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2일 금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612금] 서울 지하철9호선 개통 전 철저점검을
서울 강남지역을 횡단(개화~신논현역, 25.5㎞)하는 지하철9호선 개통이 또 연기됐다. 당초 개통일인 5월 31일에 맞춰 서울시는 시민 5,600명을 초청해 시승행사(8~22일)를 했으나 28일 "신호기 오작동 등 기술적 결함"을 이유로 개통을 6월 12일로 연기했다.
이번엔 다시 개통을 이틀 앞두고 "역무화 자동설비에 장애가 발생해 내달 31일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민간사업자인 ㈜서울메트로9호선의 자본을 끌어들여 지하철을 건설하면서 필수적으로 갖춰야 할 관리ㆍ조정능력을 더 보완해야 함을 보여준 사례다.
일반인이 시승행사에 참가한 뒤에야 '기술적 결함'을 발견한 것도 그렇지만 또다시 '역무화자동설비 장애'가 발생했다니 이해하기 어렵다. 장애가 새로 발견됐다는 운임징수시스템(AFC)은 교통카드를 인식하는 시스템인데, 발견된 '장애'는 지하철 시내버스 등 기존 대중교통과의 요금 연계에 착오를 일으킬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한다. 재개통을 5일 앞두고 이에 대한 점검을 시작했고 3일만에 '운행할 수 없을 정도의 시스템 장애'를 발견했다고 한다.
서울시와 ㈜서울메트로9호선 사이에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요금문제도 걱정스럽다. 서울시는 당초 다른 지하철과 같이 기본요금을 900원으로 발표했으나 ㈜서울메트로 측은 계속 1,500원 이상을 요구했고, 결국 '일단 900원으로 개통하고 추후 인상하자'는 쪽으로 봉합됐다. 민간업체를 끌어들여 공공사업을 하면서 개통 직전까지 요금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았다. 민자유치 지하철사업을 야심적으로 시행한다면 그에 걸맞은 행정력을 갖춰야 한다.
민간사업자의 불성실한 사업태도에도 문제가 있지만 당연히 서울시의 책임이 더 크다.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는데 시승식을 서둘러 홍보하고, 한 달 이상 따져보아야 할 자동화설비 점검을 재개통 닷새 전에야 하도록 했다. 일이 꼬이자 ㈜서울메트로는 "예정보다 3개월 이상 개통을 앞당겼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다. 누구의 잘못이든 이미 예정보다 많이 늦어진 만큼 철저히 점검해 개통 후 문제가 없게 하기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612금] 대북 제재, 핵문제 해결 노력으로 이어져야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논의를 주도해온 주요 7개국(5개 상임이사국과 한국·일본)이 결의안 초안에 합의했다. 무기금수 전면 확대, 공해상 검색을 포함한 화물 검색, 금융제재 확대 등이 담긴 강경한 내용이다.
북한 핵실험 이후 2주 반이나 걸려 합의를 이룬 것은 논의가 순탄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특히 중국과 러시아는 제재 수위를 낮추고 표현을 완화하려고 애썼다. 그럼에도 2006년 10월 1차 북한 핵실험 이후 채택된 결의안 1718호보다 강도가 높은 내용에 합의한 것은 북한의 일방적 행태에 우려하는 강한 국제적 공감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제재가 제대로 시행된다면 북한은 상당한 압박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은 곧 채택될 이 결의안에 담긴 뜻을 잘 헤아려야 할 것이다. 북한은 최근 몇 달 동안 지구촌 안보의 잠재적 위험요소를 키우는 자의적 조처를 취하면서도 그 책임을 외부에 돌려왔다. 이런 태도는 결코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북한이 계속 자신만의 행보를 고집한다면 국제사회와의 대립도 더 가팔라질 수밖에 없다. 북한은 유엔 제재에 맞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우라늄 농축 등을 강행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런 태도는 북한 스스로를 위해서도 현명하지 못하다.
관련국들도 제재가 능사라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북한이 핵실험을 한 데는 핵 능력 제고를 통해 체제안보를 꾀하고 대외 협상력을 높이려는 의도가 크게 작용하고 있다. 북한으로선 외부 압박이 거세질수록 핵 개발 속도를 높여야 할 동기도 커지는 것이다. 지난 20년 가까이 되풀이된 이런 악순환 구도를 깨뜨리지 않는다면 북한 핵 문제는 풀리지 않는다. 따라서 대북 제재와는 별도로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려는 노력에 더 큰 비중을 둬야 한다. 특히 대북 협상에서 열쇠를 쥔 미국은 핵문제를 근본적으로 진전시킬 협상 틀 마련을 본격화해야 한다. 유엔 제재는 핵문제 해결로 가는 밑거름으로 삼을 때만 본래 의미가 산다.
우리 정부는 그동안 대북 제재 강화를 선도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 과정에서 남북관계는 최악의 상태를 향해 가고 있다. 핵문제 해결을 지향한다면 이런 태도는 바뀌어야 한다. 긴 안목이 없는 즉자적 대응은 핵문제도, 남북관계도 악화시킬 뿐이다.
[동아일보 사설-20090612금] 개성공단 ‘돈독’ 오른 北에 휘둘릴 수 없다
북한이 작년부터 시도한 개성공단 흔들기의 실체가 드러났다. 북한은 어제 남북 접촉에서 현행 평균 75달러 수준인 개성공단 근로자의 월급을 300달러로 인상하고 이미 받아간 1600만 달러의 토지임대료를 5억 달러로 올려 달라고 요구했다. 신의를 내팽개친 일방적 계약 파기 행위다.
지난해 3월 남북경제협력협의사무소에 근무하던 우리 당국자 11명 추방으로 시작된 개성공단 공세의 목적은 결국 돈이었다. 북한은 이 과정에서 현대아산 직원 A 씨를 붙잡아 75일째 억류하고 있다. 사람을 잡아놓고 터무니없는 액수의 몸값을 요구하는 인질범과 다를 게 없다.
북한은 지난달 21일 첫 접촉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A 씨 문제를 외면하면서 돈 얘기만 꺼냈다. 이것이 대남(對南)공세를 펼 때마다 ‘민족끼리’를 내세우던 북한의 진짜 모습이란 말인가. 우리 대표단은 A 씨의 얼굴도 보지 못한 채 “잘 있다”는 말만 듣고 돌아왔다.
개성공단은 이번 사태로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8일 입주기업 가운데 한 곳이 처음으로 철수 결정을 내렸다. 올 들어 4월까지 개성공단 입주업체들의 총수출액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56.1% 감소했고, 총생산액은 6.6% 줄었다. 우리 기업 상주인력도 최근 3개월간 43% 줄었다. 조봉현 기업은행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북한이 임금을 중국 수준인 월 200달러로 올려달라고 하면 100여 개 입주기업 중 3곳, 150달러를 요구하면 30곳 정도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북의 300달러 인상 요구에 굴복하면 우리 기업이 모두 보따리를 싸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개성공단에서 철수하기로 한 기업인은 경제적 피해와 함께 직원들의 신변위협을 이유로 꼽았다. 북이 A 씨를 석방하고 다시는 그런 불상사가 없으리라고 보장하지 않는 한 우리 기업과 직원들의 불안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북이 계속 황당한 청구서만 들이미는 식이라면 남북 접촉의 의미가 없다. 북에 A 씨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개성공단에 관한 어떤 논의도 하지 않겠다는 것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19일 남북 접촉에서도 ‘A 씨 억류가 개성공단 문제의 본질’이라는 자세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서는 안 될 것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는 강력한 제재결의를 만들어 북한의 핵과 미사일 도발에 대응할 채비를 하고 있다. 지금은 북이 달라는 대로 임금을 올려주고 토지임대료를 펑펑 집어줄 때가 아니다.
[조선일보 사설-20090612금] 나로우주센터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을 본다
우주를 향한 대한민국의 꿈을 실현시킬 나로우주센터가 11일 전남 고흥군 봉래면 예내리 외나로도에서 준공식을 가졌다. 2000년 12월 첫 삽을 뜬 지 8년 6개월 만이다. 이로써 한국은 세계 13번째 우주센터 보유국이 됐다. 7월 말에는 한국의 첫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I)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우주로 나간다. 위성이 궤도진입에 성공하면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10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우주개발 선진국으로 가는 첫발을 내딛게 된다.
나로우주센터는 러시아에서 설계도를 들여와 현대중공업 등 국내 업체들이 건설했다. 그 과정에서 숱한 난관이 있었다. 러시아가 A3 용지 2만1631장 분량의 발사대 설계도를 보내온 것이 2007년 3월이었다. 러시아에서 우주기술 유출 논란이 일면서 예정보다 4개월 늦은 것이다. 이 러시아 규격 설계도를 국내 규격으로 바꾸는 데만 8개월이 걸렸다.
그러나 러시아 전문가들이 직접 세워도 23개월은 걸린다는 발사대 구축을 우리는 19개월 만에 해냈다. 관련기술의 80%를 국산화하는 성과도 거뒀다. 러시아 설계회사 KBTM이 우리와 함께 컨소시엄을 구성해 카자흐스탄 바이코누르 발사장의 새 발사대 건설에 참가하자고 제안해올 정도로 기술과 능력을 인정받았다. 휴일을 반납하고 가정도 버리다시피 해온 연구원과 기술자들의 땀과 희생, 열정이 만들어낸 쾌거다.
우주는 인류의 마지막 개척지다. 미국 러시아 유럽 중국 일본 인도 등 주요 강대국들은 국가적 자긍심은 물론 경제적 실익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경쟁적으로 우주개발에 나서고 있다. 우주산업은 전기전자·기계·화학·신소재 등 첨단기술을 망라하고 있어 파급 효과가 크다. 나로우주센터 건설 과정에서도 국내 기업들은 그동안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초청정·초고압·초저온 기술을 습득할 수 있었다. 우주발사체 1호 나로호만 해도 연구개발에 5025억원이 투입된 반면 경제적 파급 효과는 3조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제부터 과제는 우주발사체 기술자립도를 높이는 것이다. 나로호의 핵심인 1단계 로켓은 러시아가 제작했다. 정부는 2018년까지 나로호의 뒤를 이을 후속 발사체를 순수 국산기술로 개발할 계획이다. 2020년엔 달 탐사 위성을, 2025년엔 달 착륙선을 쏘아올린다는 계획도 세워놓고 있다. 우주 대장정의 전초기지 나로우주센터에서 대한민국의 희망이 싹트고 있다.
[서울신문 사설-20090612금] 우주 대장정 첫발 뗀 나로센터 준공
국내 첫 인공위성 발사장인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가 어제 문을 열었다. 착공 8년여 만에 국내 우주개발 전초기지가 완공됨에 따라 한국은 세계 13번째 우주센터 보유국이 됐다. 7월 말 러시아와 공동 개발한 우주발사체 나로호(KSLV-1)가 과학기술위성 2호를 싣고 성공적으로 우주로 나가면 한국은 자력으로 위성 발사에 성공한 10번째 국가이자 ‘스페이스 클럽’의 일원이 된다.
한국은 1992년 과학위성 우리별1호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11개의 인공위성을 쏘아 올렸지만 모두 외국의 우주센터를 통해 이뤄졌다. 위성 기술은 괄목할 만하지만 발사체 기술은 이에 못 미치는 반쪽짜리 우주개발 기술이었던 셈이다. 비록 100% 국산 발사체는 아니지만 우리가 개발한 위성을 우리 로켓에 의해 우리 발사장에서 쏘아 올릴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나로우주센터의 의미는 적지 않다.
명실상부한 우주선진국이 되기 위해서는 우주센터와 인공위성, 우주발사체(로켓)의 3대 요건을 갖춰야 한다. 이제 우리는 자체 우주센터를 갖게 됨으로써 새로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미국 러시아 등 우주강국들과 함께 우주 탐사·개발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게 된 것이다. 정부는 2018년까지 100% 국산 기술로 개발한 나로2호(KSLV-Ⅱ)를 발사, 세계10대 우주선진국에 진입한다는 계획이다. 2020년엔 달탐사 궤도선, 2025년엔 달착륙선을 개발한다는 목표도 세워 놓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우주발사체 기술의 완전 자립화가 중요하다. 우주산업은 21세기 새로운 국부(國富)를 창출할 핵심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정부의 구체적이고 정교한 지원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우주 대장정의 첫발은 뗐지만 갈 길은 여전히 멀고 험하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612금] 신변안전 빼놓은 개성회담 의미없다
개성공단 문제로 어제 남북이 실무회담을 열었지만 대단히 실망스런 결과만 나와 안타깝다. 북은 어제 공단 내 북측 근로자 임금을 현재의 4배인 월 300달러로,토지임대료는 무려 31배나 인상해 5억달러를 더 달라고 요구했다. 협상용이라 해도 터무니없고,과연 개성공단을 유지할 의사가 있는지 의심이 갈 수밖에 없는 주장이다. 북의 얘기는 하나같이 억지일 수밖에 없는 만큼 조목조목 논리적으로 따질 가치조차 없다고 본다. 기존 협상과 상호간에 약속한 협정을 완전히 부정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더구나 우리가 가장 큰 문제로 보고,또 개성공단의 장래와 관련한 본질적인 사안이라고 강조했던 우리측 근로자 유모씨 문제가 제대로 협의되지 못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런 식이라면 오는 19일로 잡힌 다음 회담도 별로 기대할 게 없다는 게 우리 생각이다. 재차 강조하지만 뚜렷한 이유도 모른 채 74일째 억류(抑留) 중인 유씨 건은 남쪽 근로자 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개성공단에서 '3통'(통관 통행 통신) 보장에 관한 사안인 만큼 이는 개성공단의 향후 발전 여부를 판가름할 근본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
개성공단은 남북간 상호이익을 추구하는 협력사업으로 상당한 기대와 활발한 개발을 추진해온 것이 사실이다. 이러한 개성공단에 대해 국내에서 회의론이 커져 가는 상황임을 북은 직시(直視)해야 한다. 이미 철수 결정까지 내린 기업이 나온 현실도 예사로 볼 일이 아니다. 불확실한 경영활동으로 인해 주문량이 감소하고,신변안전을 포함한 불투명한 환경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개성에서 사업을 포기하는 기업들은 급속히 늘어날 수밖에 없다. 북측은 개성공단을 문닫으려는 의도가 아니라면 이런 무리한 요구로 입주기업을 벼랑끝으로 내몰 것인지 심사숙고해 보아야 할 것이다.
내일이면 유엔의 대북 제재안도 결의된다. 핵실험에 대해서는 단호한 입장인 결의안도 개성공단 사업에 대해서 만큼은 영향이 없도록 하고 있다. 남북간 신뢰 회복과 화해 분위기 구축은 국제사회도 지지한다는 의사에 다름 아니다. 북은 이 메시지를 잘 받아들여 지금이라도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있는 대안과 주장을 내놓고 협상에 나서야 한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강찬수(환경전문기자)-20090612금] 진화하는 인간
휴대전화로 통화하며 걷는 사람을 거리에서 만나는 것은 너무도 흔한 일이다. 원숭이와 직립보행을 하는 크로마뇽인에 이어 한 손을 귀에 대고 걷는 현대인의 모습을 자연사박물관에 걸린 ‘인류의 진화’ 그림에 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이러다 보니 ‘휴대전화 엘보’가 생긴다는 최근의 미국 언론 보도를 단순한 호들갑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테니스를 즐기다 테니스 엘보에 걸리는 것처럼 휴대전화 통화를 오래 하면 팔꿈치에 통증이 생기고 손가락이 무감각해지는 게 휴대전화 엘보다.
팔꿈치 통증에 전자파 걱정도 있지만 멀리할 수 없는 게 휴대전화다. 인류에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능력을 제공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다 랩톱 컴퓨터나 무선 인터넷, DMB 단말기, 자동차 내비게이션까지 가세한 요즘 인간의 능력은 불과 10년 전과 비교해도 엄청나게 커졌다.
휴대용 디지털 기기가 늘어나면서 인간은 늘 보조기억장치를 몸에 지니고 다니는 셈이 됐다. 이들 장치는 사람의 뇌보다 오히려 더 많이, 더 정확하게 기억한다. 최근엔 한 발 더 나아가 뇌에서 나오는 신호를 이용해 로봇이나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뇌-기계 인터페이스(BMI)’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유전공학·로봇공학·정보기술·나노기술의 진보는 인간 능력을 어디까지 끌어올릴지 알 수 없다. 인류는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 수 있고 문화적·언어적 장벽도 쉽게 뛰어넘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자지 않고 먹지 않는 인간이 나타날지도 모른다(조엘 가로·『급진적 진화』).
하지만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울려대는 휴대전화 벨소리에 진정한 휴식, 정신적인 자유를 박탈당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계산기·사전 기능에 머리를 쓸 필요가 없다 보니 우리가 기억하는 전화번호 개수는 갈수록 줄어든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에서 호모 사피엔스로 진화할 때까지는 인류의 두개골 용량이 늘었지만, 최근 3만 년 동안에는 인간의 뇌 크기가 오히려 10~15% 줄었다는 분석도 있다(존 브록만·『과학의 최전선에서 인문학을 만나다』). 도구나 사회 시스템에 더 많이 의존하면서 뇌 자체의 역할은 그만큼 줄어든 때문인지도 모른다.
인간은 지금 이 순간에도 ‘사이보그’를 향해 진화하고 있다. 하지만 첨단 디지털 휴대기기를 소유하지 못한 ‘자연인’이 사회적 약자가 돼 경쟁에서 도태되는 상황이 심각해지지 않을까 걱정되기도 한다.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090612금] 장미와 국화
장미의 계절에 국화가 피어났다. 숲에는 장미가 붉게 타는데, 거리에는 국화가 눈처럼 내렸다. 태양을 오려 접었는가. 장미를 품으면 가슴이 뜨겁다. 눈물이 바래면 저리도 하얀가. 국화를 품으면 가슴이 시리다. 장미는 사랑을, 그리고 국화는 떠나간 넋을 기린다. 장미는 계절을 알리지만 때아닌 국화는 시대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묻고 있다.
우리의 유월은 장미꽃처럼 붉다. 붉은 함성이 타올랐고, 붉은 촛불이 피어났고, 붉은 피가 역사를 적셨다. 신경림 시인은 유월의 함성을 이렇게 노래한다. “그 함성이 짓누르던 어둠을 몰아냈다/ 그 어깨동무가 번쩍이던 총칼을 물리쳤다/ 그 노래가, 그 부르짖음이 눈부신 하늘을 펼쳐주고/ 화안한 새벽을 불러왔다.” 어둠이 걷힌 하늘은 어제의 하늘이 아니다. 태양도 새롭고 사람도 새롭고 공기도 새롭다. 그리하여 비로소 안다. “이 땅의 햇빛이 이렇게 밝다는 것을/ 바람에서도 아름다운 종소리가 난다는 것을/ 나무도 풀도 덩실덩실 춤을 춘다는 것을.” 바람에서도 종소리가 들리던 1987년 6월이 오기까지 우리는 80년 5월에 오래도록 갇혀 있었다. 돌아보니 5월은 어언 30년 동안 군홧발에 짓눌려 있었다.
그러나 오월은 길고 유월은 짧다. 이 땅의 겨울은 길고 봄은 짧다. 그 짧은 봄마저 여름으로 무르익기 전에 겨울이 앗아가는가. 오월의 광주는 유월의 광장을 열었지만, 그 광장은 이제 다시 닫히고 있다. 방패로 경찰차로 곳곳에 벽이 쌓인 거리에는 초여름인데도 찬바람이 몰아친다. 햇빛은 한낮인데도 어둡고, 사람들은 길을 잃었다. 함성은 차벽에 막히고 분노는 방패에 막혀 길바닥에 나뒹군다. 주검처럼 절망이 널린 거리에는 때아닌 국화가 피어났다. 장미의 계절에 피어난 국화는 무서리처럼 하얗게 시국을 덮었다. 우리의 유월은 다시 춥다.
장미는 햇살을 태우지만 국화는 어둠을 사른다. 6월항쟁 22주년 기념집회에서 국화는 수만개의 촛불이 되어 어둠을 밝혔다. 국화는 국민들 가슴속에서 촛불로, 함성으로 끝없이 피어나고 있다. 촛불이 켜질수록 세상은 어둡다. 수백만송이의 국화가 만발한 시국은 컴컴하기만 하다. 민주주의에는 다시 검은 리본이 걸렸다. 그러나 숲에 핀 장미는 져도 가슴속에 핀 국화는 지지 않는
다. 꽃은 시들어도 태양은 시들지 않는다. 유월의 함성은 시들지 않는다.
[매일경제신문-매경춘추/강민구(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20090612금] 전자법정
`전자법정(Electronic Courtroom)`은 넓은 의미의 `전자법원(Electronic Court)`의 개념에 속한다. `가상법정(Virtual Courtroom)`의 개념과는 달리 본래 의미의 전자법정을 의미하고, 주로 물적 설비와 그 지원 소프트웨어 등을 포괄하여 부르는 용어다. 현재 우리나라의 각급 지방법원에는 첨단 시설이 완비된 전자법정이 구축되어 실제 재판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최초 전자법정은 1993년 9월 미국 버지니아주에 있는 윌리엄앤드메리대학과 미 국립 주법원센터(NCSC) 두 기관 공동으로 21세기 법정(www.legaltechcenter.net)이라는 사업을 출범시킨 것에서 비롯됐다. 우리 법원은 그동안 법률정보 데이터베이스화, 등기전산화, 각종 송무와 사건관리의 전산화 구축 등으로 사법부 정보기술(IT) 분야에서 세계 상위 3위에 들 정도로 발전하였음에도 미국 등 정보화 선진국에 비해 결정적으로 뒤지고 있었던 분야가 바로 첨단 전자법정, 전자파일링과 그 관련 분야였다.
그런데 다행스럽게도 2006년께부터 각급 법원 단위로 전자법정을 새로 설치하는 등 이 분야에 대한 대대적인 투자가 이루어져 세계 어느 나라 못지않은 전자법정을 갖추게 되어 감회가 새롭다. 일부에서는 전자법정이 투자비용에 비해 거두는 성과가 작을 것이라고 예단한다. 그러나 필자의 운용 경험에 의하면 기술 관련 사건이 아니더라도 전자법정의 효용이 크다는 것을 실감했다. 무엇보다 증인의 위증을 방지하고, 살아있는 변론의 생동감이 그대로 전자장치를 통해 기록되며, 당사자 설득과 재판의 신뢰 구축에도 매우 효과적이다.
종국적으로 전자법정 체제는 현재의 정적이고 따분한 법정의 분위기를 순식간에 동적이고 활력이 넘치는 법정으로 변화시킬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의 고객인 국민의 사법에 대한 신뢰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면서 궁극적으로는 모든 분쟁의 조기 해결에도 도움을 주게 될 것이다. 또한 오늘날 재판 실무에서의 화두인 구술심리와 공판중심주의의 실천에도 전자법정은 획기적으로 이바지할 수 있다고 본다.
정보화 시대와 대량소송 사태에 처해 있는 오늘날 법원 업무에서 전자법정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임을 인식해야 한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데스크 칼럼/박민수(정치부장)-20090612금] 일방통행은 이제 그만
서울광장이 또 한바탕 심한 몸살을 앓았다. ‘6월 항쟁 계승 민주회복을 위한 범국민대회’는 우려했던 것과는 달리 큰 충돌이나 불상사 없이 무사히 끝났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 반대 촛불에 이미 심각한 화상을 경험했던 정부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당연히 이번 촛불이 어디로 얼마나 번질지 긴장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레 겁먹고 서울광장 봉쇄에 나섰다 결국 물러선 경찰의 심정도 십분 이해된다. 지난해 쇠고기 파동 촛불과 이번 6ㆍ10 항쟁 촛불은 비록 점화 형식은 다르지만 촛불 속에 타오르는 내용은 동일하다.
* 대통령과 진정한 소통 원해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을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의 여론조사에서도 국민들 10명 가운데 8명은 이명박 정부의 일방통행 식 국정운영에 실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현 정부의 오만함과 밀어붙이기 식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달리 청와대가 문제의 심각성을 인정하지 않고 애써 외면하려는 모습은 더 큰 문제다. 특히 청와대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벌어지고 있는 반정부 투쟁의 추동력이 급격히 떨어질 것으로 분석, 지금의 자세를 계속 유지한다면 사태는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들의 주장에 또다시 귀를 막고 일방통행을 고집할 경우 이 같은 촛불은 집권 기간 내내 타오를 게 분명하다. 오는 13일 효순ㆍ미선양 추모집회, 15일 남북선언 9주년 기념식 등 민감한 행사들도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물론 지금 반정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야당과 일부 시민단체의 주장을 액면 그대로 다 받아들이고 동의하기는 어렵다. 법과 원칙을 어기면서도 내가 하면 뭐든지 민주며 합법이고 네가 하는 것은 모두 다 탄압에다 독재라는 이율배반적 태도는 위선과 기만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이들을 무조건 틀어 막아서는 곤란하다. 이들의 주장에 귀를 기울이고 공간을 열어주는 대신 법과 원칙을 지키지 않을 경우 그에 대한 대가를 확실히 치르도록 하면 된다. 이들의 주장과 행동에 대한 옳고 그름은 어차피 국민들이 판단해야 할 몫이다. 행위에 따른 책임을 확실하게 져야 하며 법과 원칙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는 꼭 이뤄져야 한다.
사실 대다수 국민들은 야당과 반 정부 단체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MB 정부의 악법등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다. 최근에 만난 정치권 인사는 MB악법이니 한나라당의 쇄신안이니 이런 것에 대해 지역 주민들은 전혀 관심이 없다고 했다. 심지어 당원들조차도 무관심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혼란과 분열은 정부의 일방통행식 국정운영과 대통령을 둘러싸고 있는 매파들의 국정 농단에 대한 불만이 큰 만큼 이를 해소하는 게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사정이 이런대도 청와대가 계속 4차원 세계에서 지내겠다면 곤란하다. 한나라당이 쇄신의 명분으로 내건 박희태 대표의 퇴진이 이번 사태를 치유할 수 있는 제대로 된 처방전이 아니라는 것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무관의 대표인 박희태를 내친다고 국면이 전환된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눈 가리고 아웅’도 아니고 한나라당으로서는 사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는 셈이다.
* 감동의 정치가 필요한 때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대통령의 진정성과 쌍방향 소통이며 인적쇄신을 통한 감동의 정치다. 감동의 정치가 필요한 때다. 대통령이 당당하게 나서 ‘광장은 내가 만든 것이고 이 광장은 국민 여러분들의 것이다. 여러분들이 이 광장에 모여 자신들의 주장과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활짝 열어 놓겠다. 그러나 지켜줘야 할 것은 반드시 지켜주길 바란다’고 나서서 한마디만 한다면 국민들은 감동 받을 게 분명하다. 국민들의 거대담론 보다는 사소한 것에서 감동 받기 마련이다.
감동이란 것은 치밀한 준비나 계획에 의한 것이기 보다는 일상의 무료함을 벗어나는 의외성에서 나올 때가 많다. 감동을 줄 때 추락하고 있는 지지율은 당연히 올라간다.
20090612금.hwp
나를 말하는 어떤 방법 a way of self-confession
2009_0612 ▶ 2009_0705
초대일시_2009_0612_금요일_05:00pm참여작가
권순영_양유연_이윤주_홍인숙
관람시간 / 11:00am~06:00pm
관람료_1,000원
갤러리 소소_GALLERY SOSO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 법흥리 헤이리마을 1652-569번지
Tel. +82.31.949.8154
www.gallerysoso.com
사람들은 스스로 이야기를 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재요약하고 재해석하고 있었던 것이다._Catherine Kohler Riessman, Narrative analysis.자신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자신 내부의 것들을 곱씹으며 재평가하거나 스스로에게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이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하는 자신의 이야기는 순차적이지도, 논리정연하지도 않다. 오히려 자신을 곱씹어 하는 이야기는 놀랍도록 집요한 관점을 취하거나자의적으로 왜곡되기도 하고 무의식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하여 재조합, 재해석 된다. 여기 네 명의 작가는 '나'로부터 출발하여각자의 개인 내러티브(Narrative)를 자기 자신만의 방법으로 이야기 해 나간다.

권순영_정물_장지에 혼합재료_91×117cm_2009
권순영 작가는 콤플렉스라고 규정지을 수 있는 자신 내부의 요소들을 토해내는 방식으로 작업을 해나간다. 그의 그림은귀여운 캐릭터와 아기자기한 색채들로 눈을 현혹시키지만 그 너머의 실상은 자신의 병적 정서를 담고 있는 '비천한 이야기'-작가曰-들이다. 그림 속, 익명의 만화 캐릭터의 행동과 표정은 그가 현실에서 표출할 수 없었던 퇴폐적이고, 폭력적인 자신의 모습을보여준다.

양유연_숲 손 숨_장지에 채색_65.2×53cm_2009
양유연 작가는 아물지 못한 자신의 상처 즉 불안정한 감성을 그림으로 그리며 더듬는다. 작가는 자신을 투영시킨'소녀'-감정덩어리-라는 인물에서 서서히 인체의 한 부분인 손으로 집중하게 된다. 작가에게 손은 자신을 어루만져주고 달래주는동시에, 아물지 않은 상처를 굳이 더듬어 보는 역할을 하며 익살을 떠는 존재이기도 하다. 작가는 그림 안의 손을 점차 위와 같은역할을 넘어 물리적 고통을 쏙 빼고 스스로 존재하도록 그리는데 이러한 행위는 그가 거리를 두고 스스로를 보기 시작하는 태도와닮아 있다.

이윤주_새야새야울지말아라_종이에 아크릴채색_85×60cm_2009
이윤주 작가는 스스로의 고통스러운 현실을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방법-현실의 그림자로써, 작가 曰-으로 그림을그린다. 작가는 그의 현실인 결혼과 출산 그리고 육아를 경험하며 느낄 수 있는 감정의 스펙트럼을 사회가 교육하고 강요하는'아름다워야 하고 자기 희생적이어야 하는 출산과 모성애'에 가두지 않는다. 즉, '어머니'라는 역할에게 허락되지 않은 일종의금기시된 미움, 분노, 슬픔 등과 같은 감정들을 '가족애'와 '모성애'와 함께 동등하게 담아낸다

홍인숙_명랑한 고통-후두둑_연필과 한국화물감채색 후 종이에 찍음_120×150cm_2008
홍인숙 작가는 자신이 살아온 삶 그리고 느껴온 감정들을 함축시켜 화면에 그려낸다. 이렇게 함축된 그의 삶의 이야기는‘사람과의 관계 속에서 생겨나는 사랑, 그리움과 아쉬움 그리고 그 감정을 겪으며 생기는 자신에 대한 반성, 반성 후 따르는자신의 변화와 변화에서 오는 고통 그리고 이 모든 생각의 흐름을 받아들이는 자세’에 관한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신의 이야기를자신이나 가족의 얼굴과 사적인 이야기를 품은 사물들 그리고 작품의 제목에 투영 시킨다. 그의 작품은 얼핏 단순해 보일지모르겠으나 그 작업과정은 여러 단계를 거친 것이다. 작가는 드로잉을 하고 필요한 곳에 색을 칠하고 또 조각조각 종이판을 만들어색을 찍어내는 과정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게 된다. 함축적으로 자신을 말하기 위한 단순하지만은 않은 작업과정은, 작가가 자신의삶을 통해 얻게 되는 개인적인 깨달음과 맞닿아 있다. ● 관람자들은 지극히 개인적인 언어로 자신을 이야기 하는 이 그림들을단순하게 ‘좋다’또는 ‘싫다’라고 말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모든 긍정과 부정의 감정들은 관람자 내면의 어느 한 부분이 이그림들과 반응을 한다는 것이고, 우리는 이 반응을 통해 자신 내면의 부정해 왔지만 존재하는 면면을 새삼 깨닫게 된다. ■ 갤러리 소소
Vol.090612b | 나를 말하는 어떤 방법 a way of self-confession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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