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9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609화] 비정규직 실업대란 이대로 맞을 건가
결국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20여 일 후면 비정규직 해고 대란이 불어 닥칠 판이다. 근무기간 2년이 되면 정규직
으로 전환해야 하는 비정규직법을 적용해야 되기 때문이다. 한국일보가 서울과 수도권 4개 노동지청의 근로감독관을 통해 조사한 결과
에 따르면 5인 이상 고용 기업 4,800개 중 겨우 5%만이 전원 비정규직으로 전환해줄 뜻을 밝혔다. 선별 전환을 포함해도 겨
우 15% 수준이다. 나머지는 아예 해고로 인력을 줄이거나, 다른 비정규직 인력으로 교체하겠다는 것이다.
대한상공회의소가 224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결과도 비슷하다. 절반 이상(55.3%)이 비정규직 전원 또는 절
반 이상을 해고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이미 해고통보를 시작한 기업도 있다. 극단적으로 말하면 근무기간 2년이 넘는 비정규직 97
만명의 대부분이 7월부터 연말까지 쫓겨날 판이다. 70% 정도는 교체 고용으로 대신한다 해도 20만명 이상의 실업자가 발생한다.
상황을 이 지경으로 만든 데는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 이미 지난 연말부터 비정규직법 손질에 대한 여론의 목소리가 높
았지만 여야 모두 당리당략으로 이 문제를 이용하려다 세월을 다 보냈다. 다급해진 정부가 내놓은 '기간 4년 연장'을 놓고도 '미봉
책'이니 '악법'이니 하면서 딴지만 걸었다. 그래 놓고는 겨우 한다는 소리가 다음 정권에 책임을 떠넘기는 '4년 유보'와 노동
계 눈치만 보는 현실성 없는 '폐지'였다.
이제는 정말 시간이 없다. 여야는 집안 싸움과 정치공세에만 매달리지 말고 국회를 열어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한다. 기
간을 늘리든지 시행을 유보하든지 해서 대량실업의 파국부터 막아야 한다. 그나마 기업의 82.8%가 기간을 늘리면 고용을 유지하겠다
지 않는가. 노동계 역시 고용불안 위험을 애써 축소하면서까지 무작정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나서 얻어진 시간에 노사정
이 머리를 맞대고 사용제한, 기간, 차별시정권 확대, 정부 지원 등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 왕도
는 없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609화] 수십조원 쏟아부어 4대강 재앙 부르려 하나
정부가 총사업비 22조2000억원이 투입되는 4대강 살리기 사업의 최종 계획을 발표했다. 본사업 예산이 애초 13조
8000억원에서 16조9000억원으로 3조1000억원 증가했고, 주요 지류에 대한 연계사업비도 5조3000억원에 이른다. 막대
한 돈만 퍼붓고 국토의 젖줄인 4대강의 자연환경을 망치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
4대강 사업은 출발부터 잘못됐다. 기후변화에 따른 홍수와 가뭄에 대비하자는 것이 이유지만 사실 상습 홍수피해 지역은 4대
강이 아니라 경기 연천, 충남 보령 등 지방 군소하천 주변이다. 또 최근 가장 큰 수해를 당한 지역은 강원도 일대다. 4대강은 비
교적 잘 관리돼 오히려 홍수를 막는 구실을 잘해왔다. 무슨 근거로 4대강 정비를 통해 홍수를 막겠다는 것인지 그 발상과 취지부
터 이해가 되지 않는다.
여론 악화로 포기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다시 추진하려 한다는 의혹도 지울 수 없다. 4대강 살리기 예산의 70%가 대운
하 예정지였던 남한강 상류와 낙동강에 집중돼 있다. 또 강 바닥 준설과 갑문 구실을 하는 계폐식 보 건설에 가장 많은 돈이 투입된
다. 일정한 수심을 유지하고 양쪽 물길만 이으면 대운하와 다름없다. 낙동강과 남한강을 뼈대로 한 대운하 사업을 약간 변형시켜 금강
과 영산강을 끼워넣은 꼴이다.
더 우려되는 것은 환경 파괴다. 4대강에 건설될 16개의 보는 수량 확보에는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유속을 느리게 하고 수
질을 악화시켜 오히려 죽은 하천을 만들 수 있다. 특히 낙동강은 기본 수량이 부족해 보로 물을 가둘 경우 수질이 급격히 나빠질 가
능성이 높다. 4대강 살리기가 낙동강에 또다른 환경 재앙을 불러오는 건 아닌지 걱정된다.
지역 균형발전 면에서도 심각한 불균형이 예상된다. 실제로 예산의 57.7%인 9조7800억원이 낙동강 사업에 들어간
다. 연계사업까지 치면 낙동강 사업비만 12조~13조원이다. 정부가 내심 지역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삼았다면 그런 식의 편중된 사
업 계획은 곤란하다.
공사를 하다 보면 예산은 늘어나기 마련이다. 정부가 사업비를 22조원으로 잡았지만 물가가 오르고 설계변경을 하다 보
면 30조원을 쉽게 넘어갈 수 있다. 목표와 효과가 불투명한 사업에 수십조원의 국가재정을 쏟아부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궁금하
다. 지금이라도 사업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90609화] ‘4대강’ 맑은 물 넉넉하게, 지방경제 활성화도
정부가 어제 발표한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에서 당초 들어 있던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 본류(本
流) 외에 4대강과 연결되는 주요 지류(支流)와 섬진강이 추가된 것은 다행이다. 본 사업비는 원래 계획보다 약 3조 원 늘어
난 16조9000억 원으로 책정됐다. 지류 정비와 수질 개선 등 직접 연계 예산까지 포함하면 2012년까지 모두 22조2000
억 원 정도 들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수질 개선을 위해 오염도가 높은 34개 유역을 집중 관리해 4대강 및 주요 지류의 2급수 비율을 작년의 75.8%
에서 2012년까지 83∼86%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강의 오염원은 본류보다는 지류에 집중돼 있는데, 이번에 지류를 포함시킴으로
써 잘만 하면 4대강의 수질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물 부족 및 가뭄에 대처하기 위해 16개의 보(洑)를 설치하고, 홍수에 대비해 하천 준설과 노후제방 보강 대책도 추가했
다. 보는 수자원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수질 오염을 일으킬 우려가 있으므로 설계와 시공에서 치밀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아
직도 일각에서는 대운하의 전(前)단계라는 의혹을 제기하지만 갑문, 터미널, 하천의 직선화 같은 사업이 포함돼 있지 않다는 점에
서 지나친 의심이라 생각된다.
4대강 정비는 수자원의 효율적 관리와 함께 지방경제를 살리는 데도 도움이 돼야 한다. 주요 하천을 정비해 수질 개선과 수
량 확충 효과를 거두면서 인근 주민의 소득 증대와 지역 발전에도 기여하기 바란다. 여당은 물론 야당 소속 지방자치단체장들도 4대
강 살리기에 찬성하는 것은 그런 기대 때문이다. 과거 대형 국책사업 집행 예산이 ‘눈먼 돈’으로 여겨져 시간이 지날수록 사업비
가 급증한 사례가 많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예산 낭비 행태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4대강의 환경과 생태계는 난개발과 폐수 배출로 곳곳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이번 사업이 ‘환경과 경제’ 양면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국민적 지혜를 모아야 한다.
[조선일보 사설-20090609화] 대결 코스에서 대화의 싹 모색하는 미(美)·북(北)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6일 "북한의 지난 몇달간 행동은 엄청나게 도발적이었다"고 말하고 "우리는 북한이 도발하면 보
상해주는 정책을 계속할 의도가 없다"고 단언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7일 북한의 행동들이 "대단히 도발적이고 호전적이었다"
면서, 북한에 대해 '테러 지원국가' 재지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강력한 대북(對北) 제재 방
안을 담은 결의안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은 8일 미국 여기자 2명에 대해 지난 4일 시작한 재판이 이날 끝났으며 12년의 노동교화
형을 선고했다고 발표했다. 클린턴 장관이 여기자 2명의 석방을 위해 북한 당국에 직접 편지를 보내 선처를 호소하기도 했으나, 북한
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인 것이다.
미국이 북한을 다시 테러 지원국으로 지정할지의 여부는 더 지켜봐야겠지만, 미·북 양측의 이 같은 강경한 대치 속에서 앞으
로 새로운 대화 국면을 예고하는 싹이 움트고 있는지도 모른다. 클린턴 장관은 여기자 석방을 위한 특사 파견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
다. 앨 고어 전 부통령 같은 중량급 특사가 파견되어, 여기자 문제가 원만히 해결되면 대북 제재의 완화에도 좋은 영향을 미
칠 수 있으리라고 시사해 타협을 시도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오바마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유엔 제재 등 강력한 응징을 추진하고
는 있으나, 아직은 외교를 통해 북한 비핵화 문제를 해결한다는 기조를 계속 천명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은 앞으로 어떤 식으로 북한과 대화에 나서든 간에, 궁극 목표는 북한 비핵화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북한
의 핵무기를 포기시키는 일은 지난 16년간 실패해 왔던 과제이고, 이것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통해 북한
을 움직일 수 있도록 최대한의 압력을 가해야 한다. 클린턴 장관은 7일 "지금 북한에 대해 의미 있고 효과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으
면, 동북아에서 군비 경쟁이 촉발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북한 핵을 포기시키지 못하면 동북아에서 핵무장 경쟁이 벌어질 수도 있
다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본 진단이다. 그리고 북한 핵 문제는 미국 여기자들 문제와는 전혀 별개라는 오바마 행정부의 입장
도 앞으로 변함없이 견지되어야 한다. 미국은 현재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검토하지 않고 있으므로, 경제 제재 등 다른 압력수단
을 사용해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려면 그 제재가 군사 조치에 못지않게 단호하고 일관성 있고 영속적이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90609화] 보수·진보매체 이전투구 볼썽사납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정국이 끝나자 언론은 분열됐다. 노 전 대통령 서거 전후 보도 행태를 놓고 보수·진보 신문
은 연일 특집기사를 통해 상호 비판을 하고 있다. 사시와 논조를 반영하는 사설 내용까지 들먹이는 이전투구 양상이다. 서거 직후 국
민 화합을 강조했던 일은 잊어버리고 서로 헐뜯는 싸움박질은 볼썽사납다.
조선·동아는 노 전 대통령 서거 전에는 땅에 떨어진 노 전 대통령의 청렴성을 비난하다가 서거 이후 노 전 대통령을 미화하
고 있다고 KBS·MBC의 보도 행태를 비판했다. 이어 노 전 대통령의 고해성사와 석고대죄를 외치던 한겨레·경향이 서거 이후에
는 정치적 타살이라고 주장한 것은 자가당착이라고 했다. 경향은 이에 대해 참여정부 비판과 노 전 대통령 재조명은 상호 모순되지 않
는다는 논리를 내세우면서 반박했다. 보수 신문의 비판은 불매운동과 미디어법 처리 차질 우려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서거 전후의 보도
에 그치지 않고 지난해 광우병 보도에 대한 비방도 이어진다. 동아는 경향·한겨레 등이 당시에 반정부 선동을 했다고, 경향은 동아
가 정권편향적이라고 서로를 몰아세웠다.
진보·보수 언론의 상호 비방은 언론의 건전한 상호 비판이라는 금도를 넘었다고 본다. 언론의 비판은 같은 언론이라고 예외
가 될 수 없고, 비판은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야 할 것이다. 냄비식 보도나 자사이기주의 보도행태는 우리 언론 모두가 반성해
야 할 대목이다. 보수·진보 언론은 무엇이 진정 국가와 국민을 위한 보도인지 숙고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609화] 여야는 당장 국회문부터 열어라
여야가 각각 집안 싸움에다 거리를 기웃거리느라 임시국회를 당연히 소집해야 할 6월1일 이후 1주일 이상 허송세월하고 있
다. 지금 국회를 열지 않는 것은 법위반 행위다. 국회법 제5조가 법을 제정하는 국회에서 또한번 지켜지지 않는 것이다.
오죽하면 김형오 국회의장이 나서 "국회 개회는 법 이전에 국민의 명령이며,국회가 열려야 한다는 명제보다 더 강한 조건이
나 전제는 있을 수 없다"고 여야 의원들에게 촉구했겠나. '정치'의 실종은 말할 것도 없고 스스로를 선출해준 유권자에 대한 복
무 의식이 아예 없다는 얘기다.
당연히 열려야 할 국회가 식물국회 상태에 있으면서 빚어지는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예컨대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처리
가 지연되면서 불어나는 국가재정 손실은 하루에 12억원꼴이고,세법 개정이 안될 경우 산업은행이 올 하반기에 분할 · 민영화 때 내
야 할 세금도 2000억원에 달한다고 한다. 7월부터 한 달에 4만명씩 해고위험에 노출되는 비정규직 문제는 이미 시한폭탄이다. 지
금 개원해도 심의일정이 빠듯할 텐데 언제나 문을 열 것인지 딱한 노릇이다. 뒤늦게 개원한다면 시일에 쫓겨 허둥지둥 할 게 뻔한
데 졸속심의에 따른 부작용은 어떡할 것이며,막바지에 법안 끼워넣기니 날치기니 하는 낯뜨거운 싸움이나 되풀이할 것인가.
지금 국회가 열리지 않는데는 과반수 여당의 리더십 · 정치력 부재가 큰 원인으로 보인다. 4월 재보선 이후 불거졌다가 최
근 본격화된 듯한 친이 · 친박하는 집안싸움과 쇄신논쟁은 지켜보기에도 딱하다. '서민 실상 모르는 웰빙 정당'소리를 더 이상 듣
지 않으려면 세상과 동떨어진 집안다툼을 빨리 정리하고 당장 국회를 정상화시킬 방안부터 강구해야 한다.
민주당도 책임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아직도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를 국회운영과 연계시키겠다는 속보이는 전략 아
래 이런저런 이유로 길거리로 나가려는 궁리만 하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가 역력하다. 민생(民生)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각종 사회단체
의 구호 아래로 달려갈 태세다. 소비라든가 몇몇 지표들이 반짝 빛난다지만 아직도 경제위기는 끝나지 않았다. 여기에 북의 움직임
도 여전히 불안하다. 내우외환의 이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인가,의원들은 스스로 찾기 바란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0609화] 마더
‘내조의 여왕’ 지애가 처녀 시절 준혁·달수·태봉과 동시에 만났다면 누구랑 맺어졌을까. 미국 심리학자 브렛 펠햄의 주장대
로라면 준혁이 행운아가 됐을 확률이 가장 높다. 자기 이름과 비슷한 데 끌리는 성향 때문이다. 일례로 펠햄이 미국치과의사
(dentist)협회 명부를 확인해 보니 데니스(Dennis)가 월터나 제리보다 80% 이상 많았다. 미국인 중 세 이름의 비중
은 별 차이 없는데 말이다.
이름뿐 아니라 뭐든 자기와 닮은꼴인 대상에 호감이 가는 게 인지상정이다. 국가 간 정상 외교 역시 마찬가지다. 이명박 대
통령이 조지 W 부시 전 미 대통령과 순식간에 친구가 된 것도 종교 코드가 맞아서란 해석이 많다. 두 독실한 신자가 캠프 데이비드
와 청와대에서 함께 기도를 올리며 ‘필이 통했다’는 거다. 딴 건 몰라도 이 대통령의 외교 성적표가 그리 나쁘지 않은 건 상대와
의 공통분모를 파고든 친화력 덕이 크다.
하지만 설사 ‘외교의 달인’이라 한들 다음 주 다시 만날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과 친해지긴 쉽지 않을 게다. 61년생 오
바마와 41년생 이 대통령은 일단 세대 차가 크다. 이념도, 취향도 딴판이다. 올 2월 통화 때 수퍼볼 얘기로 운동광 오바마의 호
감을 샀을지 모르나 기도 약발엔 어림도 없다.
한·미 정상을 종교 못잖게 끈끈히 이어줄 코드가 하나 있으니 바로 어머니다. 두 사람은 여자 몸으로 가장 노릇을 했던 어
머니에 관해 애틋한 기억을 공유한다. 두 어머니는 남다른 교육열로 아들에게 살아있는 스승이 돼준 공통점도 있다. 이 대통령은 노점
상이면서도 반듯한 심성으로 동료 상인들의 신뢰를 산 모친 채태원 여사를 두고 “내가 배운 모든 것은 어머니를 통해서”라고 고백했
다. 오바마 역시 다름을 감싸는 열린 사고, 변화를 향한 열정, 약자에 대한 배려 등 자기 장점 모두가 인류학자이자 사회사업가였
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거라고 자서전에 썼다.
정상 외교에서 인간적 교감은 생각보다 힘이 세다. 마거릿 대처 전 영국 총리가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을 보
곤 첫눈에 “말이 통하는 사람”이라 느껴 전폭 지지한 게 좋은 예다. 둘의 각별한 우정이 냉전 종식에 적잖이 기여했다는 것이 역사
의 평가다. 부디 한·미 정상도 무슨 코드로든 통해서 첩첩이 쌓인 난제를 힘 모아 풀어가면 좋겠다.
[경향신문 칼럼-여적/박성수(논설위원)-20090609화] 꽃미남 조폭
할리우드 영화 <대부>와 한국영화 <두사부일체>. 조직폭력배의 새로운 이미지를 그럴싸하게 그린 영화
를 꼽으라면 두 영화가 먼저 떠오른다. <대부>는 미국식 마피아의 현대적 이미지를 잘 묘사했고, <두사부일
체>는 공부하는 조폭 이야기를 코믹하게 다뤄 인기를 끌었다.
<대부>는 마피아두목 돈 코르네오네(말론 브랜도)의 호화저택에서 대부의 막내딸이 결혼하는 장면으로 시작된
다. 아름다운 음악이 흐르고, 고급승용차를 몰고 온 하객들은 여느 교양인 못지않게 품위를 지키며 결혼을 축하한다. 아주 평화로
운 결혼식 풍경이다. 대부 역을 맡은 말론 브랜도는 아이들 재롱에 흐뭇한 미소를 짓는 인자한 할아버지 모습이다. 그러나 장면이 바
뀌면 조직간 갈등으로 기관단총을 난사하는 폭력장면이 적나라하게 묘사된다. 한국영화 <두사부일체>는 ‘일류조폭이 되려
면 공부를 해야 한다’는 큰형님의 명령이 떨어지면서 사건이 전개된다. ‘양아치 짓’ 그만하고 ‘신사답게 행동하라’는 엄명이고, 글
로벌시대에 적응하려면 무식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영화는 중간보스가 큰형님 명령에 따라 고등학교에 들어가 대학까지 마치는 과정
을 시리즈로 엮어내면서 웃음을 자아낸다. ‘공부하는 조폭’으로 등장하는 정준호는 말끔한 외모에 착하고 순진한 캐릭터로 등장, 재미
를 주었다.
터치와 내용은 달라도 두 영화에 공통점이 있다면 조폭두목들의 이미지가 매우 소탈하고 인간적이라는 점이다. 폭력배 하면 떠오르는 험상궂은 인상과 칼자국 등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다.
영화 같은 현대판 조폭의 모습이 현실세계에도 등장했다. 최근 경찰에 검거된 폭력조직 ‘이태원파’는 대졸자를 우대하
고, 키 175㎝ 이상, 용모 단정할 것 등을 자격요건으로 내세웠다고 한다. 주먹을 잘 쓰고 충성심이 강해도 얼굴에 상처가 있거
나 혐오감을 주는 인상은 탈락시켰다는 것이다. 조직에 정식으로 가입, 패밀리가 되려면 2~4년 정도의 수습기간을 거쳐야 하고 대기
업처럼 ‘워크숍’도 가졌다고 한다.
신(新) 조폭시대가 도래한 것일까. 고학력, 꽃미남 조폭시대라 아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들도 상황이 바뀌면 회칼을 휘두
르는 폭력 본색을 드러낼 것이 아닌가. 외모와 학력으로 폭력을 가린다고 과연 영화처럼 멋져 보일까 의문이 든다.
[매일경제신문 칼럼-기자24시/이승훈(산업부기자)-20090609화] 와인 대신 복분자 택한 KT
"실사구시하는 KT가 될 겁니다. 화려하게 치장하기보다는 내실을 다질 겁니다." 지난 1일 열린 통합 KT 출범 기자간담
회. 하나된 KT를 선언하는 자리에서 이석채 KT 회장은 여러 차례 `짠물 경영`을 강조했다. 실제로 이날 행사도 서울시내 특급
호텔이 아니라 경기도 분당 본사 구내식당에서 열렸다. 행사 진행요원도 외부에서 부르지 않고 홍보실 직원들이 보타이를 매고 일일 웨
이터로 변신했다. 통합 출범을 축하하는 건배주도 비싼 와인이 아닌 소박한 복분자주가 나왔다.
매출 20조원짜리 회사가 너무 `짜다`는 얘기를 들을 법도 하지만 이석채 회장 생각은 달랐다. 매출 감소가 눈에 뻔히 보
이는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직원들에게 위기의식을 심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위기감 속에서 출범한 통합 KT지만 앞으로 갈 길은 순탄하
지 않다. 벌써부터 시장점유율을 놓고 휴대폰과 유선전화 등에서 경쟁사인 SK텔레콤과 다툼이 치열하다. 두 회사가 경쟁적으로 보조금
을 뿌리다보니 `휴대폰을 제 값 주고 사면 바보`인 세상이 됐다.
무리한 보조금 경쟁은 통신사들을 공멸로 이끈다. 과거 수년간의 다툼에서 승리를 거둔 곳은 없었다. 올 1분기에 유달리 투
자가 적었던 KT인데, 이렇게 마케팅 비용을 쓰고 나면 무슨 돈으로 미래를 위한 준비를 할 것인지 궁금하다.
경영진에 대한 실망 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그동안 이석채 회장이 KT에 새로운 비전을 줄 수 있는 인물을 영입하겠다고 공
언했는데 실제로 카드를 펼쳐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구세대 인물이 많고 구색 맞추기식 인사를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통합 법인이 출범했다고 해서 모든 게 끝난 것은 아니다. 이제 시작인 것이다. KT에 합병은 선택이 아니라 생존을 위한 마지막 카드였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로터리/변동식(CJ헬로비전 대표)-20090609화] '열등한' 로마인이 세계를 호령했던 이유
‘로마인 이야기’의 저자 시오노 나나미는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고, 기
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 로마인이 대제국을 건설한 비결은 무엇일까”하고 자문하면
서 그 해답으로 ‘로마의 개방성’을 꼽았다. ‘나와 다른 문화’를 배척하지 않고 상대를 포용해 ‘문화의 다원성’으로 완성시킨 로마
인들의 개방성이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는 것이다.
단일민족을 강조해온 우리나라의 지난해 혼인건수 가운데 11%는 외국인과 혼인해 꾸린 다문화 가정이었다. 농촌 지역에서 결
혼한 10쌍 중 4쌍은 국제결혼이라고 한다. 다문화는 더 이상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다문화 가정 역시 공평한 기회를 부여 받
고 한국인으로서의 소속감을 갖게 하는 것은 사회 발전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세계화 시대 속에 우리의 미래 생존을 위해서라도 개방
성이 절실히 요구되는 이유다.
지난해부터 필자의 회사는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도모하기 위한 ‘헬로어스(Hello Earth)’ 캠페인을 진행해오
고 있다. 우리 사회의 동량인 청소년들에게 다문화에 대한 올바른 가치관을 심어주기 위해 외국인 강사와 함께 세계 각국의 음식과 민
속놀이 등 ‘나와 다른 문화’를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것이 캠페인의 골자다.
낯선 외국인 강사를 처음 만났을 때 쭈뼛쭈뼛함은 잠시, 학생들이 어느새 함께 손을 잡고 다양한 다문화 체험에 열중하고 있
는 것을 보면 그동안 막연하게 가져왔던 ‘다르다’라는 차이점이 선입관에 불과하다는 것을, 우리가 끼고 있던 색안경이 얼마나 부질없
고 약한 것인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직접 체험해보니 다른 문화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게 됐다. 앞으로 다른 문화에 대해 좀
더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는 학생들의 소감은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야 다문화에 대한 편견을 뛰어 넘
어 ‘문화의 다원성’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말해주고 있는 게 아닐까.
‘국내 거주 외국인 100만명 시대’라는 사실로 한국이 진정한 다문화 사회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운 다문
화 가정을 지원하자’는 구호도 우리 문화가 우월하니 이 속에 다른 문화들을 일방적으로 집어넣자고 주장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다
양한 문화적 차이와 특성을 포용하면서 상호 간의 창조적인 교류를 통해 보다 나은 시너지 효과를 창출하는 것, 그것이 바로 다문화
를 통한 문화의 다원성을 갖춘 사회로 나아가는 길일 것이다.
로마인은 주변 타민족에 비해 열등했다. 하지만 문화의 다원성을 바탕으로 세계를 호령하는 대제국을 건설할 수 있었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문화의 다원성을 통해 세계화 시대의 주인공으로 우뚝 설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20090609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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