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6월 16일 화요일,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칼럼
* 일러두기 : 이 자료는 교육용으로 쓰기 위해 편집한 것이며 상업적 목적은 일절 없습니다. 선정된 사설의 정치적 성향은 본인의 성향과는 무관함을 알려 드립니다.
* 오늘의 주요 신문사설
[한국일보 사설-20090616월] 서울대 폴리페서 규제안 더 고심하길
서울대가 공직선거에 출마하려는 교수는 학기 시작 전에 휴직계를 제출하면 학기 중이라도 선거운동을 할 수 있다는 취지의 규
정(초안)을 마련, 2학기부터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러한 규정은 당초 취지와 달리 '폴리페서'를 양산하여 학생들의 수업권
을 침해하고 교수 개개인의 정치적 활동을 조장하는 길을 터놓는 것으로 보이므로, 신중하게 검토하고 보다 세부적이고 구체적인 내용
을 추가해야 한다.
공무원법의 적용을 받는 국립대 교수는 국회의원이나 지자체장 등 선출직에 출마할 경우 그 권리는 보장돼 있지만 선거운동
은 휴직사유에 포함되지 않아 이런저런 편법이 묵시적으로 용인돼 왔다. 지난해 4월 18대 총선에서 지역구 국회의원에 출마한 서울
대 모 교수가 '육아휴직계'를 냈다가 받아들여지지 않았는데도 강의를 하지 않고 선거운동을 했다가 물의를 빚은 적이 있다. 이를 계
기로 국립대 교수의 무분별한 정계 진출을 제어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고, 서울대는 그 이후 모범적인 가이드라인 마련을 위한 논의
를 해왔다.
서울대가 초안을 발표하면서 공직선거 출마가 공무원법에 따른 교수의 권리임을 강조한 대목은 본래의 취지를 희석하고 있
다. 같은 공무원법에서 선거운동을 휴직사유에 포함시키지 않은 이유를 새겨야 할 것이다. 또 휴직의무 규정을 지역구 국회의원이나 지
자체장에 한정해 비례대표 후보자는 학기 중이라도 자유롭게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 점도 치밀하지 못했다. 장관 등 임명직 공무원
은 수시로 휴직할 수 있고, 영리법인 근무로 인한 휴직도 가능케 한 점도 좀 더 따져보아야 한다.
서울대의 규정 제정은 학칙으로만 규제되는 일반 대학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랫동안 논란이 돼온 폴리페서에 대
한 사회적 인식을 반영해야 한다. 아무때나 출마하여 선거운동을 하다가 당선되면 휴직하고 당선되지 않으면 마실 다녀오듯 돌아오는 교
수는 곤란하다는 게 국민들의 생각이다. 앞으로 서울대의 심의위 본회의, 학장회의, 평의회 등의 심의ㆍ의결 과정에서 교수들의 이익
만 반영되지 않기를 바란다.
[한겨레신문 사설-20090616월] 시국에 대한 걱정, 성·속이 따로 없다
성직자 수천명이 시국선언에 동참했다. 목숨보다 신앙과 가치를 소중히 여기는 이들이다. 성·속의 경계에서 고민이 많았겠지
만, 교수·변호사·대학생은 물론 심지어 고교생까지 나서서 시국을 걱정하는 상황이었으니 나서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다. 이제 정권
은 귀가 있고 눈이 있다면 바로 보고 바로 들어야 한다.
물론 주장하는 바가 같더라도 종교인마저 정치적 행동에 나서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성직자는 종교의 차이, 선과 악, 옳
고 그름을 떠나 뭇 생명의 평화와 안식을 추구하는 것을 본령으로 삼는 까닭이다. 그러나 현실은 하안거 결제철임에도 승려 1400여
명이, 그리고 전체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1100여명의 신부가 시국선언에 나섰다. 며칠 뒤엔 개신교 쪽에서 목회자 1000인 선
언이 뒤따를 것이라고 한다. 숫자만으로 보면 6월항쟁 때의 두 배에 가깝다. 오늘의 사태가 얼마나 위중한 상태인지 잘 보여주는 수
치다.
이들을 불러낸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대통령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때 드러난 500만명의 조문 인파와 전국 곳곳
의 분향소를 지키거나 마음속으로 영면을 빌었던 수많은 국민들의 요구는 소박했다. 민주주의를 더는 후퇴시키지 말고, 돈보다 생명
을 존중하며, 부자보다는 중산층 서민을 위해 달라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정권은 아예 눈을 감고 귀를 닫았다. 오히려 시국선언 교
수의 수가 전체의 10분의 1이라느니, 조문하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느니 따위의 말장난으로 빈정거릴 뿐이었다. 그러니 어찌 종교인
이라고 성·속의 경계 밖에 머물 수 있을까.
이명박 대통령은 어제 라디오 연설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그는 민심이 이념과 지역으로 갈라져 있다느니, 정쟁의 정치문
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느니 주장했다. 자신과 정부의 잘못으로 말미암아 발생한 지금의 사태를 이념, 지역, 혹은 정쟁으로 돌리
려 한 것이다.
이번 종교인의 고언이 마지막 시국선언이 되길 바란다. 그러자면 이 정권은 크게 회심하고 크게 거듭나야 한다. 종교인들
의 요구는 좀더 근본적이다. 수용되지 않을 경우 행동 또한 근본적인 형태를 띨 것이다. 지금처럼 이념, 지역, 정쟁 따위의 말장난
으로 색깔론과 지역감정을 부활시켜 위기를 모면하려 한다면, 그야말로 근본적인 사태에 직면할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동아일보 사설-20090616월] ‘국회 역할 포기의 사생아’ 미디어委의 막판 모습
국회 미디어발전국민위원회가 어제 전체회의에서 야당 측의 여론조사 실시 주장을 놓고 공방을 벌이다 17일 다시 논의하기
로 하고 끝났다. 민주당 요구에 따라 설치된 이 자문기구는 당초 100일간 미디어 관계법에 대해 충분히 논의해 15일까지 성과물
을 내놔야 했다. 지난달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으로 일정이 미뤄지면서 활동기간을 25일까지로 늘렸다. 그런데도 논의를 서두르기는
커녕 “여론조사 없이 미디어위의 결론을 표결로 낼 순 없다”는 야당 측과 “시간이 없으니 기존의 여론조사를 활용하자”는 여
당 측 주장이 팽팽히 맞섰다.
야당 측 위원들은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 진출 허용 여부에 대해 여론조사를 실시해 이에 따르자는 의견을 고집했다. 자문기
구가 실시하는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국회에 제출된 법안을 처리한다면 국민이 선출한 국회는 의미를 잃게 된다.
미디어위는 국회법에 어긋나는 옥상옥(屋上屋)으로 천금같은 세금과 시간만 낭비한 꼴이다. 입법기관인 국회가 법안심의 기능
을 실종시키고 대의(代議)민주주의의 사생아로 태어난 미디어위가 획기적 대안을 내놓으리라고 기대하는 것은 처음부터 무리였다. 3
월 2일 여야대표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100일간의 여론 수렴 과정을 거친 뒤 6월 임시국회에서 국회법 절차에 따라 표결 처리한다
”고 합의했지만 이튿날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사회적 논의기구가 MB악법 저지투쟁의 새로운 진지(陣地)가 될 것임을 믿어 의심
치 않는다”고 여야합의를 뒤집었다. 국회에서 해머를 휘둘러 미디어 관계법 처리를 막기 힘들어지자 아예 국회 내에 법안 처리를 가로
막는 진지를 구축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국민이 정해준 정당별 의석수와 어긋나게 여야 동수로 구성된 미디어위의 위원들은 미디어의 발전 방향에 대한 진지한 토론보다
는 정파적 이익만 대변하기에 급급했다. 5월 15일 회의에서 정완 위원은 “학자들이고 학술적인 토론을 하던 분들이 이 안에서
는 다 (당의 입장을 대변하는) 정치인으로 바뀌어 안타깝다”고 개탄했다. 문재완 위원은 “우리가 3월 3당 간사 합의사항을 다
시 확인하는 것 이외에 무슨 역할을 하고 있느냐”고 자탄했다.
국민이 준 다수 의석을 갖고도 야당에 질질 끌려다니며 무엇 하나 속 시원하게 결론을 내리는 것이 없는 한나라당이 더 한심하다.
[조선일보 사설-20090616월] 1999년 1차 연평해전(海戰)과 2002년 2차 해전의 차이
해군은 15일 경기도 평택 제2함대사령부에서 1차 연평해전 승전(勝戰) 10주년 기념식을 가졌다. 이 행사는 작년까지 제2함대사령부가 치러오다 올해부터 격(格)을 높여 해군본부가 주관하게 됐다.
1차 연평해전은 1999년 6월 15일 북한군 함대가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하자 우리 해군이 고속정으로 부딪쳐 북 어
뢰정 1척을 침몰시키고 경비정 5척을 대파한 전투였다. 우리 해군은 초계함·고속정이 가벼운 선체 손상을 입고 9명이 다쳤을 뿐이
다. 그러나 6·25 후 최초의 정규전이었던 1차 연평해전은 그간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당시 2함대 사령관이었던 박정성 예비역 소장은 "1차 연평해전 승리가 해군의 큰 자랑임에도 햇볕정책 때문에 마치 죄지
은 것처럼 돼버렸다"고 말했다. 2004년 해군이 인천 월미공원에 승전기념탑을 세우려다 시민단체 반대로 취소한 일도 있었다.
더구나 군은 1차 연평해전 이후 NLL을 침범한 북한군 함정에 대해 '몸으로 막는' 차단기동→경고방송과 퇴각요구→경고사격
→위협사격을 거친 뒤에야 조준사격을 허용하는 교전규칙을 만들었다. 2002년 6월 29일 2차 연평해전에서 우리 고속정 참수
리 357호가 북한 경비정에 격침되고 해군 6명이 전사한 것은 그렇게 안이한 교전규칙 탓이 컸다.
당시 교전현장엔 압도적 화력을 갖춘 해군 고속정 6척과 초계함 2척이 배치돼 있었지만 적극 대응하지 못했다. 당시 합참의
장은 국회 답변에서 "전면전으로 확전될 것을 우려해 사격을 못했다"고 했다. 군사 긴장을 최소화한다는 명분으로 도입된 '차단기동
' 교전규칙이 아까운 장병들 생명을 희생시킨 것이다.
지금 서해에선 북한군 판문점대표부가 "정전협정은 구속력을 잃었다. 서해의 선박 안전을 담보 못한다"고 선언하는 등 긴장
이 고조돼 있다. 이상희 국방장관은 지난 8일 전군에 "적이 도발해오면 현장지휘관이 가용(可用)한 합동전투력으로 최단시간 안에 승
리로 작전을 종결시키라"는 지휘서신을 보냈다.
1, 2차 연평해전의 교전시간은 14분, 18분에 불과했다. 현장지휘관이 확전(擴戰)을 우려하거나 지휘부 지침을 받겠다
고 우왕좌왕하면 패전을 불러올 수 있다. 1, 2차 연평해전의 교훈을 되새겨 교전상황에선 적을 확실히 제압할 수 있는 대응태세
를 갖추는 것이 북한의 무모한 도발을 막는 길이다.
[서울신문 사설-20090616월] 공무원 인사교류 대상과 폭 더 넓혀라
행정안전부는 중앙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 행정기관 간의 공무원 인사교류 직위수를 배 이상 확대하는 내용의 올해 인사교류 계
획을 어제 확정·발표했다. 계획에 따르면 중앙부처간 인사교류 대상은 현재의 44개 직위에서 118개 직위로 늘어났다. 중앙부처
와 지자체 간은 136개에서 250개, 중앙부처와 공공기관 간은 2개에서 6개로 각각 확대됐다. 기관별 교류대상 직위를 선정해 소
속 직원을 상호 파견, 최대 2년간 근무토록 하는 방식이다.
이번에 인사교류 직위가 192개 순증한 것은 지난 2004년 제도 도입 이후 교류의 공감대가 폭 넓게 형성된 결과이
다. 중앙부처에서는 행안부 59건, 총리실 27건, 환경부 15건의 순이었다. 지자체에서는 경기도 24건, 제주도 18건, 경북
도 17건 순으로 참여도가 높았다. 인사교류 참여 공무원에게는 소속 기관 복귀 때 희망보직을 부여하고 성과평가 때 가점을 적용하
는 등 인센티브가 주어진다.
기관 간에 지식과 정보가 공유되고, 인적 네트워크가 확대된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문제는 인사교류 대상과 폭이 여전히 제
한적이란 점이다. 중앙부처는 3∼5급, 중앙부처와 지자체는 3∼7급, 중앙부처와 공공기관은 4급 이하를 대상으로 하고 있는
데 이 정도로는 부족하다. 특히 시·군·구와의 인사교류가 이뤄지지 않는 점이 우려스럽다. 일부 기초자치단체에서는 광역 시·도와
의 인사교류를 낙하산인사라며 거부하는 실정이다. 직위수를 늘리는 것도 좋지만 제도의 취지를 살려 인사교류의 대상과 폭을 다변화하
는 것이 급선무다.
[한국경제신문 사설-20090616월] `똑똑한 전기` 공동개발 나선 한ㆍ미
이른바 '똑똑한 전기'로 불리는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 공동개발을 위한 한 · 미간 협력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소식
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방미에 맞추어 양국의 전력, 중전기 업체들이 참여한 한 · 미 스마트 그리드 투자포럼이 개최되고, 지식경제
부와 미 에너지부는 공동개발을 위한 정부간 협력의향서를 체결(締結)한다. 이는 두 나라 모두 미래비전으로 생각하는 녹색성장의 공
동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적지 않다.
스마트 그리드는 첨단 IT와 기존의 전력망을 결합해 전력공급자와 소비자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상호 교환함으로써 에너지 사
용을 효율화하는 새로운 기술이다. 공급자로서는 전력의 초과공급을 없앨 수 있어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고, 전력공급
이 불규칙한 태양광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의 걸림돌이 해결돼 이의 보급도 확대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또 소비자는 전기요금이 달라
지는 시간대를 파악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어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가 가능하다. 한마디로 공급자,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을 가져
다 주면서 에너지 사용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는 그야말로 차세대 에너지 기술이자 그린 IT기술인 셈이다.
한 · 미 양국이 스마트 그리드 분야에서 손을 잡은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미 오바마 대통령은 녹색뉴딜정책 핵심과
제로 스마트 그리드를 내세운 바 있다. 이 대통령 역시 지난 2월 녹색성장위원회 1차회의에서 국가단위 스마트 그리드를 조속히 구축
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고, 뒤이어 지식경제부에서 시범도시 조성 등 구체적 로드맵을 만들어 놓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양국 정부
와 업계는 이 프로젝트의 유망성에 인식을 같이하고 있는 만큼 미국의 앞선 기술력과 우리의 사업화 능력을 결합하면 공동의 이익을 얻
을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환경과 에너지는 한 · 미 양국 모두 중시하는 국가 아젠다인 만큼 스마트 그리드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의 협력도 가능
할 것이다. 특히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실현된다면 그와 같은 공동협력이 더욱 용이해 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
다. 한 · 미 양국은 녹색성장을 이끄는 좋은 러닝메이트가 될 수 있다.
* 오늘의 칼럼 읽기
[중앙일보 칼럼/분수대(신예리(논설위원)-20090616화] 영어의 힘
‘영어 울렁증’으로 고생하는 이들에게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큰 위로가 된다. 복수 명사 뒤에 3인칭 단수 동
사 ‘is’를 예사로 갖다 붙이는 모습을 보면 ‘예일대 학사-하버드대 석사’란 학벌이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문법뿐 아니라 어휘 실
력도 기대 이하였다. Greeks(그리스인)를 버젓이 ‘Grecians’라 부르더니만, underestimate(깔보다)를 헷갈
려 ‘misunderestimate’라 하는 바람에 두고두고 놀림감이 됐다.
미국 대통령조차 애를 먹일 만큼 영어의 어휘는 방대하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 공식 게재된 단어만 60만 개다. 프랑스어
(10만 개)나 스페인어(25만 개)는 비교도 안 된다. 다른 언어와 문화를 스펀지처럼 흡수해 몸집을 불려온 결과다. ‘영문학
의 아버지’라 불리는 제프리 초서는 빈약하기 짝이 없던 영어를 풍성하게 만든 선구자로 꼽힌다. 14세기 당시 영어에 없던 말을 프
랑스어나 이탈리아어에서 슬쩍 빌려왔다. secret(비밀)·policy(정책)·galaxy(은하) 등 그렇게 만든 신조어
가 1000개도 넘는다.
요즘은 98분에 한 개씩 새 단어가 나온다고 한다. 특수 소프트웨어로 신조어 동향을 파악해온 ‘글로벌 랭귀지 모니터
(GLM)’란 단체는 급기야 10일 100만 번째 영어 단어가 탄생했다고 발표했다. 차세대 인터넷을 뜻하는 Web(웹) 2.0이
다. sexting(야한 문자·e-메일 보내기)이나 noob(신참) 등이 간발의 차이로 영예를 놓쳤다. ‘여러 나라에서 같은 뜻으
로 자주 사용되는 말’을 선정 기준으로 삼았단다.
중국(3억 명)과 인도(3억5000만 명)를 포함해 전 세계 15억 명 이상이 영어로 의사소통하는 걸 고려하면 당연한 조
건이다. 라틴어와 프랑스어가 그랬듯 영어는 이제 영미권만의 언어가 아닌 링구아 프랑카(lingua franca·세계어)이니 말이
다.
영어의 득세엔 그늘도 따른다. 영어의 확산으로 각국의 토착 언어가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는 게 데이비드 크리스털 교수(영
국 방고르대) 등 언어학자들의 지적이다. 2100년쯤이면 현존하는 7000개 언어가 수백 개로 줄어들 거란 암울한 예측도 있
다. 영어 공부 열기가 둘째가라면 서러운 한국도 귀담아들어야 할 대목이다. 한류 덕에 한국어를 쓰는 해외 인구가 늘고 있는 게 그
나마 희망이라 해야 할까.
[경향신문 칼럼-여적/김태관(논설위원)-20090616화] 여섯 불치(不治)
“귀 있는 자는 들을지어다.” 예수가 자주 썼던 표현이다. 신약성서를 펼치면 이 표현이 여러번 나온다. 귀 없는 이들
이 그만큼 많았다는 얘기일 것이다. 이들은 피리를 불어도 춤을 추지 않고, 곡을 해도 울지 않는다. 예수의 시대뿐만이 아니다. 역
사책을 펼치면 귀 없는 이들이 수없이 등장한다. 명의(名醫) 편작과 제(齊) 환공의 이야기다.
제나라를 방문한 편작이 환공에게 말했다. “임금에겐 병이 있는데 지금은 피부에 머물러 있습니다. 치료하지 않으면 안으
로 깊이 들어갈 것입니다.” 환공은 편작이 물러나자 “내겐 병이 없다”며 신하들에게 불평했다. “저 의원은 돈에 눈이 멀어서 멀쩡
한 사람을 환자로 몬다.” 5일 뒤 편작이 다시 환공을 만나 “임금에겐 병이 있는데 그 병은 혈맥 속에 있습니다”라고 말하며 치료
를 권했다. 그래도 환공은 믿지 않았다. 다시 5일이 지난 뒤 편작은 “임금의 병은 이제 위와 장 사이에 있습니다. 손 안 쓰
면 더 깊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환공은 더욱 못마땅해하며 듣지 않았다. 5일 뒤 다시 편작이 환공을 만났는데 이번에는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환공이 사람을 보내어 까닭을 묻자 편작은 이렇게 답했다. “병이 피부에 있을 때는 고약으로 고칠 수 있고, 혈맥에 있
을 때에는 침으로 치료할 수 있으며, 위장에 있을 땐 탕약을 써야만 효험이 있는데 골수에 이르면 귀신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그런
데 임금의 병은 이미 뼈 속에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치료하자는 말을 못했습니다.” 5일 뒤 환공은 아프기 시작했다. 사람을 시
켜 편작을 불렀으나 이미 도망친 뒤였다. 환공은 마침내 병사했으니, 닫힌 귀가 부른 화였다.
마음이 닫히면 귀도 닫힌다. 세상 소리를 못 알아듣는 것은 마음의 병이라 고치기 어렵다. 편작은 불치병으로 여섯 가지
를 꼽았다. 첫째는 교만하여 도리를 무시하는 것, 둘째는 재물을 위해 몸을 업수이 여기는 일, 셋째는 의식(衣食)이 타당하지 않
은 것이다. 기(氣)가 불안정한 것이 넷째, 형용이 쇠약해 약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상태가 다섯째, 무당의 말을 믿고 의사의 말
을 듣지 않는 것이 여섯째 불치이다. 국정을 쇄신하라는 각계의 목소리에도 귀를 닫고 있는 이 정부는 어떤 불치일까. 이것 저것
이 뒤섞인 합병증인가. 시국선언도 공허할 뿐이니 병이 골수에 이른 것 아닌지 걱정이다.
[매일경제신문 칼럼-매경춘추/노르베르트 바스(주한 독일 대사)-20090616월] 빨리빨리와 달리달리
3년 전 처음 한국에 부임했을 때 나는 깜짝 놀랄 만한 언어현상을 발견하였다. 독일어에 한국의 `빨리빨리`와 거의 같
은 의미로 사용되며 소리도 비슷한 단어가 있기 때문이었다. 독일어의 `달리달리`는 주로 집안에서 격식없이 편하게 쓰이며 전후 시절
을 연상시키는 단어다. 예를 들어 조급한 부모가 아이들을 재촉하거나 기차를 놓치지 않게 빨리 걸으라고 독려할 때, 혹은 장교가 굼
뜬 신병을 재촉할 때 쓰는 말이다. 그런데 반대 경우에 이 단어를 사용한다면 예의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는 이 단어를 과거의 언젠가 서로에게서 배웠을까? 나는 이에 대한 해답을 찾지 못하였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
은 `빨리빨리` 혹은 `달리달리`라는 단어 안에는 일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하는 양국의 조급함과 희망이 내포되어 있다
는 사실이다. 한국과 독일의 성공적인 경제성장은 양국이 신속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갖고 있음을 입증해 준다. 그렇다
면 한국 국민과 독일 국민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조급하며 가능하다면 모든 것을 하루 만에 처리하려고 하는가. 독일에서는 이미 수
년 전부터 창의력과 첨단 과학기술에 의존하는 사회에서는 각 개인에게 자신의 생각을 펼칠 수 있는 충분한 여유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
식이 자리잡고 있다.
이를 위해서는 좀 더 편안하게, 하지만 물론 더욱 집중해서 경제적으로 시간을 대해야 한다. 속도를 최우선시하는 `달리달리
`는 더 이상 모든 직업과 모든 요구에 부합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에서도 이와 유사한 현상을 보았다. 한국인들이 결정을 신속하
게 내리고 또 이를 빨리 이행하는 것은 늘 나에게 깊은 인상을 준다. 치열한 경쟁이 존재하는 아시아 경제에서 한국의 지리적 위치
는 물론 중요하다. 독일은 유럽연합(EU) 내에서 유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그러나 유럽은 경제 및 정치에서 결정을 내리는 주체
의 수가 더 많기 때문에 좀 더 신중하게 생각하고 결정을 내린다. 게다가 EU 회원국 간의 삶과 일하는 방식의 차이가 점점 좁혀지
고 있다. 동아시아도 언젠가는 이렇게 될지 모른다. 지금부터 10년이 지난 다음에도 한국과 독일에 `빨리빨리`와 `달리달리`라
는 단어가 존재할지 지켜볼 일이다.
[서울경제신문 칼럼-기자의 눈/손철(경제부 기자)-20090616화] 샴페인부터 터뜨린 명태협상
청와대는 지난해 9월 말 이명박 대통령의 러시아 방문 당시, 주요 성과 중 하나로 러시아 수역에서 우리 어선이 잡
을 수 있는 명태 쿼터를 기존 2만톤에서 4만톤으로 늘리는 데 물꼬가 트인 것을 꼽았다. 그러나 지난달 말 한ㆍ러 간 수산 고위
급 협상에서 이는 무산됐다. 정부는 명태 쿼터 증대에 실패했을 뿐 아니라 협상을 위해 모스크바로 건너갔던 농림수산식품부 차관이 러
시아 측 파트너인 수산청장과 예정된 회담은커녕 얼굴조차 보지 못하고 돌아오는 수모를 당해야 했다. 심하게 표현하면 문전박대였
다. ★본지 6월 12일자 6면 참조
대통령의 방러 성과로 성급하게 과대 포장됐던 명태 쿼터 늘리기는 꼼꼼히 되짚어볼수록 정부의 안이함에서 파생된 문제들이 고
구마 줄기처럼 드러나고 있다. 그중에서도 단연 절정은 정부가 지난 3월 말 최종 합의도 되지 않은 명태 협상 결과에 대해 ‘축하행
사를 해달라’고 민간에 요구한 부분이다.
4월2일. 원양산업협회는 이날 ‘2009년 러시아 수역 명태 쿼터 4만톤 확보’라는 성공적 자원 외교를 축하ㆍ기념하기 위
해 코엑스에서 이틀간 명태를 반값에 판매한다고 밝혔다. 앞서 3월29일 농식품부가 합의문도 없는 협상 결과를, 결과적으로 거짓말
이 된 보도 자료인 ‘자원외교 큰 결실, 러시아 수역 명태쿼터 2배 증대’를 발표해 원양산업협회가 자발적으로 연 축하행사로 기자
는 짐작했으나 확인 결과 사실은 전혀 달랐다.
원양산업협회의 한 관계자는 “러시아와 협상이 정확히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 며 “정부가 명태협상이 타
결됐으니 축하행사를 열자고 요청해 개최한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명태 쿼터 증대가 무산돼 협회는 큰 우세를 사고 회원사를 볼 면
목도 없지만 감히 정부를 향해 ‘왜 확정되지도 않은 일로 축하행사를 요구했느냐’는 항변 한마디 못 하고 있다.
부실하게 협상을 해놓고도 염치 좋게 그 공이나 빛내겠다는 정부의 행태를 보면서 과연 국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샴페인부터 터뜨리고 본 부실 명태협상의 진상을 청와대가, 안 되면 국회가 낱낱이 밝혀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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