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8월 3일 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803월] 쌍용차 최악의 사태만은 피해야
42일만에 다시 만난 쌍용차
노사의 협상이 결국 결렬됐다. 파산만은 막아야 한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있었기에 '끝장 협상'에서 극적인 타협이 나올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쌍용차 노사는 협력업체와 평택 시민을 비롯한 모든 국민의 기대를 저버렸다.
노사는 책임을 서로 떠넘기고
있다. 사측은 총 고용보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는 노조를 비난했고, 노조는 사측이 애초 대화의 의지가 없었다며 "협상은
파산책임을 노조에게 돌리기 위한 정치적 액션이었다"고 주장했다. 참으로 한심하고 답답하다. 상대의 진정성을 의심하며 내 주장만을
고집하는 한 어떤 타협도 불가능하다. 쌍용차를 살릴 방법 역시 없다.
70여일 넘게 공장을 점거한
채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의 협상조건은 단 한 명의 희생, 정리해고도 안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모두 함께 죽자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노조는 당초 전원 정리해고 방침에서 후퇴해 무급휴직 확대(293명), 영업직 전환(100명), 분사를 통한
재취업(253명), 희망퇴직(331명) 등을 제시한 사측의 최종안마저 거부했다. 영업직 전환 희망자만 제외하고 모두 8개월
무급휴직 후 순환휴직으로 고용을 보장하라는 것이다.
쌍용차가 지금 어떤
처지인지는 노조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애초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노조는 공장 점거로 기업 존속가치 3,890억원과
맞먹는 3,000억원의 손실을 초래, 회생 가능성을 더욱 희박하게 만들었다. 이제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남은 것은
파산뿐이다. 600여 협력사들의 모임인 협동회 채권단은 5일 법원에 조기파산 신청을 강행하겠다고 밝혔다.
그렇게 청산이나 제3자
매각으로 가면 노조 역시 모든 것을 잃기 마련이다. 실업사태와 협력업체 몰락, 지역경제 추락 등의 후유증도 클 것이다. 혹시라도
쌍용차 노조가 이를 볼모로 강경투쟁을 고집하고, 자기 희생 없이 정부의 일방적 지원을 기대한다면 어리석기 짝이 없다.
노조가 사측에 다시 한번
수정안을 제시할 것을 요구한 상황이어서 실낱 같은 희망은 남아있다. 이 마지막 타협 기회를 살리려면 노조는 총 고용보장 요구부터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사측도 "더 이상 양보할 것 없다"며 대화 여지를 봉쇄할 일이 아니다. 특히 섣불리 공권력을 투입해 자칫
더 큰 희생과 불행을 불러서는 안 된다. 회생과 청산, 어느 길로 가든 폭력 사태는 피해야 한다. 모두가 결과에 대한 책임을
미리 깊이 새겨야 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803월] 국제적 조롱거리 된 인권위
아시아 지역의 대표적인
비정부 인권단체인 아시아인권위원회(AHRC)가 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에 “한국 국가인권위원회의 등급을 낮춰 달라”고
요청했다. 아시아인권위는 “한국 정부가 국가인권위원회의 독립성을 심각히 훼손하고, 국가인권기구의 지위에 관한 국제적 원칙(파리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는 등의 이유를 조목조목 밝혔다. 한때 국제사회에서 ‘모범적인 인권기구’로 칭송받던 한국의 인권위원회가
이제는 등급 강등을 걱정해야 할 초라한 처지가 돼버린 것이다. 한마디로 부끄럽고 참담하기 짝이 없다.
인권위가 이처럼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전락한 것은 이명박 정부가 스스로 자초한 일이다. 현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인권위를 눈엣가시처럼 여기며 끊임없이
힘빼기 작업을 해 왔다. 일방적으로 조직을 축소하고, 스스로 인권의 문외한이라고 실토한 사람을 인권위원장에 임명했다. 자격
미달인 위원장을 앉히다 보니 이미 따논 당상이나 마찬가지였던 아이시시 의장 자리를 포기하고 후보를 내지 않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벌어졌다. 가뜩이나 국내 인권 상황이 후퇴하고 있는 마당에 일어난 이런 소동은 인권위가 국제사회의 신뢰를 잃는 결정타가 됐을
것이다.
아시아인권위원회는 몇 년
전만 해도 한국을 ‘민주화와 인권의 모범국가’로 칭찬했다. 2005년 서울에서 열린 ‘아시아민주주의 포럼’에 참석한 이 단체의
바실 페르난도 당시 위원장은 “한국은 민주주의와 인권이 위협받고 있는 다른 아시아 나라들의 본보기가 되고 있다”며 아시아
국가들의 ‘한국 따라배우기’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한때 국제사회에서 촉망받던 인권 모범생이 갑자기 열등생으로 추락했으니
아시아인권위도 참으로 황당하고 어안이 벙벙할 것이다. 정부는 입만 열면 국가 이미지 제고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권 상황이 국제사회의 동네북이 돼버린 상황에서도 정부가 그런 말을 할 염치가 있는지 묻고 싶다.
[동아일보 사설-20090803월] 서울의 휴일, 광화문광장을 거닐며
그제 문을 연 광화문광장은
주말 내내 시민의 발길이 이어져 활기에 찬 분위기였다. 어린이들은 이순신 장군 동상 주위에서 솟아오르는 분수 속에 옷을 입은 채
뛰어들었다. 광화문광장은 승용차보다는 대중교통수단을 타고 접근하는 것이 편리하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서 내려 바로 광장에
들어갈 수 있게 연결 통로가 만들어졌다. 북쪽 끝은 현재 복원 공사 중인 광화문과 이어져 있다. 광화문 일대는 조선시대부터 우리
역사와 정치에서 심장부 역할을 했다. 광화문은 서울의 정궁(正宮)인 경복궁의 남문으로, 광화문 앞에 서서 남쪽을 바라보면
양쪽으로 관청들을 거느리고 있었다. ‘육조(六曹)거리’로 불렸던 곳이다. 지난 600년 동안 정치권력과 수도의 상징이었던 거리가
시민이 자유롭게 거닐고 휴식을 취하는 광장으로 재탄생했다.
서울시는 국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부각하는 설계를 했다. 기존 이순신 장군 동상과 함께 세종대왕 동상을 배치해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는 두 인물을 같이
모신 광장으로 만들었다. 광화문이라는 명칭은 세종대왕 시절인 1425년 붙여졌다. 원래는 사정문으로 불렸으나 ‘왕의 큰 덕이
나라를 비춘다’는 의미의 광화문으로 바꿨다. 세종대왕 동상은 광장의 의미를 빛내는 데 기여할 것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개장 첫날
“프랑스 파리의 샹젤리제처럼 나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국가 상징 가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지만 그러자면 보완이 더 필요하다.
광장 조성을 위해 세종로의 16개 차로가 10개 차로로 축소되면서 지난 주말 주변 도로에서 교통 체증이 빚어졌다. 햇볕을 피할
수 있는 가림막이 군데군데 설치됐으나 더위를 피하기에는 충분하지 못하다.
광장이 정치세력의 시위
장소로 변질되는 것은 기필코 막을 필요가 있다. 주변에 정부기관과 주한미국대사관이 있다. 청와대는 서울광장보다 가깝다. 서울시는
관련 조례의 집회 허가 기준을 서울광장보다 훨씬 까다롭게 적용할 방침이다. 하지만 서울광장과 청계광장에서 문화행사를 빙자해
정치적 집회를 반복한 세력의 침탈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광화문광장이 한국의 대표적인
명소가 되려면 시민의 휴식과 문화를 위한 공간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작년 5월 이후 석 달 동안 서울 도심을 점령했던 광우병
촛불시위 세력에 광장을 하나 더 늘려준 꼴이라면 차라리 차도로 그냥 놓아두는 것만도 못하다. 불법 시위와 정치에 오염되지 않는
‘시민 광장’ ‘평화 광장’의 전통을 국민의 힘과 뜻으로 세우자.
[동아일보 사설-20090803월] 43억 기부 의대(醫大) 교수 "연구하게 해준 사회가 고맙다"
줄기세포 연구자인 차의과학대
정형민 교수가 2001년 대학 재단으로부터 받은 43억원어치의 생명공학 벤처기업 스톡옵션을 제자들 장학금으로 쓰겠다며 대학에
기부했다. 차 교수는 손꼽히는 생명공학 연구자다. 그의 연구팀은 올 5월 복지부 승인을 받아 국내에서 유일하게 황우석 박사
방식의 체세포복제 줄기세포 연구를 하고 있다.
정 교수는 "갑자기 내린
결단이 아니라 늘 해온 생각"이라고 했다. 제자들도 "별로 놀라지 않았다"고 했다. 정 교수가 늘 "우리가 받은 혜택을 사회에
돌려줘야 한다"고 얘기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한다는 것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이다. 마음속으로는 정 교수와
같은 행동을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겠지만 그걸 실제 실천하는 것은 정말 드문 경우다.
정 교수는 오전 7시 출근해
자정이 돼야 연구실을 나오는 생활을 되풀이해왔다. 한 달에 딱 하루만 쉰다. 실험에서 쓴 시약의 바코드를 연구노트에 하나하나
붙이게 할 정도로 연구 검증을 철저히 해왔다. 그런 노력으로 논문을 144편 썼고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줄기세포 연구자가 됐다.
보통 사람이라면 땀과
노력으로 일군 그 성취의 대가는 당연히 자기가 누려야 한다고 했을 것이다. 정 교수는 그러지 않았다. 자신은 "대학의 지원으로
마음껏 연구에 전념할 수 있었던 혜택받은 인생"이라는 것이다. 43억원 기부는 그 혜택을 사회에 되돌려주자는 뜻이다.
시장경제는 경쟁력을 키워주는
효율성 있는 시스템이지만 사회의 그늘 어딘가에 약자(弱者)와 패자(敗者)를 만들어낸다. 세계 1위 부자 빌 게이츠는 국가와
기업이 그런 시장경제의 결함을 보완해야 한다는 '창조적 자본주의론'을 내세우며 세계 최대 자선재단을 만들었다. 정형민 교수 같은
사람은 인생의 가장 활동적인 시기를 누구보다 바쁘게 살면서 사회에 기여를 하고 있다. 그런 노력으로 이룩한 성취를 갖고 사회의
꼭 필요한 곳에 기부해 또 다른 차원의 기여를 하면서 자기 삶도 행복하게 만들어가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090803월] 방문진 새 이사진으로 MBC 거듭나길
MBC의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새 이사진에 김우룡 한양대 석좌교수 등 9명이 선임됐다. 방문진은 MBC의 경영을 관리·감독하고 운영을
책임지는 최고 의결기구로, 새 이사들은 앞으로 3년간 직무를 수행한다. 새삼 지적할 필요도 없이 MBC는 지난해 PD수첩 사태
등 왜곡·편파 보도로 온 나라를 혼란에 몰아넣어 그 정체성을 의심받은 바 있다. 급기야 공영인지 민영인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정명(正名) 논쟁을 낳기도 했다.
이번에 방문진 이사진 전원이
바뀜으로써 MBC의 향후 위상에 대한 논의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경영진 교체에 이어 민영화를 추진할 것이라는 성급한
전망도 나온다. MBC노조는 “공영방송 MBC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공영’을 내세우려면 자신을 먼저 냉정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지난 10년간 MBC는 ‘견제받지 않는 권력’ ‘노영(營)방송’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념 편향적인 행태가
심한 것으로 시청자들에게 받아들여진 탓이 아닌가 한다. 2004년 탄핵방송, 지난해 광우병 보도 파문 등이 그 두드러진 예다.
MBC의 정체성과 관련, 민영화론보다 더 시급한 것이 보도의 신뢰성을 회복하고 자사이기주의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MBC는 더 이상 공영과
민영 두 갈래 길에서 줄타기를 해서는 안 된다. 공영을 택한다면 공영다운 정론방송을 해야 한다. 그게 아니라면 민영방송으로서
경쟁에 나서야 한다. 새로 출범한 방문진은 MBC의 정체성을 분명히 세우는 데 그 본연의 책무를 다해야 할 것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803월] 우주진출 기술자립 발판될 `나로호` 발사
우리나라 최초의 우주발사체인
나로호(KSLV-I) 발사 예정일이 마침내 오는 11일로 결정됐다. 공동개발국인 러시아 측 사정 등으로 인해 당초 발사 일정이
그 동안 수 차례나 연기됐던 만큼 이번에는 나로호가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성공적으로 우주로 발사돼
우리나라가 자력(自力)으로 위성을 발사한 세계 10번째 국가로 발돋움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우주산업은 전기전자를 비롯
기계 화학공학 신소재 분야 등이 어우러진 첨단 과학기술의 집합체로 꼽힌다. 미국과 러시아는 물론 중국 일본 인도까지 엄청난
자금을 투입하면서 우주기술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는 자체 우주발사장을 확보한 지 두 달도 채
안되고,발사체 기술 등 로켓개발 능력 또한 크게 미흡한 실정이다.
이번 나로호 발사가 대형
위성제작 등 우주개발 관련 부문 국산화와 독자적 기술 확보를 더욱 가속화하는 계기가 되어야 할 이유다. 우선 정부 당국은
추진체와 상단부의 조립과정 등에서 안전을 확보함으로써 나로호가 성공적으로 발사되도록 만전을 기하는 것이 당면 과제다. 이를 통해
국제적으로 기술이전이 엄격히 제한돼 있는 우주발사체 기술과 경험을 확보하면서 자립화 기반을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우주개발에
대한 학계의 연구열정과 민간의 선제적 투자,정부의 과감한 지원이 우리 우주개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동력임은 물론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0803월] 골목상권 논쟁 `국민 편가르기` 돼선 안된다
* 정치적 발언이 갈등증폭…대기업도 탐욕 부리지말고 영세상과 相生방안 찾아야
동네 골목상권까지 진출하려는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생존권을 지키려는 영세 상인들 간 갈등이 전면적인 편가르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처음엔 한두 개
지역의 이해다툼 정도로 시작하더니 이젠 서점 꽃집 주유소 제과점 등 다른 업종으로까지 확산되는 조짐이다. 지역적으로도 서울에서
지방으로 번지는 추세다. 이런 식으로 가다간 자칫 가진 자(haves)와 못 가진 자(have-nots) 간 이념 논쟁이 다시
도지지 않을까 걱정스럽다.
SSM의 골목상권 진출을
시장논리로만 본다면 아무 문제 없다. 소비자들로서도 값싸고 다양한 상품을 갖춘 슈퍼가 들어온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대형 유통업체들이 할인마트 시장을 포화상태로 만들어놓고 구멍가게, 야채상, 정육점처럼 `소상공인도 할 수 있는 영역`까지 넘보는
건 분명히 문제다. `SSM 빅3`로 불리는 홈플러스, 롯데쇼핑, GS리테일의 점포 수는 이미 400여 개에 달해 2년 만에 두
배로 늘었고, 신세계 이마트도 새로 경쟁에 뛰어들었다. 중소기업중앙회 조사를 보면 이로 인해 지역 소상공인이 겪는 피해가 상당히
심각하다.
더 큰 문제는 정부나
정치권이 해법을 내놓지는 않고 편들기식 발언만 한다는 점이다. 최근 상황도 이명박 대통령이 "영세상인을 보호하는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논란이 더 거세졌다. 이 대통령 발언 취지는 결코 편가르기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일선 행정기관이나
정치권이 논의를 포퓰리즘식으로 변질시켜 결국 모두를 패자(敗者)로 만들고 마는 교훈은 노무현 정부 시절 내내 수없이 겪었다.
민간의 이해관계는 가급적
자율적으로 조정하는 게 최선이지만 집단적 갈등이 빚어진 만큼 사회적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소비자들도 당장은 대형
슈퍼가 들어서는 게 좋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유리하기만 한 건 아니다. 지역경제 발전에 별 도움이 안되면서 이윤엔 극도로
민감한 유통업체들이 언제까지나 소비자에게 충성하겠는가.
우선 대기업들부터 시장논리로
포장된 탐욕을 자제하고 영세 상인들과 윈윈할 상생(相生) 방안을 모색하기 바란다. 가령 동네 슈퍼 인력을 채용하거나 매장에
입점시키는 등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볼 수 있을 것이다. 정작 SSM의 혜택을 맛보지 못한 외곽 지역과 지방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돈 되는 데만 달려드는 건 사회적 책무를 등한시하는 측면이 있다.
지역 소상공인들도
마찬가지다. 경쟁력 없는 매장을 현상유지만 해가면서 언제까지 소비자들 자비심에 기대어 안일하게 운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지역상인들끼리 `SSM 진출 저지` 같은 투쟁을 위해서만 뭉칠 게 아니라 평소 매장관리, 공동구매, 고객관계 등에서 교류를
늘리고 경쟁력을 키우는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허귀식(경제부문 차장)-20090803월] 도로 다이어트
1900년 이전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도로다운 도로가 없었다. 프랑스 신부 샤를 달레는 조선의 1급 도로라야 네 사람이 나란히 걸을 수 있는 정도이고,
폭이 30㎝에 불과한 3급 도로는 그나마 보였다 안 보였다 한다고 1874년 출간한 『조선천주교회사』에 기록했다. 조상들이 도로
닦기를 기피한 것은 길이 없는 것이 오히려 안전하다는 ‘무도즉안전(無道則安全)’ 의식이 뿌리 깊었기 때문이다. 대관령 옛길에는
외적이 쉽게 넘어 한양을 침범하자 고갯길을 넓힌 사람의 묘를 파헤쳤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진위를 떠나 도로 개설을 이적행위쯤으로
여긴 조상들의 생각이 엿보인다.
전국에 넓은 도로가 깔린
것은 일제 강점기다. 일제는 사람들을 강제 동원해 보상 한 푼 안 한 땅에 ‘신작로’를 만들었다. 신작로를 처음 본 조선인들은
“둘이 나란히 서서 얘기하며 걸을 수 있어 좋긴 하다”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나중에는 달구지를 굴리며 편익을 누린다(김의원,
『국토이력서』). 국토해양부 통계를 보면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 도로는 총 10만4236㎞다. 한 줄로 펴면 지구 두 바퀴
반을 도는 거리다. 이 중 절반은 자동차가 급증한 1980년 이후에 뚫린 것이다. 구시가지라고 예외일 수 없었다. 개천을
복개하고 고가도로와 터널을 만들어 도로를 늘렸다.
그러다 문득 사람들은 잃은
게 많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차로를 늘려도 차는 차대로 막혔고 보행자는 보행자대로 불편했다. 중세의 도로망에 자동차를 접목한
유럽의 도시에서는 1970년대 벌써 이런 거부반응이 나왔다. 그래서 시도한 게 ‘도로 다이어트(Road Diet)’다. 군살을
빼듯 차로를 줄이고 보행자나 자전거 이용자에게 넓고 편한 길을 만들어 주자는 것이었다. 미국에서는 자전거 애호가 댄 버든이
96년 ‘워커블커뮤니티스’를 결성하고 도로 다이어트에 앞장선다.
광화문광장이 주말에
개방됐다. 세종로 왕복 16차선을 10차선으로 줄이고 중앙 공간을 볼거리로 채웠다. 크게 보면 새 청계천·서울광장에 이어 서울
구도심에서 단행된 세 번째 대형 다이어트다. 차로를 줄여 자전거 길을 만드는 공사도 줄을 잇고 있다. 유행이라고 무조건 따라 할
것도 아니지만 차 막힌다고 화낼 일도 아닐 성싶다. 조상이 밟던 좁디 좁은 진흙탕 길을 떠올린다면 우리의 광폭 차도는 허리살을
좀 빼도 될 듯하다. 걷고 페달을 밟는 재미를 찾아보자.
[경향신문 칼럼-여적/이승철(논설위원)-20090803월] 도지사의 큰절
김완주 전북지사가 지난달 말 이명박 대통령에게 보낸 편지 기사를 읽으면서 아주 오래된 한 장의 스케치 사진을 떠올렸다.
1883년 9월18일 오전
11시 민영익 전권대신을 비롯한 보빙사절단 일행이 뉴욕의 피프스 애비뉴 호텔(5th Avenue Hotel)에서 당시 체스터
아서 미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이다. 스케치는 화려한 관복 차림의 사절단이 아서 대통령에게 큰절을 하는 모습을 생생하게
담고 있다. 이들은 문 입구에서 무릎을 꿇으며 손을 머리 위로 들고 머리가 바닥에 닿도록 엎드렸다. 이들의 갑작스러운 큰절에
아서 대통령은 물론 배석했던 프렐링 국무장관, 존 데이비스 국무부 차관보 등도 당황했다고 한다.
김 지사의 편지에서 126년
전 스케치를 떠올린 이유는 편지 내용이 보빙사절단의 큰절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김 지사는 정부가 지난달 23일 ‘새만금
내부개발 기본구상 및 종합실천계획’을 발표한 데 대해 “존경하는 대통령님! 오늘 저와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께 큰절을
올립니다”라고 편지 머리를 장식했다. “저와 200만 전북도민들은 대통령님의 훈풍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습니다. 지루한 장맛비도
한여름 뙤약볕도 저희들에게는 축복처럼 느껴집니다”라고 밝힌 대목은 낯간지러울 정도다.
중앙정부의 숙원사업 해결
노력에 도지사가 진심으로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시할 수 있다. 또 앞으로 원활한 지원을 받기 위해 감사 표시가 필요한 측면이 있긴
하다. 하지만 방법이 지나치면 원래의 뜻은 사라지고 대신 우스꽝스러운 3류 코미디만 남는 법이다. 과공(過恭)은 비례(非禮)라
하지 않았던가. 더욱이 김 지사는 ‘큰절’에 200만 전북도민을 강제동원했다. 아무리 민선 도지사라지만 엄청난 월권이다.
전주시장을 지낸 김 지사는
참여정부 시절 지방분권특별추진위원장과 전국 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장 등을 맡아 지방의 목소리를 내는 데 앞장섰다. 그 과정에서
많은 칼럼을 통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개발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해 ‘김 기자’라는 애칭을 얻기도 했다. 그런 그가 ‘큰절’
운운하면서 스스로 지방자치를 왜소하게 만들다니 몹시 실망스럽다. 문화적 차이로 한동안 뉴욕의 우스갯거리가 되었던 보빙사절단의
큰절이 김 지사의 큰절보다는 백배나 이해할 구석이 많은 듯하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로터리/임주재(한국주택금융공사 사장)-20090803월] 칠면조의 교훈
사람들은 경험에서 얻은
지식을 과신하는 경향이 있다. 먹구름이 짙으면 비가 오고 닭이 울면 날이 밝아온다는 통념도 일종의 경험칙이다. 하지만 현실이
반드시 경험한 대로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정반대인 경우도 많다. 먹구름이 칠흑 같은데 비 한방울 안 내리고, 해가
쨍쨍한데 돌연 비바람이 몰아칠 수 있다. 오랜 관찰을 통해 터득한 원리나 법칙에도 오류와 함정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월가의 허상을 파헤친
베스트셀러 ‘블랙 스완(검은 백조)’에 재미있는 비유가 나온다. 주인은 천일 동안 칠면조에게 매일 먹이를 갖다 준다. 칠면조는
먹이를 받아먹을 때마다 주인이 자신에게 선의를 베푼다는 믿음을 갖게 된다. 친절한 먹이주기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믿음은 한층 더
견고해진다. 하지만 추수감사절을 앞둔 날 친절하기 그지없던 주인의 손에 칠면조는 죽임을 당한다. 과거 경험으로는 결코 자각하거나
예측할 수 없었던 극단의 위기를 맞은 것이다.
그러니 경험에서 얻은 지식에
의지해 미래를 예측한다는 것이 얼마나 무모하고 위험천만한 일인가. ‘블랙 스완’의 저자가 오늘 우리에게 던지는 섬뜩한 질문이다.
첨단 금융공학 기법을 과신한 미국 월가가 서브프라임 모기지발(發) 금융위기에 속수무책이었다는 사실은 그런 점에서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누구나 쉽게 돈을 빌려 쓸
수 있는 저금리 상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를 잉태했다는 데는 이론이 없을 것이다. 실제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정보기술(IT)버블 붕괴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는 동안 서브프라임 모기지 대출은 놀라운 속도로 팽창했다.
미국 내 전체 주택담보대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난 2001년 7%대에서 2006년엔 20%대로 세배나 커졌다. 그동안
월가의 금융회사와 소비자들은 집값 상승과 값싼 이자의 혜택이 마냥 지속될 것이라는 경험칙에 빠져 있었다.
그러나 기준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 순간 상황은 180도 달라졌다. 이자가 급등하고 연체율이 오르고 집값은 폭락했다. 마치 추수감사절 전날의 칠면조처럼 사람들은 걷잡을 수 없는 위기의 소용돌이에 빠져들었다.
최근 국내에서도 저금리에
따른 주택담보대출의 증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변동금리형 대출이 90% 이상을 차지하는 우리 시장은 금리변화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시장참여자들이 경험칙의 함정에 빠지지 않도록 항상 깨어 있어야 하겠다.
20090803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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