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7월 28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728화] 서민 위한 광복절 사면 방향 잘 잡았다
이명박 대통령이 27일
광복절 사면에 대해"기업인들, 공직자들 등 여러 계층에서 사면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번 사면은 오로지 생계형 사면이 될 것"이라고
분명한 선을 그었다. 이 대통령은 "농민 어민 서민 지영업자, 특히 생계형 운전을 하다가 면허가 중지된 분들"이라고 구체적
대상을 명시한 뒤 150만명 정도의 규모까지 제시했다. 법무부에서도 구체적인 대상자 분류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는 역대정권에서 사면
논의가 이뤄질 때마다 사면권 행사는 극히 제한적이고 예외적이어야 하며, 부득이한 경우에도 국민의 일반정서에 반하지 않도록
엄격하고도 공정한 기준이 적용돼야 함을 강조해 왔다. 사면권이 헌법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기는 하지만 삼권분립과 법치주의
정신을 훼손하는 위헌적 요소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사면권 제한을
대선공약으로까지 내걸었던 지난 정부마저 정치적 동지를 구제하기 위한 방편 등으로 사면권을 남용한 사실을 우리는 기억하고 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이 정권 들어서 지난 해 두 차례 사면 때도 비리 정치인과 선거사범, 경제인과 고위 공무원 등이 대거 정권의
'은전'을 받은 바 있다.
잦은 사면이 그 때마다
내세운 국민 화합이나 경제 살리기에 실제로 도움이 됐다고 믿는 사람은 없다. 그런 점에서 청와대가 "대통령의 임기 중에 일어난
사회지도층의 권력형 부정과 불법에 대해서는 관용을 베풀지 않을 것"이라고 사면의 원칙을 세운 것은 평가할 만하다.
물론 생계형 사면대상의
기준과 범위를 정하는 데도 형평성 등을 고려할 때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주요 국경일 때마다 관례적으로 이뤄지는 사면
때문에 번번이 법 위반자들의 기대감을 부풀리는 등 국민의 일상적 법의식에 미치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그렇더라도 불법 비리를 저지른 사회지도층에 대한 '배려'를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점만으로도 상황은 크게 진일보한 것이다. 이번 광복절 사면이 바람직한 사면권 행사의 선례가 되기를 기대한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728화] 일제고사에 방학마저 빼앗긴 아이들
방학은 학생들의 건강한
심신을 위해 주어지는 긴 휴가다. 학생들이 지친 몸과 마음을 가다듬고 새로운 경험을 쌓아 자신의 삶을 살찌울 수 있는 소중한
기회다. 그러나 우리의 중·고등학생은 물론 일부 초등학생들까지 방학은 그림의 떡이 되어가고 있다. 학교가 보충학습을 강제하는
탓이다.
물론 이전에도 방학중
보충학습을 개설하는 학교가 있었다. 그러나 이번 여름방학은 학생들이 자율적으로 선택하던 이전과 큰 차이가 있다. 지난해 일제고사
성적이 낮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많은 학교들이 보충학습을 사실상 반강제로 실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주호 교육부 차관이 입안한
이명박식 교육정책이 얼마나 자신의 공약과 상반되는 결과를 빚고 있는지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 수 없다.
이 차관은 ‘학교만족 2배,
사교육 절반’이란 구호 아래 ‘학생이 즐거운 학교’를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교를 자유롭게 하면 학교가 학생들을 즐겁게 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고, 학교간·지역간 학력 격차를 공개하면 학교가 뒤처진 아이들을 줄이기 위해 노력할 것이니 학생들이 즐거워질 것이란
주장이었다. 이런 주장에서 나온 것이 학교 다양화 정책이고, 일제고사 성적 공개였다.
그러나 그 결과는 아이들을
행복하게 해주기는커녕 훨씬 더 불행하게 만들고 있다. 이제 아이들은 학력 격차로 인한 인사상 불이익을 우려하는 학교장들을 위해
방학마저 보충학습에 빼앗겨야 한다. 학교 다양화란 이름으로 고등학교 서열화에 박차를 가하니 사교육을 받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렇게 학과 공부에 매이다 보니 체력은 물론 학습 흥미도가 낮아지는 것은 피할 길 없다. 국제학력평가(피사)나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 변화 국제비교연구’ 등이 우리나라 아이들의 학업성취도는 상위권이지만 학업 흥미도는 최하위권이라는 충격적인 결과를
내놓은 게 단적인 예다. 아이들과 학부모들은 갈수록 골병들고 한국 교육의 미래는 갈수록 암담해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상황을 타파하려면
맹목적인 경쟁을 강요하는 현재의 교육정책을 전면 전환해야 한다. 당장 모든 학교, 모든 아이들을 일렬로 줄세우는 일제고사 성적
공개와 고교 서열화, 학교의 입시학원화를 중단해야 한다. 뒤처진 아이를 끌어올리는 길은 경쟁 강화가 아닌 지원 강화다. 교육의
연장인 방학마저 학과 수업에 빼앗겨선 안 된다.
[동아일보 사설-20090728화] 대통령이 ‘입시 혼란’ 부르나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임기 말쯤(2013학년도) 가면 아마 상당한 대학들이 100% 가깝게 입학사정관제로 학생을 뽑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3학년도 대학입시부터 100% 입학사정관제 또는 농어촌 지역균형선발제로 바뀌게 된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대학입시의 틀을 크게 바꾸는 계획이 정부 안에서 추진되고 있음을 내비친 것이다.
정부의 교육정책을 주도해온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은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통령 발언은 입학사정관제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이라며 “100%라는
숫자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100% 입학사정관제 입시’를 3년 반 만에 어떻게 현실화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입시 제도를 바꾸는 일은
대통령이 한마디씩 흘리는 방식으로 공개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정부는 입학사정관제의 전면 확대와 함께 내신과 대학수학능력시험의
반영 체제를 같이 바꾸는 복안을 갖고 있을 게 분명하다. 학부모의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정부는 전체적인 입시제도 변경의
청사진을 조속히 국민에게 알릴 필요가 있다.
입학사정관제가 학생의
점수보다는 창의력과 잠재력을 보는 선진국형 신입생 선발제도이기는 하지만 미국에서도 이 제도가 정착되는 데는 100년 이상의
세월이 걸렸다. 대학 자체의 오랜 노하우, 고교와 대학 간의 신뢰가 구축되어 있어야 가능한 제도다. 국내에서 2010학년도
입시에서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선발하는 인원은 47개 대학에 2만690여 명으로 2009학년도 40개 대학 4555명에 비해
4.5배 늘었다. 정부가 입학사정관제의 확대를 대학에 강하게 주문한 결과다. 이는 전체 4년제 대학 입학정원의 6%에 불과한데도
학부모와 수험생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고, 대학도 당황하고 있다. 신입생 선발의 공정성에 문제가 제기되는 등 아직 불안한
입학사정관제를 단기간에 전면 확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에 가깝다.
이 대통령의 발언대로
입학사정관제를 입시에 100% 도입하려면 정부의 입시 개입이 불가피하다. 대학은 각자에 맞는 입시 방식을 고집하기 마련이다.
대학에 학생선발 자율권을 돌려주겠다는 정부의 약속을 뒤집는 일이다. 입시 제도를 바꾸려면 오랜 연구와 사회적 합의 도출 과정이
필요하다. 이런 절차도 없이 사교육을 잡겠다는 한 가지 목적만을 내세워 입시를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조선일보 사설-20090727월] 한국을 추월하기 시작한 중국의 첨단기술
한국의 첨단기술 수준이
일본의 9분의 1에 불과하고 일부 분야에선 중국에도 추월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과학기술진흥기구(JST)가 최근 각국의
정보통신·나노기술·생명공학·환경기술·첨단계측기술·임상의학 6개 분야 274개 첨단기술을 연구·기술개발·양산 단계별로 평가한
보고서에서 한국은 연구 10개, 기술개발 17개, 양산 16개 등 43개에서 1등급을 받는 데 그쳤다. 1등급 기술은 미국이
546개, EU 397개, 일본이 361개에 이르러 한국은 미국의 13분의 1, 유럽과 일본의 9분의 1에 불과했다. 한국이
자부해온 IT기술도 1등급은 59개 중 13개밖에 안 됐고 생명공학기술은 1등급이 한 개도 없었다.
중국은 13개 기술에서
1등급을 받았지만 광통신, 멀티미디어 시스템, 네트워크 제어관리, 고분자 플라스틱 재료, 신형 초전도체, 내시경 등 10여개
기술에서 한국을 앞질렀다. 그간 한·중 기술격차가 3~4년까지 좁혀졌다고 해왔으나 일부 첨단분야에선 이미 중국이 한국을 추월해
세계 최고수준까지 나아가 있다는 얘기다.
중국이 한국보다 앞선 분야는
대부분 최근 5~10년 사이에 부상한 신종기술 쪽이다. 기존 기술의 연구개발 실적을 축적하지 못한 중국은 차세대 신종기술을 골라
해외 우수두뇌를 데려오고 기술을 지닌 외국기업들을 인수합병하는 등 집중 투자전략을 펴왔다. 세계 100위권 내 대학이나
연구기관의 우수인력 1000명을 데려와 주요 대학 100개 학과에 배치한다는 '111 프로젝트'를 비롯해 신기술 전략이 벌써
효과를 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도 아날로그TV 기술에서 일본에 밀리다 디지털TV 기술에 집중 투자해 단숨에 일본을 추월한 경험을
갖고 있다. 이젠 중국이 한국의 '성공체험'을 본떠 한국을 따돌리려 하고 있다.
정부는 국가 차원의 첨단기술
집중 투자프로그램을 만들고 대학과 기업의 기술경쟁을 독려해야 한다. 첨단기술 발전의 바탕인 연구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해외
고급인재와 한국인 과학자를 적극 유치할 정책도 필요하다. 첨단기술을 상용화할 산업분야를 발굴하고 육성할 제도적 장치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서울신문 사설-20090728화] 국제인권수장 선출 반대는 나라 망신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국제인권기구 대표 선출에 국내 인권단체가 반대에 나설 모양이다. 세계국가인권기구 국제조정위원회(ICC) 의장국은 대륙별 순환
원칙에 따라 이번에는 아·태지역에서 ICC 의장을 맡을 차례다. 현 위원장은 다음달 3일 요르단에서 열리는 아·태
국가인권기구포럼(ARF)에서 후보 선출이 확실시된다고 한다. 한국의 ICC 의장 선출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인권위원회제자리찾기공동행동은 현 위원장의 ICC 의장 선출에 반대한다는 서한을 ICC 의장과 ARF 소속 기구에 보낼
예정이라고 한다. 국내 인권단체가 국가인권위원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국제기구에 선출 반대 서한을 보낸다는 것은 나라 망신이
아닐 수 없다.
공동행동은 반대하는 이유로
현 위원장이 인권과 관련한 활동경력이 없다는 점을 들고 있다. 하지만 인권단체는 현 위원장 임명 때부터 반대해 왔다. 인권단체의
저지로 취임식이 한 차례 연기된 바 있다. 현 위원장이 최대의 사회 이슈인 쌍용자동차 사태에 우려를 표시하고 원만한 해결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을 때도 인권단체들은 성명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최루액과 전자충격기 사용자제를 권고했어야 했는데도
신중하라고만 촉구했다는 것이다. 인권단체 주장대로 할 바에는 인권위와 인권단체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인권단체의 현 위원장
발목잡기가 지나치다고 본다.
한국이 ICC 의장국에
선출되면 한국 인권 수준의 국제적 인식 제고에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도 인권단체가 국제인권 수장이 나오는 것을
반대한다면 국제인권 분야에서 한국의 발전을 반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인권단체들은 국내 문제를 국제기구로 가져가서 나라 망신을
자초하는 일을 즉각 중단하기 바란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728화] 대표기업들의 `깜짝실적` 낙관은 금물이다
국내 대표기업들의 2분기
'깜짝실적' 발표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주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LG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의 실적 집계에서 시장의 예상을 크게
웃도는 매출 및 영업이익을 올린 데 이어,어제 현대건설은 상반기중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9% 증가한 4조6402억원의
사상최대 매출실적을 내놓았다. 글로벌 경제위기로 인한 불황(不況)의 골이 어느 때보다 깊은 여건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이 같은 호실적에 힘입어
증권시장 코스피지수가 1500선을 넘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것도 반가운 일이다. 우리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인 이들
대기업의 실적개선은 경기회복의 견인차 역할을 할 것이란 기대감을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이런 실적은 그동안의
원화약세에 따른 환율효과와 내부적인 비용절감에 힘입은 바 크지만,무엇보다 국내 기업들이 불황에 적극 대응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는 등 해외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데 역점을 둔 전략이 주효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휴대폰 시장에서
세계 1위인 노키아를 바짝 뒤쫓고,현대자동차의 경우 미국 GM 일본 도요타 등의 심한 판매부진과는 달리,상반기중 사상 처음으로
세계시장 점유율 5%를 돌파(突破)한 것이 그 성과다.
그럼에도 앞으로 이 같은
실적호조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시장여건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미국이 경기선행지수 반등,소비재 주문
증가 등 지표 호전과 기대 이상의 기업실적 등으로 경기회복의 청신호가 켜지고는 있지만 아직 바닥을 확인하기는 어렵고,중국
내수부양책 효과의 지속 여부도 낙관할 수 없는 상태다. 특히 환율이 언제 원화강세로 돌아설지,석유 등 원자재값 변동성이 커지는
것도 부담이다.
그런 만큼 우리 기업들은 더
허리띠를 졸라매고 구조조정을 가속화하는 한편 공격경영의 고삐를 죄지 않으면 안된다. 그동안 구조조정에 집중했던 해외 경쟁
기업들이 앞으로는 본격적인 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그렇다. 보다 과감한 투자와 마케팅 강화를 통해 경쟁력을 유지하는
것이 급선무다. 그것이 우리 경제의 회복을 앞당기는 지름길임은 물론이다.
[매일경제신문 사설-20090728화] 운동본부 만들면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되나
출산 장려 단체들이 지난달
말 인천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잇따라 출범하고 있다. 어제도 전재희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아이 낳기 좋은 세상
대구본부` 출범식이 열렸다. 서울 제주 광주 등 나머지 지역에도 만들어지면 다음달 중에는 중앙본부와 전국 16개 시ㆍ도
지역본부를 둔 단체로 위용을 갖추게 된다.
`아이 낳기 좋은 세상
운동본부`는 중앙정부와 지자체, 종교ㆍ시민ㆍ여성단체, 경제계 등 민관이 두루 참여해 출산율을 높이려는 단체다. 우리나라 인구가
2018년 감소세로 돌아서 이대로 가다간 세계 최고 고령화사회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나올 만큼 저출산은 심각한 상태다.
"북핵보다 더 무서운 게 저출산 문제"라는 전 장관 말은 맞다. 세계 최저 수준인 1.19명으로 떨어진 출산율은 무슨 수를
쓰더라도 높여야 한다.
그러나 전국 이곳저곳에 출산
장려 단체를 만든다고 출산율을 높일 수 있을까. 정부가 지역별로 특성에 맞는 캠페인을 벌이기 위해 지역본부를 만드는 것으로
짐작되나 일회성의 전시적 행사로 그치지 않을지 모르겠다. 내년에는 정부가 이들 단체에 예산 50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라는데 국민
세금만 헛되게 쓰는 것은 아닌가 지레 걱정이 되기도 한다.
출산은 설득하고 장려한다고
해서 늘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우선 출산 연령대에 있는 세대가 결혼과 더불어 안정된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고, 애를 낳으면
엄마가 마음 놓고 보육시설에 맡기고 직장에 나갈 수 있는 하드웨어가 핵심이다. 그런 다음 감당 가능한 비용으로 자녀를 교육한 후
그들도 일자리를 얻고 행복한 삶이 기약되는 그런 대한민국이 되면 애를 낳지 말라고 해도 낳을 것이다.
청년 백수가 넘치고, 내 집 마련에 천문학적 비용이 들고, 사교육비가 천정부지로 뛰는 팍팍한 사회를 개선하는 데 힘써야지 각 지역에 운동본부를 만드는 것은 별로 신뢰가 가지 않는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0728화] 성형 하층민
85만5900원 대
742만5100원. 우리나라 전체 가구 중 하위 20%와 상위 20%의 월평균 소득 명세다(2009년 1분기 기준). 경제 위기
와중에도 상위권의 수입은 오히려 늘고 하위권은 벌이가 줄어 지난해보다 격차가 더 벌어졌다. 우리나라만 그런 게 아니다.
1990년대 이후 확대일로였던 세계 각국의 빈부 격차가 이번 위기로 한층 악화되리란 게 국제노동기구(ILO)의 경고다.
경제성장의 단물은 주로 고소득층에 돌아간 반면 경제 침체의 쓴 물은 대개 저소득층이 들이켜게 돼 있어서다. 범죄율이 높아지고
평균 수명이 짧아지는 등 양극화에 따른 사회적 부작용도 만만찮을 조짐이다.
그뿐만 아니다. 소득
양극화의 여파는 예상치 못한 곳까지 미칠 수 있다. 이른바 ‘외모의 양극화’다. 요즘은 미모가 유전자보단 재력에 좌우되는
탓이다. 부자들은 예뻐지고 젊어지고자 월 수백에서 수천만원을 아낌없이 투자한다. 보톡스는 기본. 레이저 박피 시술에다 필러
주사도 구석구석 맞아댄다. 열 살 아래 과장 마누라보다 이사 사모님이 어려 보이는 건 그래서다. 반면 성형 비용을 댈 수 없어
원래 생긴 대로, 나이대로 살아야 하는 계층도 있다. 미국의 미래학자 페이스 팝콘은 2001년 저서 『미래 생활 사전』에서 이런
부류를 ‘성형 하층민(cosmetic underclass)’이라 지칭했다. 못생긴 것도 억울한데 돈이 없어 고치지도 못하니
이보다 더 서러울 수 없다.
신기술의 등장과 함께 전
세계 성형수술 시장 규모는 300억 달러(약 37조원)를 넘어 해마다 급성장 추세다. 지난해 미국에서 이뤄진 수술만 1170만
건이다. 10년 전에 비해 2.5배로 늘었다. 우리나라도 결코 그에 못지않다. 어림잡아 여성 세 명 중 한 명이 한 번 이상
성형수술을 받았다 한다. 입사 면접에 대비해 ‘취업 성형’을, 결혼을 앞두곤 ‘혼수 성형’을 하는 게 대세다.
특히 요즘 같은 휴가철과
방학이면 “넌 놀러 가니? 난 예뻐진다”라며 성형외과에 발길이 몰린다. 사교육비에 이어 성형수술비까지 대야 하는 부모는 등골이
빠진다. 또 다른 ‘군비 경쟁’이다. 하지만 별 도리가 없다. 외모 지상주의가 자본주의보다 더 강력한 이데올로기인 시대에 ‘성형
하층민’에 머물다간 취업·결혼시장에서 딱지 맞기 십상 아닌가. 소득과 외모 양극화가 물고 물리는 악순환의 세태가 딱하다.
[경향신문 칼럼-여적/유병선(논설위원)-20090728화] 공정무역 휴대폰
진화론을 알아도 원숭이를
자신의 진화론적 조상이라고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근사한 식당에서 멋진 식사를 하면서 주방에 밤이면 생쥐나 바퀴벌레가 돌아다닐
수 있으리라고 상상하는 이도 드물다. 베토벤의 교향곡을 들으면서 영혼을 울리는 선율이 당시 돼지우리 같았던 그의 작업실에서
빚어졌다는 사실은 무시되기 십상이다. 이처럼 결과만 보고 과정도 그러하리라고 지레 짐작하는 데서 비롯한 잘못된 생각을 ‘베토벤
오류’(Beethoven Fallacy)라 한다.
‘베토벤 오류’는 본디
<이기적 유전자>로 유명한 리처드 도킨스와 같은 진화생물학자들이 진화의 결과와 과정을 인과론적으로 볼 수 없음을
예시하기 위해 즐겨 쓰는 용어다. 하지만 생물학만이 아니라 우리네 일상에도 널린 게 베토벤 오류다. 몇해 전 화제를 모았던 영화
<블러드 다이아몬드>(피묻은 다이아몬드)가 그렇다. 보석의 꽃이라는 다이아몬드에 얼마나 많은 피와 더러운 음모와
잔혹한 착취가 묻어 있는가를 고발하려 유엔 당국자들이 만든 용어의 실상을 영상으로 구현했다. 화면 가득한 참상은 베토벤 오류에
젖은 많은 사람들을 기겁하게 했다.
기겁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베토벤 오류에서 벗어날 일은 많다. 가슴을 파고드는 커피의 ‘검은 유혹’이 베토벤 교향곡이라면, 현지 농민에게서 300원쯤에
후려친 원두 1㎏이 다방에서 25만원어치의 커피로 팔리는 유통구조는 베토벤의 작업실이다. 축구공의 실밥마다엔 가난한 남아시아
어린 노동자들의 땀이 젖어있고, 버마의 군벌들이 세를 불릴수록 루비는 더 붉어지고, 열대림의 불법 벌목된 나무들이 말끔한
원목가구로 팔리는 현실이다. 이런데도 세계화로 세계가 평평해졌다고 하는 것이야말로 베토벤 오류의 전형이다.
국제인권단체 ‘글로벌
위트니스’가 최근 베토벤 오류의 또 다른 항목을 추가했다. 휴대폰에도 아프리카 원주민들의 피묻은 광물원료가 쓰인다는 것이다.
요컨대 ‘피묻은 휴대폰’이다. 다국적 기업들이 군벌들과 결탁해 인권유린과 노동착취를 하건만, 소비자들은 첨단제품에만 현혹된
현실에 대한 뼈아프고도 기겁할 만한 고발이 아닐 수 없다. 다행스러운 것은 ‘공정무역 커피’처럼 베토벤 오류를 극복한 착한
생산과 소비도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젠 ‘공정무역 휴대폰’이 나올 때인 듯싶다.
[서울경제신문 칼럼-발언대/남상오(주거복지연대사무총장)-20090728화] 임대운영업무 이관 신중해야
대한주택공사(주공)와
한국토지공사(토공) 통합법안 통과로 정부의 토지ㆍ주택정책 운용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거 관련 단체들이
환영한 바 있다. 집장사ㆍ땅장사라는 오명을 씻고 저소득 서민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다.
현재 통합국면은 사업범위
조정문제가 현안이 되고 있다고 한다. 문제는 임대운영업무를 통합공사에서 직접 수행할지, 이관할지에 대한 논란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임대운영업무는 섣불리 이관할 성질의 것이 아니며 자칫 잘못하면 정책불신을 자초할 수 있다. 따라서 당국은 객관적이고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접근의 신중성을 기해야만 한다.
통합공사 사업범위에서
임대운영업무의 이관은 우선 서민·공동주택 등 주거복지기능 강화를 통합의 이유로 내세운 정부논리에 배치된다. 둘째,
주택건설·공급과 임대 및 관리업무 수행을 명확히 적시해 통과시킨 국민의 대의기관에 대한 옳은 자세가 아니다. 셋째, 임대운영업무
이관은 통합공사에 부여된 사명을 내버리는 행위이다. 넷째, 주거복지실현 핵심요소인 공급·관리·복지의 퇴보 및 정책의지 소홀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다. 다섯째, 이관시 그만큼 저소득 서민부담 가중이 불가피해질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적실한 대안이 되는지
객관적이고도 설득력 있는 공론과정 없이 이관 여부를 검토하면 즉흥과 졸속이라는 비난과 함께 시행착오에서 올 수 있는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된다.
그동안 정부가 공공임대주택의
건설 부문 확충에 집중한 반면 관리 부문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했고, 장기임대주택 재고증가와 관리상의 주요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임대관리에 대한 문제가 표면화하고 있다. 시설물의 노후화와 슬럼화에 대한 우려, 임대료 등의 장기체납세대 증가, 밀착보호 등
집중관리 필요 세대 증가, 단지 내 갈등과 불신풍조 등이 현안과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임대료 부과체계 개선, 주거환경
개선 및 주거복지적 관리체계 구축, 장기수선유지비용 조달방안 마련, 효율적인 관리체계 구축, 경제적 부담완화 및 커뮤니티
육성지원 강화 등 관리정책개선상의 주요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처럼 관리상 나타나는
문제들은 일차적으로 재원의 한정성과 기술집약화ㆍ전문화ㆍ광역화, 자치화 등 관리전략의 미흡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향후
임대관리에 대한 핵심전략 로드맵 제시나 재정투입계획 등 비용이 강구되지 않은 채 임대운영업무를 이전한다는 것은 합리적인 발상이
아니다.
저소득 서민 입장에서 볼 때
통합공사의 사명은 주거복지의 획기적인 확충에 있다. 그 사명에 충실하는 길은 우리나라 주거복지정책과 저출산·고령사회
주거지원정책, 임대주택의 건설·공급 및 관리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임을 직시하고 묵묵히 실천하는 데 있다. 그리고
임대운영업무는 임대주택 건설 및 공급·관리·복지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이다. 정부의 재정과 기금으로 지어지는 장기재고주택이 크게
증가할수록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저소득층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통합공사의 역할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
특히 입주민 일자리 창출 등 서민의 주거복지 향상이 향후 역점을 둬야 할 중요 기능이라 할 수 있다. 통합공사가 임대업무를 직접
수행할지, 이관할지에 대한 것은 경제성이나 효율성, 복지 및 공공역할, 주거복지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공론을 거친 다음 출범
후 판단해도 늦지 않다. 섣부른 이관으로 자칫 서민주거복지 후퇴라는 부정적인 여론이라도 생긴다면 이는 이명박 정부의 서민행보에도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
20090728화.hw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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