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민족은 예부터 이런 베풂의 철학의 의미를 깊이 알고 있었다네. 특히 우리 전래 동화에는 이런 속성이 많이 담겨 있는데, 그중에 가장 전형적인 것이 ‘흥부와 놀부’ 이야기라네.”
운외옹의 말씀으로 어린 시절 이후 참으로 오랫동안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흥부와 놀부’ 이야기를 떠올려보게 되었다.
옛
날 옛날에 어느 고을에 사는 김 부부는 놀부와 흥부 두 아들을 두었다. 흥부는 어려서부터 성실하고 마음씨가 고았지만, 놀부는
욕심 많은 소문난 심술쟁이였다. 김 부부가 죽자 형 놀부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유산을 혼자 독차지한 후 동생 흥부를 내쫓는다.
흥부는 아내와 여러 자식들을 거느리고 움집에서 헐벗은 채 모진 고생을 하며 살아간다. 흥부는 너무 배가고파서 형 놀부에게 도움을 청하러 갔지만 형수에게서 뺨만 맞고 돌아온다.
그
러던 어느 날, 흥부는 땅에 떨어져 다리가 부러진 새끼 제비를 보자 정성껏 부러진 다리를 치료해서 날려 보냈다. 이듬해 그
제비는 박씨 한 개를 물어다 흥부네 뜰에 떨어뜨린다. 그것을 주워 울타리 밑에 심은 흥부네는 가을이 되어 박을 따서 잘랐더니
뜻밖에도 박 속에서는 온갖 보물이 쏟아져 나왔다. 흥부는 하루 아침에 엄청난 부자가 되었다.
그
소문을 들은 놀부는 일부러 새끼제비의 다리를 부러뜨린 후 치료해준다. 이듬해 그 제비가 떨어뜨린 박씨를 심고 가을이 되자
놀부네는 박을 따서 자르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온갖 괴물이 나타나 그의 돈을 몽땅 빼앗아 갔고, 두번째 박에서는 똥이 쏟아져
나와 놀부네 집전체가 똥 범벅이 되었다.
마음씨 착한 흥부는 이처럼 패가망신을 당한 형 놀부를 자기 집에 데려다가 함께 행복하게 산다.
“그러고 보니 ‘흥부와 놀부’는 전적으로 온전히 베풂의 철학을 담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네. ‘흥부와 놀부’는 베풂의 철학을 담은 전형적인 이야기라네. 그 이야기 속엔 베풂의 철학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배울 수 있네.”
“착한 일을 하면 복을 받고 악한 일을 하면 화를 받는다는 교훈 말씀인가요?”
“그것도 맞지만, 그 외에도 소중한 교훈 하나를 더 배울 수 있다네.”
“그게 무엇인지요?”
“
흥부는 아무 사심 없이, 단지 제비를 불쌍히 여겨서 도와준 것일 뿐이네. 그것엔 자비의 마음 외엔 전혀 아무런 욕심도 바람도
끼지 않은 순수한 마음의 온기뿐이었네. 제비의 다리를 고쳐주는 흥부의 마음엔 베푼다는 생각조차 없었네. 무릇 베풂이란 흥부의
마음과 같이 순수한 것이어야 하네.”
“정말 그렇군요. 흥부의 마음은 베푼다는 생각조차 없는 순수하고 순박한 것이었군요.”
“
그것은 단지 베푸는 것 자체에 기쁨을 두는 마음이라네. 진정한 베풂은 아무런 바람이 없이 단지 상대를 도와주는 기쁨 그 자체를
즐거워하는 마음이라네. 그런 순수한 마음일 때 에너지 순환이 가장 원만하게 이루어진다네. 그래서 우주의 섭리는 반드시 그에 대한
더 풍성한 보답을 해주는 것이라네.”
“그러니까 우리는 흥부의 순수한 베풂의 마음을 배워야 하는군요.”
“
그렇다네. 이 이야기는 동기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네. 흥부의 순수한 마음과는 정반대로 놀부는 순전히 탐욕 가득한 마음으로
거짓 선행을 했고, 그 결과 참혹한 재앙만을 받았네. 흥부와 놀부 이야기는 뿌리대로 거둔다는 삶을 법칙을 매우 인상 깊고
단순하게 보여주는 이야기라네.”
“그렇군요. 이 이야기는 선과 악이라는 2원적 구도로, 동기의 차이와 결과가 어떠한가를 또렷이 잘 보여주는 이야기였군요.”
“이 이야기에서 잘 볼 수 있듯이 동기의 차이는 곧 그 사람의 의식 수준의 차이를 보여준다네. 베풂은 항상 더 높은 지고의 선을 위한 것이어야 하네. 그럴 때 내 영혼도 그만큼 성장하게 된다네.”
“그래서 흥부는 자신을 그렇게 홀대했던 놀부를 용서하고, 다시 사랑을 베풀어 형과 함께 행복을 나누는 것이군요. 그는 늘 그런 의식 수준과 마음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니까요.”
“
그렇다네. 이 이야기엔 용서의 베풂까지 들어있네. 흥부는 부와 행복을 자신을 학대했던 놀부와 함께 나누는 용서와 화해의 모습까지
보여주네. 베풂의 궁극적 목적이 서로를 용서하고 화해하며, 행복을 함께 나누며 더불어 살아가는 것임을 잘 보여준다고 할 수
있네.”
나는 웃으며 이렇게 답했다.
“그러니까, 베풂의 궁극적 목적이나 결과는 다 함께 해피 엔딩이군요.”
“그리고 우리는 이 이야기 속에서 또 하나의 교훈을 배울 수 있는데, 그것은 은혜에 감사하고 그에 보답할 줄 아는 제비의 마음이라네. 감사하고 보답할 줄 아는 마음은 베풂의 선순환을 돕는 아름다운 동력이 된다네.”
“그 마음이 있었기에, 결국 제비도 흥부도 모두 행복해 질 수 있었군요. 베풂의 순환이란 결국 양쪽 모두를 잘 되게 하는 법칙이군요.”
“그렇다네. 베풂의 순환은 그렇게 양쪽 모두를 잘 되게 하고 서로를 행복하게 만들어 주는 풍요의 법칙이라네. 그것은 서로를 구해주고 양쪽 모두를 승자로 만들어 주는 아름다운 생명의 고리라네.”
“그런 점에서 흥부와 놀부의 이야기는 베풂의 순환이 보여주는 행복의 법칙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뜻 깊은 전래동화라고 할 수 있겠군요.”
"우리들의 무의식 속에는 누구나 이와 같은 베풂의 아름다운 철학이 내재 되어 있다네. 우
리는 이제 이 이야기를 우리 영혼 속에 있는 내면의 빛을 비추는 등불로 삼아야 할 것이네. 어떠한 가난이나 고난에도 사랑과
베풂의 마음을 잃지 않았던 흥부의 마음을 우리는 새로운 시대 정신으로 세워야 할 것이네. 어려울수록 서로를 생각하고 돕는 사회는
반드시 해피 엔딩이 약속된 사회이기 때문이라네."
-졸고, <베풂의 법칙>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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