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14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814금] 남북관계 밝게 한 억류 근로자 석방
북한에 억류돼 있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어제 석방돼 가족 곁으로 돌아왔다. 3월30일 북측이 "공화국의 정치체제를 비난하고 여성 종업원을 변질ㆍ 타락시켜 탈북시키려 책동했다"는 혐의를 씌워 억류한 지 136일 만이다. 유씨 석방이 동해에서 조업 중 위성항법장치가 고장 나 북방한계선을 넘는 바람에 북한 경비정에 나포된 800 연안호 선원들의 조속한 송환으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
유씨의 귀환은 무엇보다 오랫동안 경색된 남북관계가 회복될 조짐으로 볼 만하다. 그의 석방은 직접적으로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방북 성과이지만, 북측과 다양한 채널을 통해 조용히 협의를 진행한 정부의 물밑 노력이 결실을 거둔 것이다. 따라서 남북 당국이 대치 자세를 벗어나 새로이 화해와 협력관계를 모색하는 계기가 마련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오늘 서울로 돌아오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면담한 결과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의 현안이 어떻게 해결될 지 예상하기 어렵다. 북측이 유씨를 석방한 것에 비춰 개성공단 통행 제한을 해제하는 등 공단운영을 정상화하고, 과도한 토지임대료와 근로자 임금 요구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수준으로 낮추기를 기대한다. 개성공단의 남측 인원을 일방적으로 억류하고 면접조차 거부하는 일이 없도록 다짐을 받고 구체적 신분보장 절차를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에서 상당한 현금을 북한에 제공하는 금강산과 개성관광의 재개에는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 북한이 완전한 핵 폐기를 전제로 협상에 복귀하도록 미국을 비롯한 관련국가 및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남북관계 복원 및 안정적 발전이 북한의 핵 협상 복귀를 앞당길 수 있도록 우리 정부도 전향적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인도적 지원도 재개해야 한다.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적극적 의지와 새로운 비전이 대통령의 8ㆍ15축사에서 제시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814금] 콜드해고노동자들은 복직돼야 한다
2년4개월 넘게 해고노동자들의 복직투쟁이 계속돼온 콜트악기 사태에 대해 서울고등법원이 “회사의 행위에 긴박한 경영상의 이유가 없다”며 부당해고 판결을 내렸다. 인천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의 잇따른 부당해고 판정에 이어 또다시 법원에서도 부당해고 판결이 내려진 것이다. 재판부는 “재무구조가 탄탄하고 악기시장 점유율이 높아 해고 사유를 충족하지 못한다”며 “경영상의 긴박한 이유가 없으므로 해고 회피 노력이나 대상자의 공정한 선정 등 정리해고의 다른 요건은 아예 들여다볼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전자기타를 생산하는 이 회사의 지난 행적을 보면 고약하기 짝이 없다. 이 회사는 세계 전자기타 시장의 30% 정도를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알짜배기 기업이다. 2006년을 제외하고는 1996년부터 2007년까지 단 한 차례 적자를 낸 적도 없다. 그런데도 콜트는 2007년 3월 경영 악화를 이유로 노동자 56명을 해고했다. 노동조합이 해고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자 국내 공장을 아예 폐업하고 인도네시아에 있는 해외공장만 가동하고 있다.
콜트악기는 노동위원회의 잇따른 부당해고 판정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해고자들을 복직시키기는커녕 노동위원회의 결정을 뒤집기 위한 법정 소송을 계속하는 오기와 배짱을 부려왔다. 해고된 노동자들이 600여일씩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하고, 노조 지회장이 고압선이 흐르는 송전탑에 올라가 복직을 호소했으나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한술 더 떠서 지난해 7월에는 통기타를 만드는 자회사인 콜텍 대전공장까지 폐쇄해 버렸다. 정말로 심보가 고약한 악덕기업이 아닐 수 없다.
콜텍은 대법원에 상고해 끝까지 법정소송을 계속해 보겠다는 오기는 이제 버려야 한다. 불필요한 소송으로 멍드는 것은 해고노동자뿐 아니라 회사 쪽도 마찬가지임을 알았으면 한다. 회사 쪽이 이제 진정으로 고심해야 할 대목은 해고노동자들을 실질적으로 어떻게 구제할 것인가다. 최선의 방법은 노동자들이 요구하는 대로 폐쇄했던 국내 공장을 다시 정상화하는 길이다. 그 이전에 부당해고 기간 동안 밀린 임금 지급, 그리고 해고노동자들이 겪은 정신적·육체적 피해에 대한 위로금 제공도 미뤄서는 안 된다. 그것은 기업의 사회적 책무 차원을 떠나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다.
[동아일보 사설-20090814금] ‘가난의 대물림’ 끊어줄 기부와 장학금
경기 용인의 서전농원 김병호 대표가 3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KAIST에 기부했다. 평생에 걸쳐 지독하게 일하고 자린고비처럼 절약해 이룬 재산을 학교발전기금으로 내놓는 그의 얼굴은 유난히 맑아 보였다. 그는 ‘버는 것은 기술이요, 쓰는 것은 예술’이라는 말을 가장 좋아한다. 그가 ‘예술처럼’ 돈을 쓰는 데 가족도 주저 없이 동의했다. KAIST에는 김 대표에 앞서 정문술 전 미래산업 회장이 300억 원, 재미사업가 박병준 회장이 1000만 달러(약 125억 원), 원로 한의학자 류근철 박사가 578억 원을 기부했다. 이 나라 과학기술 역군을 기르려는 투자의 행렬이다.
작년 연세대에 1억 원을 기부했던 한 할머니는 이달 3일 학교를 다시 찾아와 검정 비닐봉지에서 3000만 원을 꺼내 장학금으로 내놓았다. 이번에도 이름을 안 밝히고 버스를 타고 떠났다. 전북 김제의 왕재철 할아버지는 2007년 이후 매년 7월 김제시를 방문해 장학금으로 200만 원씩 내놓는다. 텃밭에서 옥수수 농사를 지어 번 돈과 자녀에게 받은 용돈을 아껴 마련한 장학금이다.
아름다운 기부만으로 ‘가난의 대물림’을 끊어주기엔 벅차다.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 소득계층 간 교육비 격차가 더 벌어졌다. 1분기(1∼3월) 중 월평균 소득이 300만 원 이상인 가구는 교육비 지출을 늘린 반면 300만 원 미만인 가구는 줄였다. 가정형편상 수업료를 못낸 고교생 수가 작년 이후 부쩍 늘었고, 학업을 중단한 채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청소년도 크게 중가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취약계층 청소년에 대한 교육 지원은 정부 몫이다. 교육복지는 나눠주기식 복지와는 달리 소득양극화 개선에도 효율적이다. 내년 농어촌 지역에서 운영할 기숙형 고교의 재정충원 계획을 잘 다듬어 차질 없이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민주노동당이 주장하던 ‘취업 후 학자금 상환제도’를 정부가 과감히 채택했듯이 교육복지 확충에 여야가 협조해야 한다.
지방자치단체도 저소득층 자녀를 위한 장학의 등불을 밝히고 있다. 서울시는 저소득층 교육자금 지원을 위한 꿈나래통장을 추진하고 있다. 충남은 4만여 명의 저소득층 아동을 대상으로 생계안정-학습지원-자립으로 이어지는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각 시도가 프로그램의 성패 요인을 공유해 더 효율적인 방안을 만들어 나갈 필요가 있다. 취약계층 청소년이 거리를 헤매지 않도록 전문 인력과 예산을 배정해 취업교육을 시키는 일도 챙겨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90814금] 우수교사에 해외연수·안식년 주는 평가제(評價制)를
경기도 양평 광동고의 전교조 소속 국어담당 송승훈 교사는 1000여권의 도서목록을 갖고 독서교육을 시킨다. 학생들을 상담해 무슨 책을 읽는 것이 좋겠다고 권하고, 제출받은 독후감을 놓고 그룹 토론을 벌인다. 조별(組別)로 저자를 찾아가 인터뷰한 뒤 서평도 쓰게 한다. 수능 '언어' 시험을 볼 필요가 없는 고3 이과(理科) 학생들에겐 국어시간에 '오류와 우연의 과학사' '우리 몸 미생물 이야기' 같은 과학책으로 토론식 수업을 이끌어간다.
이화여대 병설 미디어고 임경묵 교사는 2007년부터 미대에 진학하겠다는 학생 18명을 모아 방과후 수업을 했다. 임 교사는 홍익대 앞 미술학원에서 실기 테크닉과 입시 경향을 배운 뒤 구청 지원으로 마련한 실습실에서 매일 밤 10시까지 학생들을 가르쳤다. 올 대입에서 미술반 18명 중 17명이 학원 근처에도 안 가보고도 미대에 합격한 것은 거의 기적 같은 성과다.
대한민국 공교육의 질(質)을 끌어올리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송 교사, 임 교사처럼 열정적인 교사들의 성공사례를 널리 알리고 많은 교사가 본뜨게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당국이 송 교사, 임 교사 같은 선생님들에게 더 많은 지원과 보상을 해줘야 한다. 내년부터 교원평가를 수용하겠다고 선언한 한국교총 이원희 회장은 수업 잘하는 교사에게 해외연수나 교원 안식년제의 우선권을 주고 성과급도 차등 지급하는 방식으로 교원평가제가 시행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 회장의 제안이 교육개혁 분위기를 확산시키는 좋은 방법이 될 수가 있다.
지금도 성과급 제도가 도입돼 있긴 하지만 일부 학교에선 전입 순서에 따라 등급을 매기거나 아예 성과급을 똑같이 나눠 갖는 균등(均等) 배분제를 하고 있다. 혼신의 열정으로 가르치는 사람과 수업시간만 채우기 바쁜 나태한 교사가 똑같은 처우를 받는다면 교육개혁은 까마득해진다. 교사 사회에 더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이 벌어지게 만드는 것이 학교를 살리고 공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고 사교육을 잡는 길이다.
전교조는 교원평가제가 도입되면 교직사회에 구조조정이 몰아치고 일부 교사는 퇴출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도저히 구제불능인 무자격 교사들은 교육현장에서 물러나게 하는 게 옳다. 그러나 교원평가제의 1차적 목적은 자격 없는 교사를 몰아내겠다는 것보다는, 치열하게 연구하고 고민하는 교사들에게 노력과 헌신에 걸맞은 보수와 처우를 해주는 데서 찾아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90814금] 진정한 친일청산의 길을 생각할 때
내일은 64돌 광복절이다. 8·15가 다가오면 친일 청산의 목소리가 높아진다. 아직도 친일파 응징이 제대로 안 되었다는 한탄이 나오고, 항일 유공자를 찾는 발걸음도 잦아진다. 광복에 즈음해 태어난 아기들이 환갑을 훨씬 넘긴 지금,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진정한 친일 청산이 무엇인지 국민적 공감대를 만들어야 할 시점에 이르렀다고 본다.
친일파의 과거 행적을 낱낱이 파헤쳐 후손까지 망신을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일각에서 나온다. 그러나 긍정적인 방향으로 민족정기를 모아야 한다. 친일을 극복하고 미래를 향한 자긍심을 키우는 게 중요하다. 특정인 헐뜯기를 넘어 생활 주변의 친일 잔재부터 청산해야 한다. 가장 심각한 것이 교육현장이다. 전제주의에 맹목적 충성을 강요했던 잔재가 많이 남아 있다. 엄격한 두발·복장 단속, 거수경례, 구령에 맞춘 인사가 대표사례다. 국민학교를 초등학교로 명칭을 바꾸긴 했으나 유치원 등의 용어는 남아 있다. 교육현장을 필두로 일제 잔재청산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국민운동을 벌여야 한다.
이와 함께 독립유공자들을 잘 보살펴야 한다. 수원시 보훈복지타운에 생존해 있는 애국지사는 5명뿐이라고 한다. 1세대 독립유공자들이 쓸쓸히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들 유공자와 후손들을 정성껏 뒷바라지해야 애국심이 확산된다. 광복절을 앞두고 반짝 관심을 가질 일이 아니다. 종군 위안부, 원폭 피해자, 사할린 동포 등 일제 피해자들을 챙길 시간이 별로 남지 않았음을 명심해야 한다. 스스로 생활 속의 일제 잔재를 청산하고, 일제에 핍박받은 이들을 대접할 때 우리는 일본을 향해 외칠 힘이 생긴다. “형식적이 아닌, 진정한 사과를 하고 미래로 나아가자.”고 일본에 당당히 요구할 수 있도록 국민적 일체감을 일구는 광복절이 되길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813목] 뜀박질하는 생활물가 방치할 일 아니다
물가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무엇보다 서민들의 의식주와 직결되는 생활 물가가 급등하고 있어 보통 걱정이 아니다.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물가가 또다시 급등할 경우 경기회복은 고사하고 자칫 스태그플레이션도 우려되는 상황이다.
집중호우로 출하량이 줄면서 상추를 비롯한 채소값이 한 달 전에 비해 40~50%씩 올랐다. 원당 가격 급등(急騰)으로 CJ제일제당 등 설탕업체들이 이달 안에 설탕값을 8~10% 인상할 예정이고 이에따라 설탕이 들어가는 빵과 과자 등 관련 식품 가격도 줄줄이 오를 전망이다. 콩의 국제가격이 올 봄보다 40% 이상 오르면서 식용유,두부 등 가공 식품의 가격 역시 흔들리고 있다. 이 밖에 주택가격은 물론 옷과 교과서 및 참고서 가격도 일제히 올랐거나 인상 대기중이고, 휘발유 소매 가격은 일부 지역에서는 ℓ당 2000원대에 육박하고 있다고 한다.
최근 물가상승을 특히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공식적인 지표 물가는 안정세를 보이고 있는 반면 생활 물가는 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7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같은 달에 비해 1.6%에 그쳐 9년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는 작년에 워낙 크게 오른 데 따른 기저효과로 봐야 한다. 지표 물가가 안정됐다고 체감 물가 상승세에 안이하게 대처해서는 곤란하다는 얘기다. 실제 정부가 집중 관리하는 소위 'MB물가' 대상 52개 품목중 37개 품목(6월기준) 가격이 지난해보다 올랐다.
그런 점에서 정부는 지표 물가와 생활 물가간 괴리를 면밀하게 관찰, 물가상승이 경기회복세에 찬물을 끼얹지 않도록 물가 관리에 만전(萬全)을 기하지 않으면 안된다. 우선은 물가불안 심리를 차단해야한다. 물가안정을 위한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천명하고 이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수단을 동원해야 한다. 원자재값 상승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일시적 수급부족을 겪는 품목은 정부가 유통과정에 적극 개입, 가격 앙등을 해소할 필요도 있다. 가뜩이나 일자리가 부족한 마당에 생활 물가마저 치솟는다면 경기 회복의 필수 요건인 사회안정도 흔들릴 수 있음을 당국은 명심해야 할 것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0814금] GM `ℓ당 100㎞` 한국 자동차 업계는 뭐하나
미국 GM이 플러그인 전기자동차 `시보레볼트` 연비가 리터당 최고 97.8㎞를 기록했다고 밝혀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전통적인 가솔린차 연비가 대략 10㎞대 초반에 머물러 있고, 얼마 전 일본 도요타가 신형 하이브리드차로 선보인 프리우스 3세대 연비도 38㎞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단한 연비 향상이다.
GM이 제시한 수치가 과장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차종이 가솔린차나 하이브리드차와는 다른 플러그인 전기차여서 직접적인 비교가 어려울 뿐 아니라 전기장치로 주행할 수 있는 64.4㎞를 넘으면 가솔린 엔진을 가동해야 하기 때문에 연비가 떨어진다는 것이다. 그러나 시보레볼트가 전기차로서 기술적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제품일 뿐 아니라 대다수 운전자들이 하루 운행하는 거리가 가솔린엔진을 가동하지 않아도 될 범위여서 획기적인 연료 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여겨진다.
국제 유가가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할 정도로 폭등한 것을 계기로 가속도가 붙은 세계 자동차 업계의 그린카 개발과 연비향상 경쟁이 이번 GM 발표로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 업체 현주소는 어떤가? 국내 업체들도 연비 향상에 노력하고 있으나 실적은 초라하다. 현대차가 올해 하반기부터 시판에 들어간 아반떼 LPI하이브리드 연비는 17.8㎞에 불과하다. 더구나 가솔린차→하이브리드차→플러그인 전기차→수소연료전지차 등으로 이어지는 자동차 진화 과정에서 한국 업체가 임하는 속도감도 떨어진다.
GM이 2011년부터 볼트를 글로벌 시장에 본격 판매하고, 이미 하이브리드차를 100만대 판매한 도요타는 내년 중 플러그인 전기차 시장에 뛰어든다고 한다. 여기서 뒤처지면 한 해 400만여 대를 판매하는 국내 업체가 어떻게 될지 굳이 말할 필요가 없다. 업체의 분발을 촉구한다. 정부가 연구개발 지원과 연비에 따른 차등화한 세제 등을 통해 업계의 노력을 적극 유도해야 함은 물론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유광종(논설위원)-20090814금] 빗발
대기 중에서 물 분자가 합쳐진 뒤 수직으로 낙하하면서 생기는 게 빗방울이다. 지상으로부터 먼 상공에서 떨어지는 빗방울은 그 운동 방향 때문에 사람의 눈에는 선(線)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비에 달린 발, 즉 우각(雨脚)이라는 말은 그래서 등장한다. 위에서 아래로 곤두박질치는 빗방울이 마치 발을 달고 있는 듯하다는 형용이다. 당(唐)의 시인 두보(杜甫)가 처음 이를 자신의 작품에 등장시켰다.
그의 나이 49세. 전란을 피해 이리저리 옮겨 다녔던 가난한 시인은 갖은 고생 끝에 집을 한 채 얻었다. 띠풀로 이리저리 얽은 초라한 지붕의 집이다. 그러나 그해 8월에 불어닥쳤던 강풍에 지붕이 날아가 버렸다. 강 건너편으로 날아간 지붕의 띠풀을 찾으러 갔지만 허사였다. 몸이 지칠 대로 지친 이 초로의 사내가 보는 앞에서 동네 악동들이 나뭇가지 등에 걸린 띠풀을 거둬 도망쳤던 것. 비가 여기저기 새는 집 안에서 잠을 못 이루며 나이 어린 자식들의 잠자리를 걱정해야 하는 처량한 신세. 두보는 당시의 정경을 “빗발이 마처럼 끊이지를 않는구나(雨脚如麻未斷絶)”라고 읊었다.
조선 성종(成宗) 연간에 두보의 시를 한글로 번역해 만든 『분류두공부시언해(分類杜工部詩諺解)』에서는 글귀 속의 ‘우각’을 ‘빗발’로 옮겼다. ‘빗발이 들이치다’ ‘빗발이 굵다’는 등의 우리말 속 풍부한 표현들은 두보 시의 콘텐트를 자연스레 끌어들인 결과로 볼 수 있다.
왜군과의 전쟁 중에 적은 이순신 장군의 일기 속에도 이 표현은 자주 등장한다. ‘빗발이 마와 같다(雨脚如麻)’로 돼 있어서 일부에서는 ‘빗줄기가 삼 가닥처럼 굵다’라고 해석하지만 원전으로 볼 때 굵기보다는 비가 계속 내리는 상태를 표현한 것으로 봐야 옳겠다.
동아시아의 하늘 위로 습기를 품은 구름들이 떼로 모이는가 보다. 요즘 한국을 포함해 중국과 대만, 일본에 내리는 비의 양이 예사롭지 않다. 청량감을 가져다주는 여름 날의 비가 반드시 싫은 것은 아니지만 폭우로 계속 이어지다 보니 피해가 속출한다.
큰 기압 차이로 인한 강풍과 거센 빗발은 재난과 위험의 상징이다. 다행히 올해 여름 장마와 이번 비로 인한 한반도의 피해는 극심하지 않았다. 그러나 중국과 대만 등이 맞이한 재난성의 폭우를 보노라면 그에 대한 대비는 늘 갖춰야겠다는 생각이다.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090814금] 무지개
초등학교 선생님이 물었다. “무지개는 언제 뜨나요?” 한 아이가 손을 들었다. “비가 그치면 태양 맞은편 하늘에 떠요.” 선생님이 상품으로 사탕 하나를 주었다. 그런데 또 한 아이가 손을 번쩍 들었다. “무지개는 한밤중에 떠요.” 모두가 어리둥절해서 그 아이를 쳐다보았다. “무지개는요, 제가 잠 잘 때 떠요. 어젯밤 꿈에서 우리집 위에 떠 있는 걸 봤걸랑요.” 선생님은 그 아이에게 사탕 두 개를 주었다.
꿈과 신화가 얽혀 있던 먼 옛날의 무지개 이야기다. 노아가 방주를 만들자 하나님이 비를 내려 타락한 세상을 쓸어버렸다. 40일 동안 땅에서는 샘이 터지고 하늘에서는 수문이 열려 높은 산까지 다 물에 잠기는 대홍수였다. 그 뒤 하나님은 다시는 물로써 생명을 멸하지 않겠다며 그 언약으로 무지개를 먹구름 사이에 걸어 두었다. 구약성서 창세기에 나오는 이야기다. “무지개는 누가 만들었나요?”라고 묻는다면 성경을 읽은 아이는 “하나님이오”라고 대답할 것이다. 그런데 또 다른 답도 있다. 동시 하나를 감상해 보자.
“지나가던 소나기가 놓고 간 다리/ 아롱다롱 일곱색깔 곱기도 하다/ 어느 누굴 건너라고 놓은 다릴까?/ 하늘나라 선녀들을 건너랬을까?/ 아냐 아냐 선녀 건널 다린 아니야/ 선녀들이 곱게 곱게 짜 논 비단에/ 지나가던 소나기가 심술 피워서/ 햇볕에 사알짝 말리는 거야.” 아동문학가 박경종 선생의 ‘무지개’이다. 동심에 비친 무지개는 선녀들이 짜 놓은 일곱색깔 비단이다. 우리나라에는 선녀들이 무지개를 타고 깊은 산 속으로 목욕하러 내려온다는 전설이 있다. 우리 민족의 정서와도 이어지는 예쁜 동시다.
무지개를 바라보는 시선은 민족마다 비슷하면서도 또 다르다. 북유럽 신화에선 하늘과 땅 사이의 다리이고, 아메리카 인디언이나 동남아시아인에겐 하늘의 뱀이나 용이다. 무지개가 선 곳에는 행운이 숨겨져 있다고 믿는 민족도 많다. 그곳을 파면 아일랜드에서는 금시계가, 그리스에서는 금열쇠가, 노르웨이에서는 금스푼이 나왔다. 무지개가 희망인 것은 민족을 가릴 것 없다.
장대비가 멎자 무지개가 솟았다. 어제 아침자 본지 1면에는 쌍무지개가 영롱하게 떠올랐다. 태풍 모라꼿은 재앙만 품은 줄 알았더니 무지개도 품고 있었다. 폭풍의 밤 어딘가에도 무지개는 숨어 있다. 꿈을 잃지 않는 한 무지개는 뜬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노희영(산업부 기자)-20090814금] 불신 자초하는 北
13일 오후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입경장. 북한에 억류됐던 현대아산 직원 유성진씨가 억류 137일 만에 석방돼 이날 오전 방북 했던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과 함께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억류된 지난 3월30일부터 석방을 위해 분주히 움직였던 현대아산 직원들과 정부 관계자들은 물론 그의 안전을 걱정했던 가족 및 모든 국민에게 유씨의 석방은 당연히 기쁜 일이다.
하지만 불과 몇 시간 전인 이날 오전 같은 장소에서 기자는 당혹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방북을 위해 이곳에 도착한 조 사장은 "방금 현정은 회장의 방북 일정이 하루 더 연장됐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또 돌발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현 회장의 북한 체류 연장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의 면담 때문이다. 당초 현 회장은 2박3일의 일정으로 지난 10일 평양을 방문, 방북 이틀째인 11일 김 위원장과 면담하고 다음날 귀환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 회장은 11일 오후 늦게까지 김 위원장과의 면담이 이뤄지지 않자 방북 일정을 13일로 하루 늦췄고 12일에도 면담이 불발되자 또다시 평양에서 하루 더 머무르기로 한 것이다.
이런 와중에 북한 언론은 12일 새벽 김 위원장이 "함남 함흥시에 있는 김정숙해군대학을 시찰했다"고 보도했다. 통상 북한 매체가 김 위원장의 현지지도를 하루나 이틀 뒤에 보도하는 관행에 미뤄보면 김 위원장은 현 회장이 방북한 10일 무렵 함흥에 있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수차례 있었던 북한 특유의 '애태우기 전략'이 재연된 것이다.
북측은 이 같은 '뜸들이기'로 협상의 주도권을 잡고 회담 결과를 극대화했다고 판단하고 이번에도 이를 구사하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13일 오후 유씨를 전격 석방, 극적인 요소까지 가미했다. 많은 남한 사람들이 유씨의 석방에 안도하면서도 북한의 행태에 대해서는 "여전히 변한 것이 없다"고 느꼈을 것이다.
'애태우기 전략'으로 현 시점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라도 결과적으로 남한 정부나 국민들이 북한을 더욱 외면하게 만들 공산이 크다. '전략'이 '전술'로 전락하지 않도록 북측의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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