회는 국민 보호 관점에서 테러 예방 및 대 테러 활동이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테러방지법안 심의를 신속히 진척시켜야 한다. 정부는 단 한 명의 테러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빈틈없는 경계 대책을 마련하고 수시로 점검ㆍ보완해야 할 것이다. 재외국민 보호에도 한층 힘써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100222월] 철저히 가려야 할 자율형사립고 부정입학 의혹
이명박 정부 핵심 교육정책의 하나로 등장한 자율형사립고(자사고)가 시작부터 삐걱거리고 있다. 올해 처음 신입생을 선발한 자사고에서 부정입학 의혹이 터져나오고 있는 것이다.
문제가 제기된 부분은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이다. 서울 일부 중학교에서 대상자가 아닌 학생들을 교장이 추천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교육청이 조사에 나섰다.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은 자율형사립고를 귀족학교라고 비판하는 여론을 잠재우고자 교육과학기술부가 꺼내든 카드였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다문화가정 등 가정 형편이 어려운 학생들이 교육외적 조건 때문에 공부를 포기하지 않도록 특별전형으로 자사고 정원의 20%를 뽑도록 명문화했다.
하지만 이번 입시에선 특별전형 정원의 15%에 해당하는 142명은 뽑지 못했다. 뽑힌 학생들 가운데서도 사회배려 대상자가 아닌 학생들이 다수 포함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런 상황이 빚어진 것은 무엇보다 일선 교육청의 안일한 대응 탓이다. 애초 경제적 배려 대상자 가운데 객관적 증빙이 불가능할 경우 교장의 추천만으로 지원할 수 있게 한 것이 문제였다. 이미 이런 문제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는 의견이 있었지만, 교육청은 묵살했다. 부정을 부추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도의 취지를 번연히 알고 있는 일선 중학교와 자사고가 학부모들의 협잡에 눈감고 방조한 것도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결국 이들의 합작으로 자율형사립고 입시제도의 신뢰성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됐다.
사안이 이렇듯 중대한데도 해당 교육청은 추천서의 적격 여부만 가리겠다고 한다. 안 될 말이다. 철저히 조사해 부정입학생의 입학을 취소해야 제도의 신뢰성을 회복할 수 있게 된다. 그러려면 교과부가 나서서 관련 당사자들은 물론 해당 교육청의 책임을 철저히 물어야 한다.
제도의 신뢰성을 위해선 정원 미달 사태를 빚는 원인이 무엇인지도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자사고 일반전형의 경우엔 내신 50% 안에 드는 지원자 가운데 추첨하도록 돼 있지만 사회배려대상자 전형은 성적순으로 뽑도록 했다. 이런 차별을 없애지 않으면 미달사태가 되풀이되고, 결국 그 비율을 줄이자는 소리가 나오기 십상이다. 이 전형방식을 통해 사회배려대상자의 교육기회를 확대하겠다는 게 정부의 진정한 뜻이라면 이 기준을 철회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100222월] 국립대 성과연봉제 발목 잡는 교수들 명분 없다
2015년부터 전국 41개 국립대 교수들에게 성과연봉제가 전면 도입된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올해 하반기부터 신임교원을 대상으로, 내년부터는 전임강사 조교수 부교수 등 모든 재계약교원에게 성과연봉제를 우선 적용하기로 했다. 국립대 교수는 현재 봉급과 수당, 1년 단위로 지급되는 성과급을 받고 있다. 성과연봉제로 전환하면 기존 봉급과 수당을 합쳐 기본연봉이 책정되고 성과에 따라 차등 책정되는 성과연봉을 받게 된다. 몇 년만 지나면 교수들 간에도 급여차가 벌어져 국립대에서도 ‘억대 연봉 교수’가 탄생할 수도 있다.
고인 물 같은 교수사회에 경쟁풍토를 조성하고 연구역량을 강화하자면 성과연봉제는 불가피한 선택이다. 미국에서는 아이비리그와 같은 사립대나 주정부가 재정을 지원하는 주립대도 교수 연봉은 대학당국과 계약을 통해 결정한다. 근무연한만 채우면 차근차근 봉급이 올라가는 우리 대학과 같은 급여체계는 존재하지 않는다. 종신교수직을 얻지 못하면 몸담았던 대학을 떠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이런 분위기가 연구와 교육의 질을 높인다. 미국 대학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국립대 교수들은 과도한 수업과 행정업무 부담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성과연봉제는 연구의 질을 떨어뜨릴 것이라며 벌써부터 반발이 심하다. 그러나 속내를 들여다보면 교원평가제를 반대하는 전교조 교사들과 다를 게 없다. 철밥통에 안주해온 교수사회의 체질을 바꾸려면 성과와 보수를 연계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서둘러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 스포츠 세계에서는 0.01초의 차이로 승부가 갈리고 시상대에서 목에 거는 메달의 색깔이 달라진다. 연구와 강의를 스포츠와 비교한다고 기분 나쁠 교수들이 많을지 모르지만 교수사회에서는 공정하고 투명한 실력경쟁이 왜 안 된다는 말인가.
국립대가 법인화하면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시행하라, 마라 할 필요도 없다. 대학들이 알아서 할 문제이다. 국립대 가운데 서울대는 법인화를 결정했지만 지방 국립대들은 법인화를 외면하고 있다. 이런 분위기에서 교수 성과연봉제는 연구와 교육경쟁을 유도해 대학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국립대의 변화는 사립대의 변화를 촉진시켜 대학경쟁력을 동반 향상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진짜 실력 있는 교수라면 성과연봉제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조선일보 사설-20100222월] 새 형사 재판 제도가 제구실하려면
우리나라 법원 중 규모가 가장 큰 서울중앙지법이 중요 형사 사건을 형사 단독 판사 3명이 임시로 하나의 부(部)를 이뤄 재판하는 재정(裁定)합의부 4개를 새로 만들었다. 재정 합의부는 단독 판사가 맡게 돼 있는 사건 중에서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크거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을 재판하게 된다. 서울중앙지법은 형사 단독 판사 16명 전원도 법관 경력이 10년 이상 된 판사들로 구성했다. 전국의 다른 지방법원도 이번에 재정 합의부를 새로 설치했다.
최근 법관 경력이나 사회 경험이 짧은 젊은 형사 단독 판사들이 PD수첩 광우병 보도나 강기갑 국회폭력 사건 등에서 국민 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을 잇달아 내려 사회 혼란과 사법부 불신을 불러왔다. 법원의 이번 조치는 이런 비판 여론을 받아들여 보완 대책을 세운 것이다.
재정 합의부 제도는 전에도 있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간 한 번도 구성된 적이 없을 정도로 유명무실(有名無實)했다. 법원장은 사건을 판사들에게 배당하기에 앞서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사건은 재정 합의부에 배당할 수 있고, 이미 배당을 받은 단독 판사도 스스로 판단해 재정 합의부에서 재판하는 게 마땅하다고 생각되면 재정 합의부로 재배당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었다. 그런데도 법원장은 어떤 사건을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것 자체가 재판에 개입한다는 오해를 살까 봐 재정 합의부에 배당하는 것을 꺼려왔다. 판사들은 자기에게 떨어진 사건을 재정 합의부로 옮겨달라고 하면 능력과 책임감 부족을 자인(自認)하는 결과가 될까 걱정해 이 제도 이용을 피해 왔다.
재정 합의부 제도가 제구실을 하게 하려면 법원장과 부장판사 5~6명으로 심의위원회 같은 걸 만들어 어떤 사건을 재정 합의부로 넘길 것인가를 결정하도록 하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재정 합의부로 넘길 사건의 기준을 '사회에 미치는 영향이 중대한 사건' '사실관계나 쟁점이 복잡한 사건' '전문지식이 필요한 사건' 등으로 정하는 지금 기준은 너무 모호하다. 법원장이나 판사 혼자서 사건을 재정 합의부로 넘기는 것에 따르는 모든 부담을 지지 않도록 하는 대책이 마련돼야만 이 제도가 또다시 있으나 마나 한 게 되지 않고 튀는 판결, 편향(偏向) 판결의 홍수를 막을 수 있다.
[서울신문 사설-20100222월] 퓰리즘 감세법안 재정악화 우려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상정된 조세법안 28건 가운데 20여건이 비과세·감면을 요구하는 법안이라고 한다. 여야 의원들이 앞다퉈 내놓은 이들 감세 법안은 다자녀·교육비 소득공제 확대, 출산·입양 세제 혜택, 창업 중소기업 감면 확대 등 민생 지원과 일자리 창출을 위한 방책들이다. 문제는 세금 깎아주기가 당장은 유용할지 모르나 세수 부족을 초래해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비용 추계가 첨부된 5개 법안만 따져도 세수 감소 규모가 연간 1조원대, 향후 5년간 4조 7000억원대에 이른다는 분석이다.
정부는 지난해 재정 건전성 악화문제가 제기되자 불요불급한 비과세·감면을 줄이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남유럽발 재정 위기로 재정 건전성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재정 악화를 야기하는 임시방편식의 세금 지원책을 최소화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올들어서도 경제 살리기와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중소기업 고용증대 세액공제를 추진하는 등 감세 쪽으로 나아가고 있다.
정부는 올해 국가채무 규모가 407조 2000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국내 총생산(GDP) 대비 36.1%에 이르는 수치다. 반면 지난해 국세 감면액은 28조 3968억원으로 감면율이 14.7%였다. 법정 한도가 적용된 첫해인 2007년만 빼고 2년 연속 법이 정한 국세 감면 한도를 넘어섰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한나라당 김성식 의원에게 제출한 ‘우리나라의 재정 건전성’ 보고서에서 “세수 증가가 어려운 상황에서 복지 지출 등이 빠르게 늘어날 가능성을 감안할 때 우리나라 재정수지는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각종 비과세·감면 축소, 지출의 유연성 제고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서민과 취약계층을 위한 세제 지원은 마땅히 늘려야 한다. 하지만 당장의 편의를 위해, 또는 포퓰리즘성으로 세금 감면을 남발하면 그 부담은 머지않아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더욱이 고용악화나 저출산 같은 사회문제는 세제 혜택이 아니라 보다 근본적인 처방을 내놓아야 한다. 정부는 이제라도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만전의 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100222월] 세종시 여당 의총, 끝장토론으로 합리적 결론내라
세종시 수정안의 당론결정을 위한 한나라당 의원총회가 오늘 열린다. 또 정부는 관련 법률안을 3월2일 국무회의에 상정키로 함으로써 세종시 수정안이 본격적인 처리 수순에 들어가고 있다. 그동안 여당 내부,여당과 야당간 소모전만 거듭해온 세종시 문제 처리가 중대한 분수령을 맞고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의 여당내 토론과정과 그 결과에 지대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이 문제에 대한 토론이 본격화되더라도 한나라당이 세종시 수정안의 당론(黨論) 채택에까지 이를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수정안 반대에서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는 친박계가 일단 의총에는 참여하지만 표결에는 불참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진 까닭이다. 더구나 최근 친박계 좌장격이던 김무성 의원이 토론의 물꼬를 트기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음에도,친박계는 여전히 강한 거부반응을 보이고 있는 상황이다.
세종시 수정은 그 당위성에도 불구하고 집권 여당의 당론 채택에 실패하거나,또 당론이 채택되더라도 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정부안 관철이 사실상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지 않아야 하지만 불가항력의 현실인 것 또한 사실이다. 다만 어떤 결론이든 반드시 전제돼야 할 것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정치공세가 아니라 이성적이고 합리적인 토론을 거쳐 도출된 결과로 국민 모두가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나아가 원안이냐,수정안이냐의 첨예한 대립을 해소할 수 있는 대안 모색의 가능성에 대해서는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그것이 정치권의 할 일이다. 정부 측의 "부처이전은 원칙적으로 안되지만,정치권 논의를 거쳐 합리적 대안이 나오면 의회민주주의 차원에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입장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
중요한 것은 세종시 수정안 논의를 어떻게든 이번에는 매듭지어야 한다는 점이다. 언제까지 세종시에 매달려 다급한 민생 현안을 팽개칠 수는 없고 앞으로 경제위기 극복을 위한 정책 추진과제도 산적해 있다. 끝장토론을 통해 여당의 당론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통일되고,그것이 친이계 · 친박계 모두에게 수용됨으로써 오는 4월 임시국회에서는 반드시 이 문제가 확실하게 마무리되도록 하지 않으면 안된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100222월] 오토바이 불법 난폭운행 반드시 뿌리뽑아라
서울경찰청이 인도나 횡단보도 통행 등 오토바이 불법행위를 다음달 말까지 집중 단속하기로 했다.
수도 서울을 비롯해 거의 모든 도시에서 오토바이가 인도를 종횡무진 다니는 것은 국격과는 너무나 거리가 먼 창피한 모습이다. 차량 사이를 지그재그로 파고들며 난폭하게 질주하는 것도 위험천만이지만 버젓이 인도와 횡단보도를 차지하고 보행자에게 비키라고 경적을 울려대는 행위는 적반하장이다. 보행인 안전에도 심각한 위협이 되지만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에게는 어떻게 비치겠는가. 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사실 오토바이가 거리의 무법자 행세를 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법을 지킨다고 해서 생계에 지장이 있을 리 만무함에도 법을 우습게 아는 오토바이 운전자들에 대해 생계형 범죄라며 관대하게 처분했던 관행이 이 지경을 만든 것이다. 단속기간이 끝났다고 오토바이가 도로나 횡단보도로 다니도록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임에도 날짜를 잡아 반짝 실시하는 집중단속으로 불법행위를 막는 데 시한을 두는 것도 말이 안 된다.
국가브랜드위원회가 세계 주요 50개국을 대상으로 국가브랜드 지수를 조사한 결과 한국은 19위로 경제 규모 순위(15위)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글로벌 시민의식이나 기초질서 준수 등 국민 분야 순위는 33위로 더 형편없었다. 경제력만 키운다고 선진국다운 면모가 갖춰지는 게 아니다.
봄이 되면 시민들의 나들이가 부쩍 늘어날 것이다. 거리질서 확립은 시민들의 쾌적하고 안전한 삶과 직결될 뿐 아니라 자라나는 어린이들에게 준법의식을 길러주는 살아 있는 교육을 위해서도 꼭 필요하다. 도쿄ㆍ뉴욕ㆍ런던ㆍ파리 같은 선진국 도시의 질서를 부러워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법을 지키는 대다수 선량한 시민을 보호하기 위해서도 거리질서를 바로잡아야 한다. 오토바이 불법 통행과 함께 교차로 꼬리물기 단속도 무기한으로 벌여 교통문화를 반드시 한 단계 격상시켜 놓기 바란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허귀식(경제부문 차장)-20100222월] 금
금은 금속이라 하기엔 너무 무르다. 장신구 외에 이렇다 할 쓸모가 없다. 칼이나 낫을 만들 수도 없고. 쌀 같은 먹을거리도 못 된다. 오늘날에는 반도체나 인공위성 등으로 쓰임새가 넓어지긴 했으나 이전엔 금을 쓸 곳이 많지 않았다. 그런데 왜 인간들은 그토록 오랜 세월 황금에 목말라 했을까.
『황금의 지배』 저자인 피터 번스타인은 “그건 바로 권력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라고 답한다. 특유의 광채와 희소성 덕분에 금은 권력자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이집트에서 금을 사용하는 것은 파라오의 특권이었다. 금은 신의 장식물이었다. 파라오는 스스로를 금으로 장식함으로써 자신을 신과 같은 반열에 올려놓았다. 우리나라에서도 오래전부터 일반 백성들이 금을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삼국사기』에 따르면 서기 144년, 신라의 일성이사금은 “민간에서는 금은과 주옥(珠玉, 구슬과 옥)의 사용을 금하라”고 명했다.
권력자는 자신을 신비롭게 꾸미는 데 금보더 더한 것을 찾지 못했다. 황금으로 만든 왕관과 옷가지는 권력자의 물건이었다. 권력자이면 부자이던 시대였으므로 금은 곧 부의 상징에 등극했다.
인간은 소유하지 말라는 것을 더욱 갖고 싶어 한다. 150여 년 전 골드러시와 함께 엄청난 금을 생산한 미국에서도 1933년부터 개인의 금 소유를 전면 금지했다. 금을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에 내놓지 않으면 최장 10년간 감옥에서 살아야 했다. 75년에 금지가 풀리자 금 소비가 확 늘며 값이 껑충 뛰었다. 중국은 공산화 이후 금 소유를 금지했다. 2002년에 금 소유가 허용되자 중국의 금 수입은 폭발적으로 늘었다. 금을 향한 인간의 집착은 금속 자체의 값어치보다 어쩌면 금기·동경의 역사에서 먼저 촉발됐는지 모른다.
올림픽 승자에겐 금메달을 준다. 금 자체가 ‘최고’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서다. 인간의 금 욕심을 이용해 배타적 승부욕을 부채질하겠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하지만 금을 향한 욕망이 강렬한 나머지 인간은 금의 노예가 되기도 한다. 인간이 금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금이 인간을 갖고 노는 것이다. 금메달에 집착한 우리도 금메달을 못 딴 선수가 흘린 땀과 눈물을 외면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은, 동메달도 아니면 ‘목매달’이라 비난을 퍼붓기까지 했다. 겨울올림픽 무메달 이규혁 선수에게 쏟아지는 국민과 대통령의 격려에서 금의 사슬에서 조금씩 벗어나는 우리를 본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철웅(논설실장)-20100222월] 문학적 저항
“문학하는 자세를 바로잡으려 할 때 문학의 순수성을 새로 문제삼을 필요가 있다. 요즈음 우리 주변에서도 ‘순수’와 ‘참여’의 논의는 많은 관심을 모으고 있는 듯 하다.…” 1966년 초 ‘창작과 비평’ 창간호에 실린 백낙청의 권두논문 <새로운 창작과 비평의 자세>는 이렇게 시작한다. 백낙청은 순수문학을 신랄하게 비판하고 “한국문학은 단순히 한국의 문학이라는 사실만으로도 남북의 절단에 대한 생생한 항의가 되며 역사적 운명공동체인 한국민족의 가장 애타는 소망을 대변하는 것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인 윤무한은 “ ‘창비’는 청년 지식인 백낙청이 쏘아 올린 신호탄이었고, 권두논문은 그의 문학적 선언이었다. 당시 그의 나이 겨우 28세. 132쪽에 정가 70원짜리 창간호는 문학에 대해 고민하던 이들에게 눈앞에 드리운 안개를 걷어낸 경이로운 지적 마당이었다”고 썼다. 그의 표현대로 ‘창비’의 출현은 참여문학의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다. 이 계간지가 지향한 것은 ‘현실의 감추어진 진실을 드러내는’ 문학이었다. 그것은 민족문학이며 시민문학이었고 때론 현실의 부조리에 맞서는 저항의 문학이었다. 엄혹한 독재 아래서 잡지는 강제 폐간과 복간, 필화사건 등 곡절을 겪어야 했다. 그럼에도 시인 작가들의 저항정신은 꺾이지 않았다.
도리어 시대가 바뀌면서 참여문학에서 팽팽한 긴장감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민족문학 작품들이 활력을 잃었고 소재 빈곤을 드러냈다. 혹자는 원인을 시대상 변화 등 문학 외적인 곳에서 찾았다. 민주화 이후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를, 인권과 자유를 외칠 일이 더 이상 없어졌기 때문인가. 그렇지 않을 것이다. 소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난쏘공·1978)> 작가 조세희는 지난해 1월 용산 참사 후 “30년 세월이 아무 변화도 가져오지 않았으며 상황은 오히려 나빠졌다”고 말했다.
한국작가회의가 정부의 보조금을 거부하고 ‘저항의 글쓰기’ 운동을 펼치기로 결의했다고 한다. 도화선은 문화예술위원회가 문예진흥기금 지급 조건으로 시위불참 확인서 제출을 요구한 것이었다. 이 소식을 들으면서 문득 70년대 부른 ‘훌라송’이 생각난다. 그래, 시인 작가들이 언제 까짓 몇천만원에 지조를 굽혔는가. 시인 작가를 몇푼 돈으로 길들이려는 비문화, 반교양을 어떻게 용납할 수 있는가.
[서울경제신문 칼럼-동십자각/정두환(부동산부 차장)-20100222월] 똑똑한 소비자를 믿어라
1년이 훨씬 넘도록 제자리걸음이다.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폐지 얘기다. 정부가 "시장을 왜곡하는 잘못된 제도는 과감하게 뜯어고치겠다"며 법안개정 방침을 추진했지만 한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최근 열린 국회 건설교통해양위원회 1차 소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이 다시 논의될 예정이었지만 논의조차 못한 채 회의가 무산됐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폐지논의가 계속 겉도는 것은 '집값' 때문이다. 상한제를 폐지하면 고분양가 사태가 재현돼 주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는 셈이다. 이는 참여정부 당시 분양가상한제를 도입했던 때와 비슷한 논리다.
하지만 잘 살펴봐야 할 것이 있다. 당시 참여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공급확대'를 배제한 채 인위적인 가격 통제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뒀다는 점이다. '공급확대'로 집값을 안정시키려는 현 시장상황과 차이가 나는 점이다.
분양가상한제를 풀 경우 서울 등 인기지역에서는 단기적으로 분명히 분양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재건축이나 재개발사업은 분양가를 높일 경우 조합원들의 수익 증대 효과를 가져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양가 상승이 주변집값 자극이라는 도미노효과를 가져올 확률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해 강남주변부의 한 재건축추진단지는 분양가를 높였다가 참담한 분양성적표를 받아든 경험이 있다.
더욱이 외곽지역의 경우 현재의 시장상황으로는 분양가가 올라갈 가능성이 높지 않다. 심지어 고양 삼송, 김포 한강, 인천 청라 등에서는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 아파트조차 줄줄이 미분양ㆍ미계약 사태를 빚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사는 값을 올리고 싶어도 함부로 올릴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민간 분양가상한제 폐지의 또다른 '안전판'은 바로 보금자리주택이다.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을 해제해 조성하는 보금자리주택지구 아파트 분양가는 강남권조차 3.3㎡당 1,000만원대로 주변시세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민간 건설사 역시 상품의 판매가격 산정 과정에서 공공주택의 저렴한 분양가를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다.
과거 주택의 절대량이 턱없이 부족하던 때는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의 시장상황은 다르다. 소비자는 다양한 주택을 비교하고 냉철하게 판단한다. 이제는 시장을 똑똑한 소비자의 판단에 맡겨 보는 게 어떨까.
스피치가 달라지면 인생이 달라진다 !
스피치(말)는 단순한 의사표현이 아니다.
스피치는 말하는 사람의 지식과 경험, 철학 등을 담아 세치의 잛은 혀를 통해 지식과 지혜,
심지어 큰 깨달음을 얻게 되기도 한다.
경우에 따라서는 상대를 설득하고 감동시켜 운명까지 바꾸는 것이 바로 스피치의 힘이다.
인간의 가장 빠른 변화와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스피치 능력을 계발하는 것이다.
즉, 스피치가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
'성공하려면 스피치를 잘하라. 성공하는 사람은 스피치에 능하다'라는 말처럼
스피치는 단순한 의사전달이나 표현이 아니다.
자신감의 발로, 신념의 원칙이며 원만한 대인관계와 성공적인 리더십을 발휘하는데
가장 중요한 매개체가 되는 것이 바로 말, 스피치인것이다.
많은 전문가들이 '스피치가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라고 말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의 머리와 가슴에 꽂히는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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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르는 사람의 전화를 한 통 받았습니다. 자신의 무기력증을 호소했습니다.
아무런 의욕 없는 하루가 감각을 잃은 피부를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간답니다. 모든 에너지가 방전되어 고갈된 듯 하답니다.
꼼짝없이 그렇게 당하고 있답니다. 어떻게 하면 좋은지 물었습니다.
목소리에는 그 사람의 지금이 물먹은 솜처럼 담겨있었습니다.
그는 조언을 원했지만 그가 정말 원하는 것은 조언이 아닙니다. 말은 그에게 아무 도움도 되지 못합니다.
그저 스스로 일어나 걷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서 말하는 것 보다 조금 더 어려운 일을 주문했습니다.
말하는 대신 써 보라 했습니다.
종이와 연필을 꺼내 영화 속의 주인공들처럼 아주 긴 Wish List,
그러니까 생각나는 대로 머리 속에 떠오르는 모든 소원의 목록을 만들어 보라했습니다.
종이 위에 쓰면 이루어진다고 말했습니다. 왜냐하면 생각은 머리만 움직이는 것이고, 쓰기는 머리와 손을 모두 움직이는 것입니다.
손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육체를 가동시킬 수 있게 됩니다. 쓰기는 이미 일종의 실천인 셈이지요.
그리고 그에게는 지금 아주 작더라도 실천 자체가 중요하니까요.
그 다음 내게 하고 싶은 말도 글로 써 보내라 했습니다.
생각 보다 명료한 것은 말로 생각을 포착하는 것입니다. 생각이 말을 얻으면 표현된 것입니다.
그러나 말은 바람처럼 사라지는 것이고, 글은 말이 종이 위에 포획된 것입니다.
글이 쓰여지는 동안 생각은 스스로를 다듬어 갑니다. 생각이 쉽게 핵심을 향해 전진하게 도와줍니다.
글은 글재주의 문제가 아니라 생각의 가시화 능력을 뜻합니다. 우수마발을 떨어내고 핵심에 이르면 실천 강력으로 쓸 만합니다.
쓰는 동안 스스로 무엇을 해야하는 지 알아가게 되는 것이지요.
글은 이미 행동입니다. 종이와 펜, 가장 강력한 행위의 도구입니다.
오늘은 써 보세요.
두려운 모든 것들을 써 보면 종이 위에 그 단어들이 나타나는 순간 아무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무서운 것들이 햇빛으로 나오는 순간 우스운 것으로 변해 어이없게 하듯
두려움은 그 정체에 다가서는 순간 참을 만한 것이 되고, 죽고 사는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에 도달하게 됩니다.
또한 하고 싶은 것들을 써 보세요.
그것은 작은 램프에 갇혀 있다가 지니처럼 피어올라 이내 경이로운 현실이 됩니다.
모든 기적이 종이 위에서 가장 먼저 이루어진다는 것을 잊지 마세요.
마치 빛나는 랜드마크도 처음 한 장의 청사진에서 시작하듯 말이지요.
오늘은 조용히 앉아 써 보세요.
- 출처 : 구본형 변화경영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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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감가는 이성에 쪽지…10명중 1명은 연락 와
지금까지 솔로였던 적이 단 한번도 없었던 애인 제조기 같은 친구 한 명이 있었다.
더구나 그 친구는 누구나 하는 소개팅 한번 한 적 없는 친구였다.
그렇다면 그 친구는 어떻게 해서 그런 경이적인 신기록을 달성할 수 있었을까?
엄청나게 돈이 많아서? 뻑 갈 정도로 잘생겨서? 아니었다. 단지 한 가지 방법을 실천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방법이란 이름하여 ‘쪽지 전법’이다.
여기서 말하는 쪽지 전법이란 쪽지에 자필로 ‘꼭 할 말이 있습니다.
연락 부탁 드릴게요’라는 내용과 함께 자신의 연락처와 메일 주소를 적은 다음 맘에 드는 상대에게 부끄러운 뉘앙스를 풍기며 살짝 건네주는 전법으로 그 효과가 실로 막강하다.
예를 들어 그 친구의 경우 평소 10장씩 들고 다니다 맘에 드는 사람에게 쪽지를 건넸는데 10장을 건네게 되면 최소 1명에게는 연락이 오는 것이었다.
물론 이 친구처럼 쪽지를 남발해선 안되겠지만 능동적으로 이성과 만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 중의 하나란 사실만큼은 분명하다.
많은 사람들이 이성과 만날 공간과 기회가 부족하다고 하소연 하곤 한다.
기껏 이성을 만나볼 기회라고 해봐야 소개팅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이 방법을 사용하면 이성과 만날 기회는 무궁무진해진다.
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상형과 근접한 이성에게 곧바로 자신의 관심을 표현할 수 있다.
우리의 일상은 의외로 단조롭다. 그렇기 때문에 능동적인 자세로 이성을 찾지 않는다면 특별한 만남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다.
물론 이런 능동적인 자세가 부담스럽고, 많은 용기와 자신감을 필요로 하겠지만 이 정도의 적극성조차 결여되어 있는 젊음이라면 그 젊음은 앙상한 나뭇가지처럼 차갑게 메말라 갈 뿐이다.
그리고 특히 여자들의 경우엔 남자가 먼저 접근해 주길 바라는 심리를 가지고 있는데 요즘은 오히려 적극적인 여자가 환영 받는 시대다.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지 못하고 마냥 누군가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면 자신의 이름 앞에 ‘노처녀’라는 수식어가 붙기란 시간 문제다.
이렇듯 먼저 손을 내밀 줄 아는 자가 진정으로 손을 잡을 줄 아는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80% 이상이 맘에 드는 이상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친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지만 고백의 성공률이 가장 높은 계절인 이 가을 맘에 드는 이성에게 쪽지를 한번 보내 보자.
그 작은 실천이 당신의 운명을 만들어 줄 테니깐 말이다.
맘씨 곱고 아름다운 신데렐라일지라도 혼자서 무도회장에 갈 수 있는 용기와 자신감이 없었다면 백마 탄 왕자를 만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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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이상하지.
다들, 가장 사랑하는 사람과는 함께하지 못하는 것 같아.
그래도 세월이 흐르고 나서는 오래도록 함께한 사람을
가장 사랑했다고 생각하게 되겠지, 아마.
에쿠니 가오리 / 장미 비파 레몬
세월이 지나고 나면 잠시 스쳐지나온 것만 같은데
너무 빨리 지나쳐 버려 아쉬움만 남는다
어린시절에 붙잡아 매놓은 듯 그리도 가지 않던 시간들이
나이가 들어가면 남는 것은 그리움뿐
시간을 도둑맞은 듯 달아난다
가끔은 잠시 멈추어준다면 더 행복할 수 있을 것만 같은데
사랑을 잃어버린 동안에 시간은 의미없이 더 빠르게 흐른다
매달리듯 애원하며 멈추워놓고 싶어도
떠나가는 시간은 흘러만 가는데
꼭 잡아두고 싶었던 것들도 모두 다 놓아주고 싶어진다
흘러가야만 하는 세월을 멈출 수가 없다
흘러만 가는 세월 / 용혜원
그때가 언제인지 몰라. 이제 기억이 안 나.
아니 내가 당신을 만났던 것이
내 인생에서 정말 일어난 일인지 아닌지도 모르겠어.
당신과 나 사이에서는 언제나 불확실한 시간들이 흘러갔지
아주 오래 된 사소한 일이 손에 잡힐듯 떠오르는가 하면,
어제 있었던 일은 까마득하게 잊혀지기도 했어.
그리고 그 모든 날들은 절대적인 시간의 흐름속에 묻혀갔지.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는 무엇이 남아있는 것일까.
푸른 백지 같은 하늘은 아직도 우리들 머리 위에 있는데.
그렇다 해도 당신을 전부 잊어버렸단 건 거짓말이야.
난 가끔 궁금해하곤 하지.
아직도 당신은 그렇게 아이처럼 웃는지.
아직도 그렇게 먼 곳을 바라보며 이야기 하는지.
아직도 당신이 세운 그 굳건한 성 속에서 당신만의 꿈을 꾸고있는지
세상은 아직도 당신에게 그렇게 거칠고 낯선지.
당신을 생각하면 내 마음은 캄캄한 동굴 속에서 헤매는 어린아이처럼,
두렵고 무서웠어.
나는 당신을 사랑했다고 생각했지만
그건 당신이 내게 준 깊은 외로움 탓이었지.
아주 멀리 떠나왔지만
아직도 나는 캄캄한 동굴속에 갇힌 꿈을 꾸곤 해.
캠퍼스에서는 꽃들이 무서운 기세로 봉오리를 터뜨리고 있었지
나는 당신이 내 사랑을 알아주지 않아
얇고 바삭바삭한 크래커처럼 메말라 있었어.
밤이면 크고 둥근 달이 우물처럼 하늘 위에 떠있었고,
나는 그 속에 들어앉아 아무 것도 생각하지 않으며 삶을 마치고 싶었던거야.
그 해 봄에는 비 한방울 내리지 않았어
작은 아이들은 동네 골목길에서 물풍선을 터뜨리며 놀았지.
그때, 아이들이 잘못 던진 물풍선 하나가 내 창에 맞았고,
길을 지나가던 작은 고양이가 조심스럽게 물방울을 핥고 있었어,
내 마음은 언제 어디에서 터져버린 걸까.
나는 꽃들이 무서워 내내 방에만 틀어박혀 있었어.
그리고 그때 나는 이미 알고 있었지.
우리의 이야기는 해피엔딩이 아니라는걸, 나는 알고 있었지.
우리의 이별은 끔찍하게 길어질 것이라는 걸, 나는 또 알고있었지.
나는 변함없이 언제까지나 그 자리에 앉아,
그 긴 이별을 기다리게 될거라는 걸...
나는 왜 모든 걸 알고 있었던걸까.
그토록 길고 흐린 이별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면서,
아무것도 시작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후회를 하면서,
내 심장을 할퀴는 바람 소리를 들었어.
바람 소리 같은 노래를, 똑같은 노래를 듣고 또 들었어.
내가 다시 살아 갈 수 있는 방법이 마치 그 안에 있는 것처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어디에도 없었지.
모래알처럼 거칠었던 그 사랑,
나는 당신을, 당신은 나를 태울수가 없었지
물기는 조금도 받아들일 수 없는, 막막하고 막막한 공간,
나는 미칠듯한 갈증에 시달리며,
거친 공기속에서 힘들게 숨쉬고 있었어.
공기에서는 서걱서걱한 모래의 맛이 났어.
내 사랑, 당신은 알고 있었니.
우리는 같은 운명에 휩싸여 서로 다른 곳을 보고 있었다는 것을.
당신을 떠나던 날, 나는 무척 아름다운 꿈을 꾸었어.
어쩌면 내 인생에서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아름다운 꿈이었지.
하늘이 너무 맑아서, 구름이 너무 부드러워서,
꽃이 너무예뻐서, 나는 울고있었지.
그건 너무 완벽한 행복이어서 난 어쩔줄을 몰랐어.
잠에서 깨어났을 때, 나는 당신을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지.
그 많은 낮과 밤동안 단 한번도 나를 놓아주지 않던 당신이,
그때서야 비로소 나를 놓아버린거야.
그런 생각을 하자 나는 슬퍼졌어.
그 깊고 긴 꿈에서 단 한번도 당신을 생각하지 않았던 내가 거기 있었어.
나는 울었지만, 그것이 당신을 위한 마지막 눈물이라는것을 알고 있었지.
그토록 까마득한 시간들이 지나고,
그 시간들이 지금 내게 까마득히 느껴지는데
난 아직도 당신과 함께 듣던 노래들을 들을 수가 없어.
하지만 이제는 당신에게 감사해야겠지.
늘 당신을 생각하던 그 여름, 가을, 겨울과 봄,
당신으로 인해 내 마음에는 한 여름에도 폭설이 내렸지만,
세포들 하나하나 살아 숨쉬며 당신을 찾아 헤매던,
그토록 풍요롭던 그 날들은 이제 다시 오지 않을테니.
아주 먼 훗날에라도 우연히 당신을 만난다면,
이 말만은 꼭 해주고 싶었어.
고마워, 당신을 보내고 나는 이렇게 살아 남았어.
그리고 나는 같은 장소, 같은 시간, 같은 거리에 다시 서 있어.
기억은 공기중의 습도와 일조량과 바람의 속도를 프레임 속에 넣고,
찰칵하는 소리와 함께, 당신과 나의 기억을 가두어 버리지.
함께 사랑했던 사람은 사라지고,
풍경은 늘 그 자리에 남는 거야.
가장 마지막까지,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을 하고...
APRIL 2001 PAPER 황경신
사람이란, 살아온 날들의 모든 것을 기억할 수는 없지만,
소중한것은 절대로 잊지 않는다고 난 믿고 있다.
인간이란 잊으려 하면 할수록 잊지 못하는 동물이다.
더이상 상대를 옭아매는 연애 따위는 하고 싶지않다.
과연 나는 기억을 지울 수 있을까...
필요때문에 입을 열어야 할 일은 사실 아무것도 없는 것이다.
정말 필요한게 있는걸까.
그 정도로 중요한 것이 과연 우리 주위에 얼마나 있단 말인가.
약속은 미래야, 추억은 과거고...
추억과 약속은 의미가 전혀 다르겠지.
미래는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아 늘 우리를 초조하게 해
그렇지만 초조해 하면 안돼
미래는 보이지 않지만, 과거와 달리 반드시 찾아오는 거니까
희망이적건, 고통스럽건, 가능성이 제로가 아닌한 포기해선 안돼.
과거란 무엇일까,
과거는 인간에게 불필요한 것일까
이 거리의 속도속에서 과연 나는 자신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사람은 모두 미래를 향해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
시간은 흐른다.
그리고 추억은 달리는 기차 창 밖으로 던져진 짐짝처럼 버려진다.
시간은 흐른다.
바로 어제처럼 느껴지던 일들이,
매 순간 손이 닿지않는 먼 옛날의 사건이 되어 희미한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다.
시간은 흐른다.
인간은 문득 기억의 원천으로 돌아가고 싶어 눈물 흘린다.
시간이 해결해줄거라고,
흘러가는 시간이 마음의 병을 치유하고
과거를 잊게 해주리라 기원하면서....
과거밖에 없는 인생도 있다
잊을 수 없는 시간만을 소중히 간직한채 살아가는것이
서글픈 일이라고만은 생각지 않는다
다시는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뒤쫓는 인생이라고
쓸데없는 인생은 아니다.
인생이란 후회의 연속이다.
인생은 한번뿐이지만,
몇번이라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살아갈 수 있다.
자신의 새로운 짝을 찾아야 한다.
모든 속박을 벗어던지고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여행할것,
수많은 사람을 만날것이다
그리고 수많은 사람과 헤어질 것이다.
배신, 전학, 졸업, 여행, 사별...
그 이유는 얼마든지 들수 있지만,
인간이란 헤어지기 위해 태어난 존재가 아닌가,
그 고통에서 도망치기 위해 모두 새로운 만남을 필요로 하고 있다.
너무도 길게 느껴지는 기다리는 시간...
그것은 깨달음의 시간이기도 하다.
기다림의 저 앞에 기다림을 받아들이는 현실이 있다는 것을 깨닫기위해,
사람은 기다림의 시간에 몸을 담근다.
이순간, 과거도 미래도 퇴색하고, 현재만이 빛을 발한다.
과거도 미래도 현재를 이길 수 없다.
세계를 움직이는 것은 바로 지금이라는 일순간이며,
그것은 열정이 부딪혀 일으키는 스파크 그 자체다.
과거에 사로잡히지 않고, 미래를 꿈꾸지 않는다.
현재는 점이 아니라 영원히 계속되어 가는 것.
과거를 되살리지 않고
미래를 기대하지 않고
현재를 울려퍼지게 해야한다.
냉정과 열정사이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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